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酒食궁합]김포 문배주와 어복쟁반

입력 : 2017-08-09 00:00 수정 : 2017-08-29 16:28
예부터 평양에서 즐겨마시던 문배주는 같은 이북음식인 어복쟁반과 궁합이 맞다

‘독한’ 술과 ‘슴슴한’ 요리…술술 넘어가는구나

국가 무형문화재 ‘문배주’ 알코올 도수 40도…맛·향 강해

젊은층 겨냥 23·25도 제품도 생산 맵거나 짜지 않은 ‘어복쟁반’과 조화
 


‘1991년 한국과 소련, 1993년 한국과 미국의 정상회담에서 만찬주로 쓰인 술. 2000년 남북 정상회담에서 김대중 전 대통령과 김정일 전 국방위원장이 함께 나눠 마신 술.’

경북 경주 교동법주, 충남 당진 면천두견주와 함께 국가 무형문화재 86호로 지정된 문배주에 대한 이야기다. 고려시대부터 왕에게 진상했다는 이 술에 대한 첫 이미지는 ‘고급스러움’이다. 이 때문에 가격이 상당히 높은 수준일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꼭 그렇지만은 않다.

“제품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375㎖ 한병에 5000~6000원 합니다. 생산방식을 현대화하고 용기를 도자기 대신 유리병으로 교체한 덕분이죠.”

문배주의 5대 전수자인 이승용 문배주양조장 실장의 설명이다. 문배주는 전통 증류주의 하나로 현재 경기 김포에서 만들어지고 있다. 하지만 본래는 북한의 평양을 본거지로 한다. 입에서 입으로 전해지던 제조법을 150여년 전 이 실장의 고조할머니가 복원해냈고 지금까지 이어져오고 있다.

문배(보통 배보다 작고 신맛이 많이 나는 토종 돌배의 일종) 향이 난다고 하여 이와 같은 이름이 붙었으나, 실제로 배는 조금도 들어가지 않는다. 조와 수수 등 잡곡만을 이용해 만드는 것. 원재료를 발효·증류시킨 후 6개월에서 1년의 숙성과정을 거치는데 톡 쏘는 듯하면서도 달콤한 향은 이때 자연스레 배어든다. 단맛이 나는 동시에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수수의 특징이 그대로 녹아 있으며 목넘김이 부드럽다. 구하기도 어렵지 않다. 대형마트와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서도 판매 중이다.

 

조와 수수 등 잡곡을 발효·증류시켜 만든 40도짜리 문배주.


“원래 알코올 도수를 40도에 맞춘 술이지만 현재는 젊은층 입맛에 맞게 23도와 25도 제품도 출시하고 있어요. 40도 문배술은 맛과 향이 강한 반면 23·25도짜리는 은은함이 특징이죠. 영화로 치면 전자는 개성 넘치는 주연으로, 후자는 맛깔스런 조연으로 표현할 수 있어요.”

이 실장은 문배주를 찾는 이들의 연령이 점차 낮아지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라벨의 문구 디자인을 바꾼 게 ‘딱딱한’ 전통주 이미지를 벗는 데 도움됐다는 게 이 실장의 분석이다.

문배주는 독한 술이라 고기류와 함께 먹기 좋다. 특히 태어난 고장에 맞게 평양요리와 잘 어울리는데, 그중 평안도 지방의 어복쟁반이란 요리가 있다. 쇠고기 편육과 버섯 등 각종 채소를 놋쟁반에 담아 육수를 부어가며 끓여먹는 음식이다.

 


어복이라 일컬어지게 된 유래에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소의 뱃살이 들어가서 우복(牛腹)이라고 불리다가 나중에 어복으로 변한 것이라고도 하고, 음식을 담는 쟁반의 생김새가 생선의 배를 닮아서라고도 하는데, 확인할 길은 없다. 지금은 고급음식으로 통하지만 기원은 엄연히 서민음식이다. 시장에서 쇠고기를 팔고 남은 젖가슴살 같은 잡고기와 잡뼈를 넣고 만들었던 것이다.

달지도 맵지도 그렇다고 짜지도 않은 이른바 ‘슴슴한 맛’이 특징으로 맛과 향이 독특한 문배주와 궁합이 맞다. 고급 술로 태어나 대중화를 꿈꾸는 술, 서민음식으로 시작해 고급음식으로 자리 잡은 안주. 문배주와 어복쟁반은 맛 궁합뿐 아니라 서로 조화를 이루려는 사회적 궁합도 묘하게 잘 어울린다.

김포=김재욱 기자, 사진=김도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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