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오의 식재탐험] 수라상 오른 귀한 몸, 경기 광주 분원배추

입력 : 2019-11-08 00:00
경기 광주 분원배추.

강레오의 식재탐험 (16)경기 광주 분원배추

유기물질 풍부한 비옥한 땅서 자라 병해충에 강하고 단맛·감칠맛 탁월

서울서 배추는 모두 ‘분원배추’로 팔려
 


경기 광주시 남종면 분원리는 원래 조선시대 왕실에서 사용하는 도자기를 만들던 곳이다. 그런데 도자기 제작 역할이 다른 지역으로 옮겨갔고 그 이후에는 배추가 유명해졌다. 분원에서 자란 배추가 얼마나 유명했던지 배추가 서울에 들어가면 여주서 가져와도 분원배추, 이천서 가져와도 분원배추라고 할 정도였다고 전한다.

해방 전까지만 해도 400호가 넘는 가구 중에 20~30호를 제외한 모든 주민들이 배추농사를 짓고 있었다고 한다. 배추 재배면적이 99만1735㎡(30만평)에 가까울 정도였다. 바로 옆마을인 양평은 무농사를 많이 짓기로 유명했는데 덕분에 ‘분원은 배추, 양평은 무’라는 말이 있었단다. 해방 후에는 국회의사당 김치도 분원배추로 담갔다고 마을사람들은 자랑한다.

분원지역은 남한강과 북한강·경안천 세 물길이 만나는 곳이다. 큰비가 오면 경안천 물이 좁은 개천을 타고 내려오다가 분원리 앞에서 유속이 느려지면서 개흙이 가라앉아 분원리 벌판이 만들어졌다. 그래서 예로부터 분원은 몇 길의 땅을 파도 돌이 없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고운 흙으로 이뤄진 토양을 가졌다. 게다가 산악지대에서 흘러나온 황토·토사 등으로 이뤄진 충적토 지형이기 때문에 유기물질이 풍부해 매우 비옥한 땅이었다. 지형적 특성상 강이 인접해 홍수에 취약하다는 단점은 있지만 그런 위험을 감수하면서라도 경작을 할 만큼 분원리 일대의 토질이 좋았다고 한다.

해방 이후에는 동대문시장·청량리시장·중앙시장(현 중부시장) 등 서울 3대 시장 상인들이 가을만 되면 분원배추를 사러 왔다. 분원리의 한 향토자료에 따르면 ‘김장철이 되면 여기 강에 배가 수백척 늘어섰고, 광나루부터 마포까지 분원배추가 가지 않는 곳이 없었다’고 한다.

실제로 분원지역에서 재배한 배추는 건강한 토질에서 자라 병해충에 강했다. 약을 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또한 서울보다 평균기온이 3~4℃ 낮을 뿐 아니라 일교차가 큰 기후조건 때문에 배추에서 깊은 단맛이 느껴지며 특유의 감칠맛도 우러나온다고 한다. 조선시대에 임금님 수라상에 오를 정도로 우수한 품질을 인정 받았다고 한다.

강레오 셰프(오른쪽)가 농가와 함께 재배 중인 배추를 살펴보고 있다.


그랬던 분원배추가 안타깝게도 지금은 그 명맥이 끊겼다. 도시화와 산업화를 거치면서 점차 배추밭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셰프로서 좋은 요리의 최우선 순위는 최상의 식재료임을 늘 강조하며 전국을 다녔는데, 이곳 분원에 와서 배추를 보지 못하다니 아쉬운 마음이 컸다. 분원의 농가와 협력해 김장용 배추를 기르기로 한 것은 그래서였다. 이렇게라도 분원배추를 복원해보고 싶었다.

절인배추 샐러드를 곁들인 새우구이.


그 결과물이 이번에 수확한 배추다. 노란 속이 꽉 찬 배추는 아삭하고 달았다. 옛 분원배추가 이랬겠지 생각하니 감회가 새로웠다. 이 배추로 문헌에 있는 경기도식 배추김치를 재현해볼 생각이다. 그 전에 이 맛난 분원배추를 맛보는 것이 우선이겠지만. 아삭하게 소금에 절인 배추를 잘게 썰어 마요네즈 등과 버무려 샐러드를 만든 뒤 구운 새우를 곁들였다. 상큼하고 달콤한 배추샐러드가 새우의 느끼함을 잡아줘 궁합이 최고였다.

사진=김덕영 기자
 


 

강레오 셰프는…

영국 런던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다. 서양요리 전문이지만 한국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에게 사사하기도 했다. 현재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글로벌외식계열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