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삭한 식감·향긋한 내음…봄나물 대표주자 ‘한재미나리’

입력 : 2018-03-12 00:00 수정 : 2018-03-12 10:08
속이 꽉 찬 한재미나리. 겨울에서 봄으로 계절이 바뀌는 이맘때면 경북 청도 한재골은 미나리를 수확하고 선별하느라 정신없는 나날을 보낸다. 김병진 기자

아삭한 식감·향긋한 내음에 취해 봄

고소한 삼겹살 쌈 싸먹으며 즐겨 봄

맑은 자연수·지하 암반수로 키워 2~4월이면 맛 절정에 올라 삼겹살과 궁합 잘 맞아 인기

돼지기름에 데치듯 익혀 먹거나 조미김과 쌈 싸먹어도 색달라
 


입춘과 경칩이 지나고, 춘분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바야흐로 얼음과 눈이 녹고, 새싹이 움트는 시기인 봄이 찾아왔다는 말씀. 매년 이맘때가 되면 경북 청도는 전국적인 명소가 된다. 이유는 딱 하나. 바로 미나리 때문이다. ‘한재미나리’로 알려진 이곳 미나리는 늦겨울에서 초봄이 제철이다. 덕분에 한재미나리가 돋아나는 한재골엔 요즘 온 동네가 식도락가들로 가득 차고, 주말에는 마을의 골목길까지 주차장으로 변하는 진풍경이 펼쳐진다.



“1월말부터 수확을 시작하는 한재미나리는 2~4월이면 맛이 절정입니다. 없어서 못 팔 정도로 인기가 많죠.”

미나리 자랑을 그칠 줄 모르는 박이준 한재미나리 영농조합법인 대표(68)는 입과 손이 따로 논다. 입은 열심히 미나리를 자랑하느라 여념 없는데, 손은 포장 때문에 분주하다. 요즘은 새벽 5시30분쯤에 나와 미나리 시설하우스에서 살다시피 한다. 1㎏ 단위로 비닐포장하는 미나리묶음을 하루에 200~300개씩 만들어야 하다보니 시간이 부족하단다.

한재미나리는 대표적인 밭미나리다. 1985년 무렵 도랑·개천에서 푸성귀로 자라던 것을 비닐하우스 덮은 논으로 옮겨 심었다. 그러나 물이 부족했다. 밭미나리로 키울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대신 겨우내 밤마다 해발 933m의 화악산에서 흘러내리는 맑은 물과 깨끗한 지하 암반수를 이용했다. 덕분에 미나리는 얼지 않을뿐더러 줄기 속이 꽉 들어찼다.

이렇게 자란 미나리의 맛과 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아삭하게 씹히는 식감은 부드럽고, 코로 전해지는 풀내음 또한 향긋하기 그지없다. 삼겹살과의 궁합은 명불허전. 그래서 이곳 농가들은 방문객들이 산지에서 신선한 미나리와 삼겹살을 바로 먹을 수 있도록 채비를 해뒀다. 집집마다 선별작업장 옆에 고기 굽는 공간을 마련해 버너와 불판을 구비해둔 것이다. 한재미나리가 고픈 이들은 삼겹살과 기타 식재료만 따로 챙겨가면 그만이다. 그리고 현장에서 먹고 싶은 미나리를 양껏 사면 남부럽지 않은 삼겹살 파티를 즐길 수 있다.

“먹어보면 맛도 향도 다르다는 것을 바로 알 수 있죠. 이 맛에 빠져 1년에 한번씩, 매년 빼먹지 않고 미나리 먹으러 찾아오고 있어요.”

경북 포항에서 왔다는 김선영씨(53)는 삼겹살·김치·쌈장·마늘은 물론 된장찌개와 밥까지 바리바리 챙겨왔다. 예약까지 하고 왔다는 그녀는 함께 온 산악회 일행들과 미나리쌈 싸기에 여념이 없다.

삼겹살구이 한재미나리쌈 김병진 기자


이곳 미나리는 취향 따라 먹는 법이 제각각이다. 일반적으로는 쌈채소 대신 생미나리 위에 노릇하게 구운 삼겹살을 얹어 먹는다. 입에 넣으면 그 맛은 가히 환상적이다. 돼지기름과 미나리의 조합을 선호하는 이들도 많다. 삼겹살 익는 불판 위에 기다란 미나리를 썰어 기름에 데치듯 익혀 먹으면 맛이 색다르다. 미나리를 돌돌 말아 조미김에 싸먹는 것도 별미다.

이 맛에 취해 상춘객들은 너도나도 때마다 한재골로 향하는가보다.

봄이 온다. 지금, 한재미나리를 맛볼 때다.

청도=김동욱 기자 jk815@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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