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릇한 육전, 한입 베어 물면 ‘툭’ 터지는 고소한 육즙이…

입력 : 2018-03-12 00:00

 

강레오가 찾은 백년의 맛, 종가는 맛있다 (6)밀양 박씨 나주 종가

얇게 포 뜬 쇠고기에 밑간한 뒤 참기름 넣은 달걀물 입혀 구운 ‘육전’

바삭하고 부드러워 손님 대접에 제격

무 대신 배추로 담그는 ‘반동치미’ 고춧가루에 버무린 채소·과일 넣고

새우젓 국물·조기살 넣어 숙성하면 달큰하면서 시원한 겨울철 별미
 


“반동치미라고 들어봤어요?”

강레오 셰프가 먹어보기는커녕 이름도 한번 들어본 적이 없는 음식이 있다며 찾아가보자고 한다. 이름하여 반동치미다. 전남 나주에 있는 밀양 박씨 나주 종가의 내림음식이란다. 동치미야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는 음식이지만 반동치미라니. ‘반토막’ 할 때의 ‘반’인가, ‘반대하다’의 ‘반’인가? 이름만으로는 도무지 그 정체를 짐작할 수 없는 낯선 음식을 찾아 나주로 향했다.



남파고택에서만 맛볼 수 있는 반동치미

나주 시내 한복판, 하나같이 네모반듯한 콘크리트 건물들 사이로 길게 뻗은 추녀마루와 한복 치맛자락처럼 넓게 펼쳐진 기와지붕이 언뜻언뜻 보였다. 가까이 다가가니 나지막한 돌담에 둘러싸인 고즈넉하고 우아한 고택이 모습을 드러냈다. 밀양 박씨 나주 종가의 남파고택이다.
 


‘삐거덕’ 소리를 내며 열리는 나무 대문을 지나 고택 안으로 들어서니 반질반질 빛나는 툇마루에서 내려서고 있는 강정숙 종부(67)가 눈에 들어온다.

“어서 들어오세요. 이 먼 곳까지 오셨는데 특별한 음식 이야기가 있을까 모르겠네요.”

종부는 얼굴 가득 미소를 머금은 채 강 셰프의 손을 잡아끌었다.

“나주 종가에 반동치미라는 내림음식이 있다고 해서요. 20년 넘게 요리를 했고 궁중음식도 배웠는데 처음 들어보는 음식이라 궁금해서 왔어요.”

강 셰프의 질문에 종부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놓는다.

“맞아요. 우리집 반동치미가 좀 특별하죠. 담그는 법은 일반 동치미와 거의 같아요. 다만 무 대신 배추로 담고 고춧가루와 조기살이 들어간다는 점이 다르죠.”

반동치미는 김장할 때 함께 담갔다가 겨우내 먹는 음식이라고 했다. 갖은 채소와 과일을 가늘게 채 썬 뒤 고춧가루로 버무려 소를 만든다. 배추 사이사이 이 소를 넣고 새우젓 국물을 넉넉하게 부어주면 된다. 조기는 생조기를 사용하는데, 살을 발라서 김칫국 속에 넣어준다. 며칠 동안 잘 익힌 뒤 꺼내면 고춧물이 든 국물이 발그스레하게 곱단다. 달큰하면서 시원한 맛은 말할 필요가 없다.

“요즘도 해마다 빠지지 않고 담그죠. 지난겨울 김장 때도 잔뜩 담갔는데 어쩌나, 엊그제 다 먹어버리고 없는 것을….”

멀리 남도까지 왔는데 간발의 차이로 반동치미 국물은 구경하지도 못하고 돌아서게 생겼다.



손님상에 항상 올라가는 육전

“반동치미는 없지만 귀한 손님이 오셨으니 대접을 해야죠. 우리집 손님상에 꼭 올라가는 음식이 있는데 바로 육전이에요.”

말릴 새도 없이 부엌으로 들어간 종부는 마침 좋은 고기가 나와서 사다놓은 게 있다며 얇게 포 뜬 쇠고기를 꺼낸다.

“예전에는 손님이 끊이질 않았거든요. 그래서 늘 육전 만들 고기를 떨어지지 않게 준비해두고 살았죠.”

소금과 다진 마늘, 다진 생강으로 밑간한 쇠고기에 밀가루옷과 달걀물을 입혀서 팬에 지지면 끝이다. 그런데 종부가 달걀물에 참기름을 한방울 떨어뜨린다.

“우리 시어머니 비법이에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참기름을 넣으면 고기 누린내가 안 나고 육전이 더 고소해지는 것 같아요.”

내친김에 고추전도 해주겠다며 종부는 냉장고를 연다. 잘 다진 쇠고기에 소금과 다진 마늘을 넣고 치댄 뒤 반으로 갈라 씨를 빼낸 고추 속에 채우고, 달걀옷 입혀서 부치는 과정을 뚝딱 해치운다.

종부가 곱게 부쳐놓은 육전을 한입 베어물자 진한 쇠고기 육즙과 함께 고소한 기름향이 입안에 기분 좋게 감돈다. 과연 일년 열두달 제사상 차리고 손님상 차리는 데 이력이 난 종부의 솜씨답다 싶었다.

나주=이상희, 사진=김덕영 기자 montes@nongmin.com
 



●강정숙 종부의 동태전
 


밀양 박씨 나주 종가의 내림음식은 아니지만 강정숙 종부가 흔하게 해먹는 음식이 또 하나 있다. 동태전이다. 생선을 좋아하는 며느리를 위해 시어머니가 육전을 할 때마다 함께 해주던 거란다. 동태살에 소금 간을 한 뒤 밀가루·달걀물을 입혀 부치는 것은 다른 전과 똑같다. 다만 한가지 과정이 더 들어간다. 동태에 얇게 칼집을 넣어주는 것. 간도 잘 밸 뿐 아니라 완성된 전의 식감을 부드럽게 만들어준다.
 



도전! 강레오 셰프의 종가음식

‘반동치미와 육전’
 


종가에서 직접 담근 반동치미를 맛보지 못한 아쉬움을 달래기 위해 강레오 셰프가 직접 반동치미를 담갔다. 종부가 일러준 대로 채 썬 채소와 과일을 고춧가루로 버무려 소를 만든 다음 배추에 넣고 숙성시켰다. 한가지 다른 점은 새우젓 대신 멸치젓을 사용한 것. 멸치젓 특유의 구수한 감칠맛을 더하고 싶었단다. 새콤달콤한 동치미와 짝을 이루기 위해 육전도 부쳤다. 두껍게 썬 쇠고기의 겉면만 바짝 구운 뒤 달걀물을 붓으로 살살 발라 색을 내 약한 불에 한번 더 익혀 ‘강레오표’ 육전을 완성했다.
 



밀양 박씨 나주 종가

신라시대 경명왕 첫째 아들 박언침의 후손
 


신라시대 경명왕의 첫째 아들 박언침을 시조로 하는 성씨다. 그 후손 중 일파가 1500년 무렵부터 나주에 살기 시작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본가가 진도로 옮겨가고 나주에 남은 후손들이 이어온 집안이 나주 종가다. 현재 종가를 지키고 있는 박경중 종손(71)의 6대조 박승희 선생이 조선시대 고종 21년(1882년)에 지은 초당과 4대조 남파 박재규 선생이 1910년에 지은 일자형 기와집 남파고택(사진)이 남아 있다. 특히 남파고택은 한번도 개조된 적 없이 100년 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민속학·건축학적 가치가 크다. 2009년 국가지정 중요민속문화재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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