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食궁합] 경북 칠곡 ‘설련주’와 제철 채소전

입력 : 2018-07-11 00:00

아, 취한다…연꽃향에, 제철 채소전에

광주 이씨 가문의 전통 가양주 7월에 피는 연꽃으로 술 만들어

연잎에 싸서 숙성시킨 누룩 사용 덧술에 꽃잎·연근·연자 넣고 발효

은은한 꽃향, 차처럼 음미하는 술 제철 채소전과 잘 어울려
 


장마다 태풍이다 해서 비가 자주 내린다. 비가 오면 꽃들이 하나둘 지기 시작하는데 빗속에서 오히려 아름다움을 더하는 꽃도 있다. 잎사귀와 꽃잎에 빗방울을 구슬처럼 머금은 연꽃이다.

연꽃이 피는 7월이면 경북 칠곡군 왜관읍 석전리의 광주 이씨 집성촌에서는 연꽃향이 담긴 설련주를 담그는 손길로 분주하다.

설련주는 광주 이씨 가문에서 300년 넘게 내려오는 가양주다. 1670년대 말 이조판서로 재직했던 귀암 이원정(1622~1680년)은 붕당으로 나라가 어지러워지자 고향인 칠곡으로 내려왔다. 고향집 연못에 핀 하얀 연꽃을 좋아했던 이원정은 자손들이 관직에 나가지 않고 글공부에만 전념하길 바라며 북송의 유학자 주돈이의 <애련설(愛蓮說)> 가운데 한 대목을 인용해 아래와 같이 당부했다.

“연꽃처럼 진흙에서 나고 자라도 더러운 물 들지 않고 맑은 물에 씻기어도 요염하지 않게 세상을 살아라(蓮之泥而不染 濯淸蓮而不夭).”

자손들은 이같은 조상의 뜻을 기려 연꽃으로 술을 빚기 시작했고, 손님을 맞을 때나 제사·혼사 등에 사용했다. 술 빚는 법을 <주방문>이라는 책으로 남겨 며느리에서 며느리로 전수했고, 지금은 9대손 이기진씨(75)의 부인 곽우선씨(72·국가지정 식품명인 제74호)가 명맥을 이어가고 있다.

“연꽃이 피면 꽃잎을 따서 한해 동안 마실 술을 만들어요. 꽃피는 시기에만 담글 수 있기 때문에 온갖 정성을 쏟아야 하죠. 젊을 때는 잘못해서 술을 버리기도 했는데 그러면 시어머니의 불호령이 떨어졌어요.”

설련주는 술을 발효시키는 누룩부터 특별하다. 전통주의 경우 대부분 통밀을 거칠게 갈아 만든 누룩을 사용한 데 비해 설련주는 곱게 빻은 밀가루로 누룩을 만든다. 여기에 녹두가루·좁쌀가루 등을 첨가해 반죽하고 연잎으로 곱게 싼 뒤 숙성시킨다. 이렇게 만든 누룩으로 술을 담그면 맛이 훨씬 부드럽다는 게 곽씨의 설명이다.

빚는 법은 삼양주(三釀酒)와 같다. 밑술을 빚고 덧술을 두번 더하는데, 마지막 덧술을 부을 때 꽃잎과 연근·연자(열매) 등을 넣고 100일 이상 발효한다. 꽃을 따고 120일 정도가 지나야 비로소 은은한 연꽃향을 품은 설련주를 맛볼 수 있다.

잘 익은 설련주는 손님상에 빠지지 않고 올랐다. 이때 곁들여 먹을 음식도 함께 준비해야 했는데 주로 제철에 수확한 채소로 전을 만들어 올렸다. 요즘 같은 여름에는 주로 애호박이나 가지로 전을 부쳤고, 간혹 쌉쌀한 호박잎으로 만든 전을 별미로 올리곤 했다. 전을 부칠 때는 소금 대신 전통간장으로 간을 해 깊은 맛을 더했다.

이 씨는 “차를 마시는 것처럼 손님과 이야기 나눌 때 음미하듯 마시는 술이기 때문에 푸짐한 음식보다는 담백한 채소전과 함께 먹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잘 익은 설련주는 향으로 먼저 마신다. 술잔에 따르면 은은한 연꽃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특별히 만든 누룩으로 숙성한 덕분인지 목넘김이 상당히 부드럽다. 알코올 도수가 16도로 약한 편이 아니지만 목에 걸리는 느낌 없이 넘어간다. 뒷맛도 깔끔해 담백한 맛의 채소전과 잘 어울린다.

설련주는 약효가 뛰어난 술로 알려져 있다. 한약재로도 사용되는 백연꽃이 면역력을 높여주고 피로해소에 도움을 주기 때문이다. 음식도 제철에 나는 재료로 만든 것이 좋기 마련이다.

무덥고 습한 날씨에 지치기 쉬운 여름, 전통방식으로 빚은 설련주와 제철 채소전으로 원기를 회복하자.

칠곡=장재혁, 사진=박용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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