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食궁합] 은은하게 한잔, 담백하게 한점 “아, 소박한 자연의 맛”

입력 : 2017-11-15 00:00 수정 : 2017-11-15 10:56
메밀전병과 메밀부치기.

[酒食궁합] 강원 평창 서주와 메밀전

감자 7:쌀 3 비율로 빚는 서주 시면서 은은한 단맛이 특징 쌀로 만든 약주보다 더 상큼해

메밀의 고소한 맛 살린 전병·부치기 맵거나 짜지 않아 중독성

서주와 함께 곁들여 먹으면 토속적인 맛 제대로 느낄 수 있어
 


날씨가 추워질수록 오히려 ‘핫’해지는 곳이 있다. 해마다 겨울이면 전국의 스키·스노보드 마니아가 몰려든다는 강원 평창 이야기다. 이 지역은 동계스포츠의 메카인 동시에 감자 주산지로도 유명하다. 평창에는 국내 한 제과회사가 세운 감자연구소가 자리 잡고 있다. 또한 평창 주민을 비롯한 강원도 사람을 일컬어 ‘감자바우’라고 부르기도 한다.

감자는 조리법과 쓰임새가 다양하고 장기간 보관할 수 있다. 감자는 술의 원료가 되기도 한다.

동계스포츠 강국인 러시아의 국민 술 보드카의 주재료도 감자다. 평창에도 감자로 만든 술이 있다. 감자 서(薯) 자를 쓰는 ‘서주’가 그 주인공이다.

 

평창 서주


서주의 유래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감자가 본격적으로 재배된 19세기 말부터 빚기 시작한 것으로 추정하는 정도다. 가양주 형태로 전해져오던 서주는 일제강점기에 명맥이 끊겼다가 1990년에 복원됐다.

서주를 만들려면 우선 쌀을 누룩·물과 함께 발효시켜 밑술을 만든다. 이후 삶은 감자를 으깨어 밑술과 섞고 3주 정도 숙성시킨다. 이때 감자와 쌀의 비율은 7대3 정도다. 쌀이 30% 들어갔다고 하나 사실상 감자로 만든 술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서주는 옅은 황금빛을 띠고 알코올 도수는 13도다. 쌀로만 만든 다른 약주보다 조금 더 상큼한 향이 난다.

서주의 제조자인 홍성일 오대서주양조 대표(78)는 “감자는 저렴하고 흔하지만 비타민·칼륨·인산 등 각종 영양분이 풍부해 땅속의 사과라고 불린다”면서 “서주에는 이런 감자의 특성이 잘 녹아 있다”고 말했다.

감자와 쌀의 맛이 어우러진 서주는 조금 시면서도 은은한 단맛이 특징이다. 제대로 음미하려면 자극적이지 않은 안주를 곁들이는 게 좋다. 너무 맵고 짠 음식에 자칫 서주의 맛이 가려질 수 있기 때문이다.

마침 평창의 또 다른 특산물은 메밀이다. 메밀은 고소하면서도 심심한 맛이 특징이다. 소설 <메밀꽃 필 무렵>의 무대이기도 한 평창에는 곳곳에 메밀 전문 음식점이 즐비하다. 특히 평창읍 내 올림픽시장에 가면 메밀전병과 메밀부치기를 맛볼 수 있다.

 


메밀전병은 메밀 반죽에 속을 넣어 돌돌 말아내는 음식이다. 강원지역 말고도 여러곳에서 먹는데, 안에 들어가는 재료가 조금씩 다르다. 어떤 지방은 해물이나 고기를 넣기도 하지만 강원지역에서는 주로 잘게 다진 김치만 넣는다. 쫄깃하면서도 담백한 반죽과 아삭하면서도 매콤한 김치는 식감과 맛에서 환상 궁합을 자랑한다.

메밀부치기는 김치·실파 위에 메밀 반죽을 얇게 부어 지져낸 요리다. 담백한 메밀 반죽에 기름 또한 적게 사용해 느끼하지 않다. 안에 들어가는 김치 역시 보통의 빨간 김치보다 맵거나 짠맛이 덜하다. 어느 재료 하나 튀지 않아서 많이 먹어도 쉬이 질리는 법이 없다. 메밀전병과 메밀부치기는 둘 다 별다른 조미료가 들어가지 않는다.

값비싼 농산물이 아닌 투박한 감자로 은은한 향과 맛을 내는 서주와 그런 점에서 많이 닮았다. 이 술과 음식들에서는 투박해 보이지만 소박함이 매력인 강원 토속의 맛이 제대로 느껴진다.

이제 평창동계올림픽이 80일여 앞으로 다가왔다. 2018년 2월9일이면 세계인의 이목이 이곳 평창에 쏠릴 것이다. 안 그래도 ‘핫’한 평창의 겨울이 더 달궈지기 전에 미리 들러 이곳의 참맛을 즐겨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싶다.

평창=김재욱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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