단맛·신맛·떫은맛 삼박자…머루와인의 ‘미각 교향곡’

입력 : 2020-04-01 00:00 수정 : 2020-04-02 00:51

와이너리 기행 (3)강원 삼척 ‘너와마을영농조합법인’

당도 높은 유기농머루 사용 2년 넘게 숙성시켜 신맛 조절

떫은맛과 잘 어우러져 ‘으뜸’
 



해발 500m 산비탈, 온몸으로 햇빛을 받고 돌밭의 미네랄을 마시며 자란 머루가 와인이 됐다. 검은빛이 도는 진한 붉은색, 혀를 자극하는 탄닌의 묵직함,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까지, 어지간한 수입 와인과 겨뤄도 결코 밀리지 않는다. 색과 맛으로만 따지자면 포도로 만든 와인보다 더 ‘정통’에 가까운, 강원 삼척 너와마을영농조합법인의 15년 시간이 녹아 있는, <끌로너와> 머루와인이다.



머루는 생으로 먹기 힘든 과일이다. 콩알만 한 열매에 과육은 거의 없고 씨와 껍질이 대부분이다. 당도는 포도보다 높지만 산도 또한 높아서 생으로 먹었을 때 단맛보다는 신맛을 더 강렬하게 느끼게 된다. 껍질의 떫은맛까지 더해지면 하고많은 달콤한 과일을 두고 굳이 머루를 생으로 먹어야 할 이유를 찾기 힘들어진다.

그런데 머루의 이 ‘단점’들을 고스란히 장점으로 승화시킨 곳이 바로 너와마을영농조합법인(이하 너와마을) 와이너리다. 너와마을은 3만3000㎡(약 1만평) 밭에서 수확한 머루로 해마다 1만병이 넘는 머루와인을 생산하고 있다. 김덕태 대표는 “머루의 특징이 유럽에서 생산하는 와인용 포도와 거의 비슷하다”면서 “우리나라에서는 소위 정통 와인이라고 불리는 유럽 등지의 와인과 가장 비슷한 와인을 만들 수 있는 재료가 머루”라고 말한다. 와이너리 이름이 너와마을인 것은 와이너리가 위치한 강원 삼척시 도계읍 신리가 너와집으로 유명한 곳이기 때문이다.



해발 500m 돌밭에서 키운 유기농머루

머루라고 다 같은 머루가 아니다. 너와마을에서는 해발 500m 높이의 산비탈에서 유기농으로 키운 머루를 사용한다. 지대가 높은 데다 사람이 서 있기도 힘들 만큼 경사가 심하고 온통 돌밭이라 농사는 어렵지만 그 덕분에 더 좋은 머루를 생산한다. 일조량이 많고 통풍이 좋은 데다 밭을 뒤덮은 돌 덕분에 땅속 수분이 유지돼 당도 높고 열매살 단단한 머루가 나오는 것이다.

와인 만들기는 9월말 머루 수확과 함께 시작한다. 머루를 통째로 으깬 뒤 25℃에서 한달간 발효시킨 다음 즙을 걸러내 숙성시킨다. 여기까지는 다른 과일로 만드는 여느 와인과 거의 비슷하다. 너와마을만의 노하우는 그 이후에 등장한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와이너리가 1년산의 젊고 신선한 와인을 판매하는 데 비해 너와마을은 2년6개월 이상 숙성한 뒤 판매한다. 산도가 너무 높은 머루의 특성상 오랫동안 숙성시키지 않으면 신맛이 너무 도드라져서 맛의 밸런스가 깨지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마치 ‘비포장도로를 달리는 느낌’이라고 표현한다. 비포장을 매끈한 ‘아스팔트’로 포장하는 과정이 숙성이다. 2년이 넘는 숙성기간 동안 신맛을 내는 주석산이 바닥에 침전하는데 그걸 걸러내 신맛을 조절하는 것이다. 신맛과 떫은맛이 서로 경쟁하지 않고 잘 어우러질 때 비로소 <끌로너와> 머루와인이 완성된다.
 

김덕태 너와마을영농조합법인 대표(왼쪽)와 최정욱 소믈리에.


유럽 남부 와인의 맛

<끌로너와> 머루와인은 전문가로부터 유럽 남부에서 생산한 레드와인과 비슷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정욱 소믈리에는 “<끌로너와> 레드는 남프랑스나 스페인 남부 쪽의 와인과 비슷한 특징을 보인다”며 “와인이 목을 넘어갈 때까지 묵직함이 살아 있다”고 평가한다.

<끌로너와> 머루와인 종류는 스위트, 드라이, 스페셜 스위트 세가지다.

스위트는 일단 유럽 어느 나라 와인과 견줘도 부족하지 않을 강렬한 붉은빛으로 눈을 사로잡는다. 입에 머금으면 진한 단맛과 상큼한 신맛, 그리고 뒤이어 따라오는 약한 떫은맛이 기분 좋은 조화를 이룬다. 와인 초보자에게 추천할 만한 와인으로, 가볍게 양념한 고기 요리나 소스를 곁들인 스테이크와 함께 마시면 좋다고 최 소믈리에는 말한다.

드라이를 마셨을 때 가장 먼저 만나는 맛은 신맛이다. 혀를 자극하는 신맛에 뒤따르는 것은 탄닌이 만들어낸 떫은맛의 묵직함이다. 단맛은 거의 없다. 오래 숙성된 와인의 원숙함, 균형감이 잘 살아 있다는 것이 최 소믈리에의 평가. “와이너리에 오신 손님들에게 가끔 싸리가지에 삼겹살을 끼워서 꼬치처럼 구운 뒤 <끌로너와> 드라이와 함께 주는데, 그 궁합이 죽인다”는 것이 김 대표의 자랑이다. 최 소믈리에는 소금에 절인 돼지고기를 말려 만든 하몽 같은 음식과 함께 먹을 것을 추천한다.

마지막으로 스페셜 스위트는 머루와 <MBA(머스캣베일리에이·일명 머루포도)>를 섞어 만든 것으로 드라이보다는 신맛이, 스위트보다는 단맛이 적어 훨씬 부드러운 맛을 낸다.

삼척=이상희, 사진=김덕영 기자 montes@nongmin.com

취재협조=최정욱와인연구소(제이엠컨설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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