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오의 식재탐험] 더덕의 味덕

입력 : 2019-05-15 00:00 수정 : 2019-11-07 11:36

강레오의 식재탐험 (4)더덕

강원 정선서 재배되는 9~10년생 일반 더덕보다 땅속에 오래 있어 사포닌 등 영양분 풍부

해발 높고 일교차 커…조직 ‘단단’

향 뛰어나 고기 구워 먹을 때 잡내 잡아줘…쫄깃한 식감은 ‘덤’
 


예전에 유럽 사람들을 초대한 국내 행사에 참가한 적이 있다. 프랑스 친구들과 함께 와인을 마시며 인삼과 더덕·도라지 등이 들어간 요리 소개를 들었다. 아주 귀한 식재료라면서 이들이 사람의 몸 어디에 좋은지 상세한 설명이 이어졌다. 그날 본 많은 한국 식재료 중 유독 더덕이 눈에 밟혔다. 향이 유독 강하거나 식감이 단단하지 않아 약재보다는 식재료로 더 어울릴 것 같았다.

그날 이후 관심을 갖고 알아봤더니 가을 더덕도 좋지만 봄 더덕이 단연 최고라고 한다. 추운 겨울 내내 얼었던 땅이 녹는 봄, 싹이 막 올라오기 시작했을 때의 더덕이야말로 단연 으뜸이라고. 향이며 맛·식감까지 다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환상적이라고 한다. 그래서 올해는 봄이 오기를 기다렸다가 그 환상적이라는 봄 더덕을 만나러 강원 정선으로 향했다.

찾아간 곳은 해발 800m 고지에 있는 정인영 농부의 더덕농장이다. 높게는 해발 1000m 지대까지 더덕을 재배하는 이 농장에서는 땅의 비옥한 상태에 따라 9년생 혹은 10년생 더덕을 생산한다. 시중에 유통되는 더덕이 대개 3~4년생인 것에 비하면 두배 이상 오래 재배한 것이다. 해발이 높아 일교차가 큰 지역적 특성 때문에 더덕의 조직이 치밀하고 단단하다. 땅속에 오래 있었던 만큼 영양성분을 많이 함유하게 되는 것은 말할 필요가 없다.

더덕 캐는 강레오 셰프(맨 왼쪽). 해발 800m 고지에 있는 정인영씨 농장에서는 9~10년생 더덕을 생산한다. 사진=김덕영 기자

농장에 들어섰더니 캐기 전부터 봄 아지랑이처럼 스멀스멀 더덕 향이 올라온다. 땅을 조금씩 파보니 땅을 막 뚫고 올라온 자그마한 더덕 싹이 보인다. 순간 호기심이 발동했다. 연초록 싹을 뜯어 흙만 탈탈 털어낸 뒤 바로 입에 넣었다. 더덕 향은 있지만 더덕과는 다른 식감을 가진 더덕 싹은 그 자체로 충분히 맛있었다. 요리사 경력 26년째이지만 처음 느끼는 맛이었다. 싹이 이 정도니 더덕 맛은 어떨까, 기대가 커졌다.

옆에서 보고 있던 농부가 설명을 시작했다.

“보통 더덕은 3년 이상 땅속에 있으면 썩거나 녹아 없어지는데 이곳에서는 10년까지도 문제가 없어요. 해발이 높은 고랭지이고 땅에 영양분이 풍부해 3년을 넘겨도 썩지 않거든요.”

그중에 껍질이 붉은색을 띠는 놈, 청색을 띠는 놈이 있었다. 홍더덕·청더덕이라고 했다. 더덕이 땅속에서 9년 이상 영양분을 축적하다보면 껍질 색이 변하기도 하는데, 그것이 홍더덕과 청더덕이다. 물론 이런 변화는 해발 900~1000m일 때만 가능하다. 홍더덕·청더덕은 일반 더덕보다 사포닌 함량이 풍부하다고 한다.

오랜 시간을 땅속에서 보낸 더덕은 일반 더덕에 비해 주름이 유난히 많았다. 이런 경우 요리할 때 여러가지로 어렵다. 주름 사이사이에 낀 흙을 제거하기가 쉽지 않고 껍질을 벗길 때 손실도 많다. 하지만 조직이 치밀한 덕분에 두들겨도 부서지지 않고 황태포처럼 넓게 펴져서 모양 내기도, 요리하기도 좋다. 게다가 맛과 향이 끝내주니 손질하는 수고스러움을 기꺼이 감당할 만하다. 특히 돼지고기나 쇠고기와 함께 구워 먹으면, 더덕 향이 고기 잡내를 잡아줄 뿐 아니라 쫄깃한 식감도 더해져 씹는 재미까지 느낄 수 있다.

불고기더덕구이

유럽에서는 전혀 만나볼 수 없는 우리나라만의 진귀하고 훌륭한 식재료인 더덕. 어떻게 마케팅을 하느냐에 따라 그 가치가 더욱 높아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세계 3대 진미라고 불리는 트러플 버섯처럼 말이다.

사진=김덕영 기자



강레오 셰프는…

영국 런던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다. 서양요리 전문이지만 한국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에게 사사하기도 했다. 현재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글로벌외식계열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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