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食궁합] 전남 담양 석탄주(惜呑酒)와 메기찜

입력 : 2018-08-10 00:00 수정 : 2018-08-11 23:54

달콤, 매콤…“사라진 입맛도 돌아와”

‘삼키기 아까운 술’이란 뜻의 석탄주

덧술과정에서 물 넣지 않고 발효 다른 술보다 단맛과 과일향 강해

얼큰한 국물의 메기찜과 어울려 살 오른 메기, 단백질·철분 풍부해 상큼한 석탄주와 먹으면 기력회복
 


“입에 머금은 채 있고 싶을 뿐 삼키기에 아깝다.”

실학자 서유구(1764~1845년)가 지은 백과사전인 <임원십육지(林園十六志)>에는 ‘삼키기 아까운 술’이라고 해서 석탄주(惜呑酒)로 불리는 술이 등장한다. 석탄주에 대한 기록은 주조법을 엮은 <양주방(釀酒方)>과 음식 관련 백서인 <음식방문(飮食方文)>에도 있다.

석탄주는 맛과 향이 뛰어나다는 평가에도 불구하고 대량으로 판매하는 곳이 없어 명맥이 끊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오랫동안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법에 따라 석탄주를 빚는 가문이 있다. 바로 전남 담양의 홍주 송씨 집안이다.

“제사 때나 한두 항아리씩 빚어 올리던 술이에요. 비싼 찹쌀로 만들기 때문에 평소에는 맛보기 어려웠죠. 최근에야 만드는 양을 늘려 외부에 팔기 시작한 걸요.”

홍주 송씨 12대 종손 송영종씨(72)는 집안에서 400년 가까이 제주(祭酒)로 석탄주를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석탄주는 원래 조선시대 왕실에서 빚던 궁중술이다. 송씨의 설명에 따르면 한 왕족이 홍주 송씨 가문으로 장가를 오면서 석탄주 만드는 법이 전해져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성인이 되고 떠났던 종가의 고택에 10여년 전 돌아온 송씨는 2012년 주류제조면허를 획득해 석탄주를 본격적으로 제조·판매하기 시작했다.

잘 익은 석탄주는 매실향이 진하다. 하지만 술을 빚는 재료는 찹쌀·누룩·물이 전부다. 비결은 독특한 발효법에 있다.

우선 찹쌀죽을 쒀서 누룩을 넣고 3일 정도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이후 찹쌀밥을 지어 밑술과 섞어 1주일 정도를 더 발효시키는데 이때 물을 붓지 않는다. 일반 전통주가 두번째 고두밥을 넣는 ‘덧술과정’에서 물을 함께 부어 발효할 때 발생하는 열을 낮추는 데 반해 석탄주는 발효가 끝나고 술을 거르기 직전에 물을 붓는다. 물을 넣지 않고 발효시키면 온도가 갑자기 높아져 술이 상하기 쉽지만 잘 발효된 술은 더 강한 단맛과 과일향을 띤다.

송씨는 “잠을 자다가도 수시로 술이 담긴 장독을 살펴 주변 온도를 조절한다”며 “정성을 들여 완성한 석탄주는 단맛이 강해 얼큰한 음식과 잘 어울린다”고 말했다.

담양을 대표하는 ‘담양 10미(味)’ 가운데 메기찜이 있다. 20여년 전 담양의 한 식당에서 개발한 메기찜은 지역을 대표하는 독특한 음식으로 자리 잡았다. 각종 한약재를 달인 육수를 메기가 잠길 정도만 붓고 시래기·감자·대파 등의 재료에 고추장 양념을 해서 끓여낸다.

용면에서 음식점을 운영하는 양동석씨(64)는 여름 보양식으로 메기찜을 추천했다.

“메기는 단백질과 철분이 풍부해 기력회복에 좋아요. 5~6월 산란을 끝내고 살이 오른 8월이 영양가가 가장 풍부한 시기예요.”

매콤한 국물을 자작자작하게 졸인 메기찜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술안주다. 쫀득한 살점에 시래기를 싸서 먹으면 씹는 재미로 입이 즐겁다. 여기에 상큼한 매실향으로 입안을 자극하는 석탄주를 마시면 살짝 비린맛을 깔끔하게 잡아준다. 무더위로 떨어진 입맛을 돋우는 데 이보다 좋은 조합이 또 있겠는가.

담양=장재혁, 사진=오정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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