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호텔 총주방장이 본 한국 농산물은?

입력 : 2017-08-11 00:00 수정 : 2017-08-25 18:26
롤란드히니 셰프가 파프리카, 사과, 양파, 버섯 등 다양한 한국산 농산물을 살펴보고 있다.


[외국인이 생각하는 한국 농식품] 한국 배, 파프리카에 '엄지 척' 사과,배추,딸기도 '베리 굿' 

국내 최정상 호텔 대표셰프 맡아 세계 식재료 두루 다뤄온 ‘베테랑’

칭찬할 점은? “한국 배, 아삭하고 단맛·과즙 풍부 파프리카, 해외서도 인정받을 품질”

아쉬운 점은? “제철 아닐 땐 맛·색 등 ‘들쭉날쭉’ 품종 다양하지 않아…색다른 요리 한계 로컬푸드 확산으로 문제 풀었으면”


맛이면 맛, 식감이면 식감. 한국인의 입맛엔 더할 나위 없는 국산 농산물. 과연 외국인은 어떻게 볼까. 게다가 그의 직업이 식재료에 엄격한 요리사라면?

서울 종로구 통인동에 위치한 유럽풍 레스토랑 ‘가스트로 통(Gastro 通)’. 이곳의 총주방장이자 주인장은 스위스 출신의 롤란드 히니(Roland Hinni) 셰프다. 그는 미국·필리핀·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 등 해외 특급호텔 근무는 물론 1980년 웨스틴조선호텔을 시작으로 신라·리츠칼튼·하얏트 등 국내 최정상급 호텔의 총주방장을 역임한 베테랑 요리사다.

그간 세계 각국의 웬만한 식재료는 대부분 다뤄봤다는 그에게 한국 농산물에 대한 솔직한 생각을 들어봤다.
 

◆한국 배·파프리카 ‘품질 최고’

“배·사과·배추·딸기·파프리카·살구·천도복숭아…. 그리고 바질·로즈메리 같은 허브류도 빼놓을 수 없죠!”

평소 요리에 자주 활용하거나 품질이 뛰어나다고 여기는 한국의 농산물에 대해 묻자 그는 익숙한 이름들을 막힘 없이 읊었다.

그중에서도 엄지를 치켜들며 칭찬한 농산물은 바로 ‘배’다.

흔히 ‘윌리엄 페어(William pear)’라고 부르는 종 모양의 서양배는 조직이 부드럽고 단맛이 약한 데 비해 한국산 배는 식감이 아삭하고 단맛과 과즙이 풍부해 어떤 요리에도 쉽게 활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조직이 단단해 원하는 형태로 만들기 좋다는 것도 장점으로 꼽았다.

파프리카에 대한 칭찬도 아끼지 않았다. 한국산 파프리카는 빨강·주황·노랑·보라 등 선명한 색감과 단단한 조직감을 지녀 활용도가 높고, 외국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만한 품질이라고 평했다. 실제 그의 레스토랑에서도 파프리카를 즐겨쓰는데, 빨간색 파프리카로 만든 무스(Mousse·과일이나 채소 등을 크림·달걀과 섞어 만든 부드러운 요리)를 식전 먹거리로 제공한다.


◆들쭉날쭉 품질, 개선했으면

“늘 최상의 음식을 선보이고 싶은 요리사로서 식재료의 품질은 절대 양보할 수 없는 부분이죠. 그런데 한국 농산물 중 일부는 시기에 따라 품질 편차가 크더군요.”

그는 한국 농산물을 사용하는 데 가장 큰 애로사항으로 ‘품질의 균일성 부족’을 지적했다. 그러면서 서양 음식에서 가장 많이 쓰는 농산물 중 하나인 감자를 예로 들었다. 한 공급처에 주문해도 매일매일 감자의 크기나 색깔 등 품질이 들쭉날쭉하다는 것. 토마토와 사과도 제철에는 훌륭하지만 그 외 시기에는 색·풍미·조직감 등에 차이가 크다고 꼬집었다.

그는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한결같은 음식맛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그 핵심이 균일한 품질의 식재료 확보”라고 강조했다. 이어 “농산물의 생산·저장·유통단계 전반에 걸쳐 품질을 균일하게 해야 보다 신뢰받고 꾸준한 소비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롤란드히니 셰프는 “식당을 운영하는 입장에선 한결같은 음식맛을 유지하는 게 매우 중요한데, 그 핵심이 균일한 품질의 식재료 확보”라며 “농산물의 생산·저장·유통단계 전반에 걸쳐 품질을 균일하게 해야 보다 신뢰받고 꾸준한 소비도 가능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품목별 품종 다양화 필요

“한국에서도 프랑스·이탈리아·베트남·태국 등 다른 나라의 식문화가 빠르게 대중화되고 있습니다. 그만큼 다양한 농산물이 필요하다는 얘기죠.”

그는 한국 농산물의 ‘다양성 부족’에 아쉬움을 표했다. 시장에서 구할 수 있는 농산물 대부분이 한식용이고, 특성 또한 ‘크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색다른 요리를 하기 어렵다고 토로했다. 가령 서양의 당근은 손가락 길이만 하거나 그보다 조금 더 길거나, 노란색·흰색·적색 등 색이 다채로워 용도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데 한국에서는 오로지 ‘주황색 큰 당근’밖에 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같은 상황의 대안으로 그는 ‘로컬푸드’의 확산을 언급했다. 유럽에서는 소농들이 생산한 다양한 농산물이 지역에서 유통되는데, 주기적으로 열리는 장터나 직거래가 생산자와 소비자의 연결고리 역할을 한다고.

“물론 서울처럼 복잡한 대도시에서는 로컬푸드가 활성화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가까운 농촌과 연계해 적당한 공간에서 장을 연다든지 여러 방면으로 고민해본다면 불가능한 일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신선한 식재료는 훌륭한 요리의 근원

30여년 전 한국의 농산물 시장은 그에게 너무도 열악했다. 필요한 채소를 구할 수 없어 호텔 옥상에서 직접 길러 사용한 적도 있다. 그런데 지금은 세계 최고 수준의 농산물이 생산될 정도로 비약적인 발전을 이뤘다는 게 그의 평가다.

이런 과정을 모두 지켜봐온 그에게 마지막으로 ‘요리와 식재료의 관계’가 어떤 것인지 물었다.

“훌륭한 식재료야말로 맛있는 요리의 근원입니다. 아무리 좋은 기술과 도구가 있어도 원재료가 엉망이면 결코 좋은 맛을 낼 수 없는 이치죠. 그런 의미에서 앞으로도 한국에서 다양한 고품질 농산물이 생산되고, 이를 활용해 많은 분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선보일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김난 기자 kimnan@nongmin.com,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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