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산물 꾸러미] 진심 한상자…도시와 농촌 잇다

입력 : 2020-03-30 00:00 수정 : 2020-03-30 23:05
충남 청양 나눔영농조합법인은 2010년부터 친환경 제철 농산물을 담은 농산물 꾸러미를 매주 도시 소비자들에게 보내고 있다. 오른쪽부터 김미선 농가, 박영숙 나눔영농조합법인 대표, 조제순 농가, 박영혜 나눔영농조합법인 홍보팀장.

보내는 이 : 충남 청양 나눔영농조합법인

10년간 화학비료·농약 안 쓴 농산물 배송 매주 9종 다양한 구성…개별 의견도 반영

“건강한 먹거리로 도농간 신뢰 관계 형성”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대면 접촉이 꺼려지는 요즘. 비대면 구매 채널 가운데 ‘농산물 꾸러미’ 서비스가 최근 소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굳이 오프라인 매장을 찾지 않아도 지역·취향 등에 따라 정기적으로 배송되는 다양한 먹거리들. 관심은 있지만 이용하길 망설였다면 여길 주목해보자. 농산물 꾸러미가 어떻게 만들어지고 이용되는지, 또 잘 선택하고 활용하는 방법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봤다.

 


‘요즘 같은 날씨 참 좋지요? 쑥도 올라오고 원추리도 먹기 좋게 올라오네요. 이번주에는 상추·시금치·새송이·쑥·원추리·열무·부지깽이나물·블루베리잼·파김치 보내드릴게요.’

3월21일 토요일, 이달 넷째주 농산물 꾸러미 목록이 인터넷 게시판에 올라왔다. 청보리싹과 구기자순은 둘째·셋째주에 연달아 포함돼 이번 꾸러미 목록에서 빠졌다. 그 대신 쑥·원추리·부지깽이나물 등 새로운 봄나물이 목록에 추가됐다. 이렇게 올린 게시글엔 댓글이 달린다. 열무 대신 파김치를 더 챙겨달라는 등등. 이틀 뒤 월요일에 부치는 꾸러미 상자들엔 이렇게 주말 동안 받은 회원들의 개별 요청도 세심하게 담긴다.

충남 청양 나눔영농조합법인은 2010년부터 10년간 농산물 꾸러미사업을 이어 오고 있다. 꾸러미 이름은 ‘시골맛보따리’. 정기적으로 회원들에게 채소 중심의 지역농산물을 담아 보내는 직거래서비스다.

“일주일에 한번씩 9가지 농산물을 보내드려요. 모두 이곳 청양지역에서 나는 농산물이고, 30명 정도의 농부님들이 참여하고 계시죠. 매주 꾸러미를 받는 회원분도 있고 2주에 한번, 4주에 한번씩 받아보는 분도 있어요. 현재 60명가량의 소비자들이 이용하고 계세요.”

박영숙 나눔영농조합법인 대표에 따르면 시골맛보따리의 농산물 대부분은 화학비료·농약을 쓰지 않은 친환경먹거리다. 반드시 정부로부터 친환경인증을 받는 건 아니다. 그러나 어떤 방식으로 농사를 짓는지 훤히 꿰고 있을 수밖에 없는 이웃농부들이 생산해 건강한 농산물이다. 기본적으로는 청양로컬푸드협동조합의 안전성 검사를 거친다.

“소비자에게 안전한 식품을 드리자는 게 시골맛보따리의 원칙이에요. 그래서 처음부터 한결같이 친환경식재료를 고집해오고 있습니다. 그 가치를 아는 분들이 지속적으로 구매하는 거고요. 지금 우리 회원 중에선 10년 동안 계속 받는, 오래된 분들이 제일 많아요.”

박 대표가 시골맛보따리를 처음 시작했을 땐 청양 말고도 인근 홍성지역의 유기농농산물을 받아서 넣기도 했다. 당시엔 청양에서 친환경농사를 짓는 농가를 확보하는 게 쉽지 않았던 탓이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 이제는 뜻을 함께하는 이웃농부들이 충분히 많아졌다. 꾸러미를 통해 얼마간 소득을 벌고, 동시에 농사짓는 행위에 남다른 의미를 더하는 농가들이다.

참여농가 가운데 한명인 김미선씨(57·남양면)는 “농약을 안 치고 지어 못생긴 농산물도 꾸러미에 담기면 모두 쓰임이 생긴다”며 “정성껏 기른 농산물이 이집저집에 가서 대접받는다고 생각하면 농부로서 마음이 뿌듯해진다”고 말한다. 일반 시장에 내다 판 농산물에는 꾸러미만큼 그렇게 애착이 생기지 않는단다.

조제순씨(62·운곡면)는 “꾸러미엔 내 식구가 먹는 것과 똑같은 것을 담기 때문에 농약은 치려고 해도 칠 수가 없다”며 “그래서 몸은 좀 고되지만 받아보는 사람들을 생각하면 즐겁고 재밌다”고 웃는다. 이젠 자투리땅만 보여도 꾸러미에 담을 농산물로 뭘 심을지 떠올리게 됐단다.

시골맛보따리는 한상자에 3만원을 받는다. 한상자에 9가지 농산물을 담으니, 식재료 하나당 약 3000원의 값이 매겨지는 셈이다. 그러나 각각의 농산물이 꾸러미에 담길 땐 가격을 놓고 계산되지 않는다. 그저 4인 가족 기준으로 한번 요리해서 잘 먹을 수 있는 양을 기준으로 잡는다. 그러다 보면 시중 가격으로 3만원을 넘기는 건 허다한 일이라고 박 대표는 말한다.

“농산물 꾸러미는 도시와 농촌의 관계 맺기에요. 단지 3만원 한상자를 사고파는 게 아니라 신뢰 관계를 주고받는 거죠. 농부는 소비자의 건강한 밥상을 책임지고, 소비자는 농부의 즐거운 시골살이를 지원하는 ‘새로운 관계 맺기’로 농산물 꾸러미가 이용됐으면 좋겠습니다.”

청양=이현진, 사진=김덕영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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