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학민의 음식문화직설(直說)]불 사용한 최초의 조리법…제철 맞은 전어도 구워볼까

입력 : 2017-09-13 00:00
일러스트=이철원

김학민의 음식문화직설(直說)(4)구이문화와 전어

날것을 익혀먹게 된 인류 더 건강하고 오래 살게 돼

소·돼지부터 개구리·메뚜기까지 구이로 124종 이용했다는 기록도

9~11월 지방 비축하는 ‘전어’ 구우면 기름 잘잘 흐르고

고소한 냄새 사방에 퍼져 ‘가을철 구이의 여왕’으로 꼽아
 

인류는 500만~700만년 전에 출현한 것으로 추정된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사람과 닮은 현생 인류는 10만~20만년 사이 아프리카에서 기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인류가 스스로 도구를 사용하기 시작한 때가 지금으로부터 1만여년 전인 신석기시대부터다. 그전에 인류는 구석기시대 중엽인 약 150만년부터 나무끼리의 마찰이나 번개로 인해 발생한 자연 상태의 불을 이용하다가 차츰 부싯돌이나 나뭇조각을 마찰시켜 불을 만들어 사용했다.

채집과 사냥을 하며 이동생활을 해왔던 구석기시대 인류에게 불은 추위를 피하고 동물의 공격을 막아내는 데 지대한 역할을 했다. 불을 사용해 식생활이 획기적으로 변하게 된 것은 인류 역사에서 무척 중요한 일이다.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먹을거리 구하는 일과 그것을 먹는 일로 소일했던 인류에게 불은 날것을 익힌 것으로 바꾸는, 조리시대의 서막을 알리는 징표였다. 이로써 인간은 더 건강하게, 더 오래 살게 됐다. 이와 함께 새로운 사냥기구와 조리도구들이 요구돼 바야흐로 인류사에 있어서 초기 문명이 발생하기 시작했다.  

불을 사용한 최초의 조리는 ‘굽기’였다. ‘굽다’는 뜻의 한자인 ‘적(炙)’은 ‘불(火)’ 위에 올려진 고기(肉)를 형상한다. 곧 고기를 직화(直火)에 쬐어 굽는 것이 ‘적’이다. ‘굽다’는 뜻의 한자에는 ‘번(燔)’도 있는데, ‘번’은 근화(近火·가까이 있는 불)로 돌이나 철판을 달궈 그 위에서 고기를 굽는 것을 말한다. 고구려의 고기구이인 맥적(貊炙)이 중국에까지 널리 알려졌듯이, 우리 민족은 예부터 ‘구이’를 즐겨먹었다. 옛 문헌의 기록을 보면 소·돼지·가금류·물고기·채소류 등에서 개구리·메뚜기에 이르기까지 우리 민족은 무려 124종을 구워서 먹었다.

최근 제철을 맞은 전어도 구이에 적합하다. 이를테면 가을철 구이의 여왕은 전어다. 전어는 우리나라 서남해안에 많이 분포하는 근해성 물고기로, 여름 동안은 먼바다에서 지내다가 9월께부터 이듬해 3월께 사이에 내해나 하구의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수역으로 몰려온다.

전어는 3~6월에 산란하고 9~11월에는 겨울철 차가운 바다에서 견디기 위해 다른 물고기의 3배에 달하는 지방을 비축한다. 가을 전어가 맛있는 이유는 이 풍부한 지방질 때문이다. 일제강점기에 출간된 <조선요리제법>은 ‘비늘을 긁어내고 내장을 뺀 다음 통째로 씻어 양쪽에 1㎝ 간격으로 칼집을 낸다. 진간장·참기름·깨소금·설탕·파·마늘·생강즙·후추·실고추로 만든 양념장을 발라 잘 배도록 놔뒀다가 뜨거운 석쇠에 올려놓고 나머지 양념장을 발라가면서 구우라’고 전어구이법을 소개하고 있다.

전어에 양념장을 발라가며 굽거나 소금을 뿌려가며 구우면 기름이 잘잘 흐르며 고소한 냄새가 사방에 퍼져나간다. 그래서 ‘전어 굽는 냄새에 집 나간 며느리도 돌아온다’는 속담까지 생겼다. 구운 전어는 몸체뿐 아니라 대가리도 아주 맛이 있으니 꼬리부터 대가리까지 모두 버리지 말고 씹어먹으라는 뜻에서 ‘전어 대가리에는 깨가 서 말’이라는 속담도 있다. 전어가 제철인 가을에는 햅쌀도 나온다. 전어구이와 찜·젓갈을 곁들인 밥상이라면 ‘전어 한마리로 햅쌀밥 열그릇을 죽인다’는 속담도 당연할 것이다.


김학민은…‘음식도 아는 만큼 맛있다’라는 믿음 아래 음식 속에서 문화를 탐구하는 음식칼럼니스트다. 저서로는 <맛에 끌리고 사람에 취하다> <태초에 술이 있었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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