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레오의 식재탐험] 대저토마토…단단한 과육 ‘아삭아삭’ 짭짤한 육즙 ‘단짠단짠’

입력 : 2019-02-11 00:00

강레오의 식재탐험 (1)대저토마토

토양에 염분 많고 일조량 풍부한 낙동강 하류지역에서 재배 오묘한 색깔에 두꺼운 껍질 짭짤하고 새콤달콤한 맛이 특징 당도 8브릭스 정도에 크기도 다양 각종 요리에서 쓰임새 많아
 


<농민신문>은 농산물 소비촉진을 위해 지난 3년간 강레오 셰프와 함께 전국을 누비며 우리 먹을거리에 대한 이야기를 해왔다. 2016~2017년에는‘강레오의 맛볼레오’라는 제목으로 농산물 생산현장을 직접 찾아가 우리농산물의 맛을 지면에 담았고, 지난해에는 ‘강레오가 찾은 백년의 맛, 종가는 맛있다’를 통해 종가에 이어져오는 전통의 맛을 얘기했다. 이어 올해에는 ‘강레오의 식재탐험’이라는 제목으로 우리농산물의 우수성을 짚어보는 시리즈를 시작한다. 그 첫번째가 부산의 <대저토마토>다.



강렬하고 매력적인 누군가를 또는 그 무엇인가를 만난 적이 있다면 그게 누구든 무엇이든 그 첫 만남은 쉽게 잊히지 않는다. 12년 전 영국 생활을 접고 한국에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다. 나는 서울 이화여자대학교 앞에서 작은 디저트 카페를 운영하고 있었다. 그 옆에는 아주 작은 죽집이 하나 있었는데 자주 그곳에서 식사를 해결하곤 했다. 어느 날 죽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작은 그릇에 탱글탱글하고 반짝이는, 평소에 보던 토마토와는 다른 오묘한 색깔의 토마토가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죽집 사장님과는 딱히 물어보지 않아도 토마토 한개쯤은 나눌 수 있는 사이였기에 나는 그 토마토를 집어 한입 크게 베어 물었다.

일반적이지 않은 두꺼운 토마토 껍질 속의 꽤 단단한 과육이 아삭하게 씹히더니 짭짤하고 새콤한 육즙이 터져 나왔다. 거울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그 순간 내 표정이 어땠는지 알지는 못하지만 너무나도 놀라운 그 맛의 기억은 머릿속에 오래도록 강렬하게 남아 있다. 죽집 사장님에게 물었더니 ‘짭짤이’라고 알려줬다.

당시에 나는 완숙토마토를 사용하는 요리에 익숙해 있었다. 그런데 ‘짭짤이’라는 새로운 맛의 토마토를 맛보게 된 것이다. 그날을 계기로 그동안 고집해오던 토마토에 관한 고정관념이 사라졌고, 요리에 다양한 맛의 토마토를 사용하며 내 요리의 폭을 넓혀나가게 됐다. 그 이후로 매년 ‘짭짤이’ 토마토가 나오는 시기(1~5월)를 놓치지 않고 구입해 여러 요리에 활용하고 있다.

강레오 셰프와 손상윤씨(왼쪽)가 ‘대저토마토’ 재배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사진=김덕영 기자


얼마 전에는 ‘짭짤이’ 토마토를 재배하는 부산 대저를 찾아 13년째 농사를 짓고 있는 손상윤씨를 만났다. ‘짭짤이’라고 불리는 <대저토마토>는 195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재배가 시작됐다고 전해진다. 부산 강서구 대저동은 낙동강 하류지역에 위치해 토양에 염분이 많이 함유돼 있다고 한다. 염분이 함유된 흙과 풍부한 일조량이라는 재배조건 덕분에 짭짤하면서도 새콤달콤한 토마토가 나게 된다는 것이다. 궁금한 나머지 내 혀로 직접 흙맛을 보고 싶었지만 손씨가 말렸다. 집으로 돌아온 후에도 그 흙맛이 못내 궁금했다.

마침 내가 방문한 날이 올해 첫 수확날이라 운이 좋게도 첫 토마토를 시식하는 영광을 얻었다. 먼지만 툭툭 털어내고 한입 베어 물었다. 역시나 짭짤하고 새콤달콤하고 아삭한 토마토는 그 맛이 너무나도 환상적이었다. 뭔가 날카롭지만 부드러운 맛이었다.

요리사로서 한가지 팁을 알려준다면, 과일·채소를 물에 씻은 뒤 물기가 묻은 채로 먹으면 맛이 다소 떨어질 수 있으니 물기를 완전히 제거한 후 먹어야 한다. 그래야 그 채소나 과일의 참맛을 온전히 느낄 수 있다는 점을 꼭 기억하기 바란다.

<대저토마토>는 9월초에 파종해 10월에 옮겨심은 뒤 이듬해 1월말부터 5월까지 수확한다고 한다. 비닐하우스에서 키우다보니 아무래도 연작피해가 생길 텐데 어떻게 해결하는지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손씨는 3개월 정도 벼를 심어 담수화 작업을 한 다음 벼를 그대로 갈아엎는 방식으로 연작피해를 줄인다고 했다. 직접 만든 특별한 액비를 사용하는 것도 품질 좋은 토마토를 생산하는 노하우라고 했다.

<대저토마토> 중에 가장 좋은 상품은 프리미엄 등급으로 분류돼 다른 토마토에 비해 2~3배 비싸게 판매되기도 한다. 육질이 단단하고 당도가 높으며 토마토 고유의 맛과 향이 뛰어나 일본에 수출되는 등 세계적으로 우수성을 인정받고 있다. 2012년에는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에 지리적표시 제12호로 등록됐다고 한다.

새우토마토칵테일


종일 토마토와 함께 있다보니 <대저토마토>를 이용해 만들고 싶은 요리가 생각났다. 새우와 바지락을 이용한 멕시칸 스타일의 새우토마토칵테일이다. 잘게 썬 대저토마토와 익힌 새우에 청양고추를 썰어넣고 소금·후추·올리브오일·타바스코소스로 양념한 것인데, 짭짤하고 새콤달콤한 <대저토마토>에 딱 어울리는 음식이다. 조만간 봄이 오면 제철 맞은 도다리 뼈회(일명 세꼬시)를 곁들인 토마토물회를 만들어보고 싶다. 얇게 저며서 햄버거에 넣어도 좋을 것 같다. <대저토마토>는 당도가 8브릭스(Brix) 정도로 적당하고 크기 또한 다양하게 나오기 때문에 요리에 쓰임이 많다. 정말이지 요리사를 행복하게 만드는 식재료다.
 



강레오 셰프는…

영국 런던에서 요리를 배운 셰프다. 서양요리 전문이지만 한국음식에도 관심이 많아 한복려 궁중음식연구원장에게 사사하기도 했다. 현재 국제슬로푸드한국협회 이사, 서울종합예술실용학교 글로벌외식계열 주임교수를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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