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食궁합] 수백년 잇는 깊은 향…묵직한 한우의 맛 “나라님 주안상 안 부럽네~”

입력 : 2018-01-10 00:00 수정 : 2018-03-02 14:59

[酒食궁합] 경주 교동법주와 한우물회

궁중비법 재현해 400년 전부터 경주 최씨 가문 대대로 빚은 가양주

찹쌀·밀누룩으로 만들어 달큰

살짝 얼린 초고추장 국물에 우둔살육회 등 비벼먹는 ‘한우물회’

고소한 맛에 교동법주 안주로 제격
 


‘사방 100리 안에 굶어 죽는 사람이 없게 하라.’ ‘부자 3대 못 간다’는 속담이 무색하다는 경북 경주 최부잣집의 가훈이다. 조선시대 중기 이후 ‘9대 진사와 12대 만석꾼’을 배출한 이 가문은 한해 쌀 수확량 가운데 3분의 1만 자신이 취하고 3분의 1은 과객에게, 나머지 3분의 1은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에게 나눠줬다고 한다. 일제강점기엔 독립운동 자금을 지원했으며, 광복 후에는 재산을 교육사업에 환원했다.

 


과도한 욕심을 자제하고 베풀며 사는 삶을 실천해온 이 ‘뼈대 있는 집안’에는 유명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가양주인 ‘교동법주’다. 최부잣집에서 400년 전부터 빚어왔다는 이 술은 1986년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로도 선정됐다. 교동법주를 처음 만든 이는 조선 숙종 때 임금의 수라상과 궁중음식을 감독하던 관아인 사옹원(司饔院)에서 참봉을 지낸 최국선(1631~1682년)으로 전해져온다. 그는 벼슬을 마치고 고향 경주로 돌아와 임금의 반주로 올리던 술을 궁중에서 만들던 방식 그대로 재현했다. 그 전통을 이제는 최국선의 10대손 최경씨(72)가 이어오고 있다.

 


교동법주의 주재료는 찹쌀과 밀누룩. 먼저 찹쌀로 죽을 쑤고 여기에 누룩과 물을 섞어 밑술을 만든다. 밑술이 익으면 덧술을 빚는다. 밑술에 물을 붓고 끓인 뒤 식혀 찹쌀로 지은 고두밥을 섞어주는 것이다. 덧술이 다 익으면 용수(술 거르는 도구)로 맑은 부위만 걸러내고 두차례의 숙성과정을 거치면 완성된다. 밑술 발효에 10일, 덧술 익히는 데 60일, 숙성과정 30일 등 모두 100일 정도 걸려 교동법주가 만들어지는 것.

교동법주의 색은 미황색이며 향이 은은하다. 찹쌀로 만든 술 특유의 진득한 감촉이 살아 있어 입안에서 살짝 달라붙는 느낌이 든다. 맛은 전체적으로 달지만 약간 신맛도 난다. 알코올 도수는 16~18도. 지금도 최부잣집이 자리 잡은 경주 교촌한옥마을에서 전통방식으로 소량만 생산한다.

 


이 술에 어울리는 안주로는 보통 최부잣집의 내림음식이자 백김치의 일종인 사연지·한우육포·북어포 등이 꼽힌다. 이들과도 궁합이 맞지만 조금 더 색다르게 즐기고 싶다면 한우물회가 제격이다. 보통 물회에는 오징어·우럭 등 해산물이 들어가는데 한우물회는 이름 그대로 한우가 주재료다. 살짝 얼린 초고추장 국물에 우둔살육회·배·오이 등을 넣고 비벼먹는 음식이다. 색다른 물회를 찾는 이들을 위해 몇년 전에 개발했다.

최근 (사)한국농업경영인경주시연합회로부터 암뽕수육·참가자미회 등과 더불어 ‘경주 10미(味)’로 꼽히기도 했다.

새콤달콤한 육수와 아삭한 식감의 배·오이, 쫄깃하면서도 고소한 한우육회가 한데 모여 묘하게 조화를 이룬다. 한우물회는 해산물물회보다 훨씬 묵직한 맛이 장점이다.

어느 정도 먹고 나서 소면과 밥을 말아먹으면 속이 든든하다. 여기에 교동법주까지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교동법주는 일체의 첨가물 없이 순 찹쌀로만 만들어 자극적이지 않다. 다만 조금 심심할 수 있는데, 새콤달콤하면서도 고소한 한우물회를 안주로 삼으면 그런 점이 보완되는 것. 400여년 전부터 내려온 술과 몇해 전에 생겨난 요리, 전통과 현대가 어우러진 맛에 입은 그저 즐겁기만 하다.

경주=김재욱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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