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오의 식재탐험] 꿀벌의 손맛이로다, 숙성꿀

입력 : 2019-06-26 00:00 수정 : 2019-06-26 23:48
벌집에서 자연숙성시킨 숙성꿀

강레오의 식재탐험 (8)숙성꿀

벌집에서 자연숙성시킨 천연꿀

경북 안동 비해피영농조합 찾아 맛봐 농도 진하고 꽃향기 ‘은은’

용기 바닥에 생기는 하얀 결정 설탕 아냐…잘못된 정보 바로 잡아야
 


벌꿀은 말 그대로 꿀벌들이 꽃꿀 수액 등을 채집해 벌집에 저장한 것으로 다른 식품이나 식품 첨가물을 일절 섞지 않은 것을 말한다. 꿀의 종류는 사양꿀·농축꿀·숙성꿀로 나눌 수 있다. 사양꿀은 설탕물, 즉 사양액을 벌에게 인공적으로 먹여 채밀하는 것이다. 농축꿀은 벌이 꽃에서 화밀을 채집해 벌집으로 가져오면 채밀한 뒤 농축기에서 인위적으로 숙성을 시키는 것이다. 숙성꿀은 벌이 화밀을 가져와 벌집에서 충분히 숙성시켜 밀봉한 꿀을 채밀한다. 숙성꿀은 농축꿀에 비해 늦게 채밀하기 때문에 그 양이 적을 수밖에 없다.

강레오 셰프(왼쪽)와 정성민 비해피영농협동조합 이사가 채밀작업을 하고 있다.

이번에 찾아간 곳은 숙성꿀을 채밀하기로 유명한 경북 안동의 비해피영농협동조합이다. 젊은 양봉인 6명이 모여 함께 운영하고 있다. 농장이 있는 안동시 일직면 일대는 자연환경보전지역이어서 주변 환경이 파괴되지 않았고, 천혜의 자연을 품고 있었다. 여름에는 주변 도랑에 가재가 서식하고 가을에는 반딧불이가 하늘에서 반짝이며 사시사철 밤이면 폭죽을 터뜨리는 듯 선명한 별을 볼 수 있는 곳이다. 게다가 아카시아(아까시나무)가 풍부해 순도 높은 꿀을 채밀하기에 좋은 장소라는 이유로 젊은 양봉인들이 이곳을 선택했다.

깨끗한 생산환경에 대해 설명하는 정성민 이사와 함께 채밀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안전복과 모자·장갑을 착용하고 봉군으로 향했다. 꿀이 가득 찬 소비(봉군 내에 벌이 집을 짓고 꿀을 저장하도록 넣어놓은 틀)를 들어올리자 달콤한 꿀향이 퍼졌다. 조심스럽게 채취해 그릇에 담는데 벌써 입안에 침이 가득 고인다. 밀랍째로 한덩어리 떼어내 입에 넣으니 기분 좋은 단맛과 은은한 꽃향이 입안 가득 퍼진다. 벌집에서 오랫동안 숙성된 꿀인 만큼 단맛도 향도 진하다. 이전에 먹었던 꿀과는 확연히 맛과 향이 다르다.

이런 꿀은 어떤 음식과 어울릴까. 숙성꿀을 입에 넣는 순간부터 필자의 머릿속은 어울리는 음식을 찾아내느라 바쁘다. 물론 어떤 음식에 넣어도 잘 어우러지겠지만 이 꿀만의 진한 단맛과 향을 살리는 음식을 찾아내고 싶었다. 살짝 졸여서 캐러멜화한 뒤 과일과 함께 먹으면 잘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한 녹차나 홍차에 곁들여 먹어도 좋을 듯싶었다. 진한 차향과 숙성꿀의 단맛이 어우러져 최고 조합을 만들어낼 것이다. 하지만 숙성꿀의 맛을 가장 잘 느끼려면 요리의 마지막 순간에 한방울 똑 떨어뜨리기만 해도 충분할 것이다. 혼자 머릿속으로 온갖 요리를 완성하고 있는데 옆에서 정 이사가 꿀 구별법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놓는다.

“시중에는 진짜꿀·가짜꿀을 판별하는 법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모두 정확도가 떨어집니다. 오히려 잘못된 정보 때문에 진짜꿀이 외면받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하죠. 예를 들어 꿀의 결정화에 대한 것입니다. 바닥에 하얗게 굳은 결정이 생기는데, 흔히 설탕이라고 잘못 알고 있죠. 하지만 결정화 현상은 포도당이 과당보다 많이 함유된 꿀일 때 자주 생기는 현상입니다. 오히려 해외에서는 먹기 편하다고 선호하는 곳도 있습니다.”

꿀에 절인 과일 콤포트


좋은 꿀을 먹으려면 제대로 된 정보를 알고 있어야겠구나 반성한 것도 잠시, ‘얼른 이 꿀을 이용해 맛난 요리를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필자의 머릿속은 가득 찼다. 부지런히 주방으로 달려가 팬에 꿀을 넣고 약불에 살살 졸이기 시작했다. 여기다 어떤 과일을 곁들여 먹어볼까. 상상만으로도 입안에 침이 고였다.
 



강레오 셰프는…

영국 런던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다. 서양요리 전문이지만 한국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에게 사사하기도 했다. 현재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글로벌외식계열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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