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정 어르신] 8년째 어린이집 이야기할머니 백제남씨 <경북 문경>

입력 : 2016-05-09 00:00

주 3일 유아 교육기관서 활동
매주 다른 내용 전하려 책 끼고 살아
어릴 적들은 이야기 들려주기도
떼쓰던 아이차 분해질 때 보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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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정할배> 진규항 할아버지 사진
 “5월8일은 어버이날이죠? 오늘은 효도라는 주제로 이야기를 할 거예요. 제목은 ‘효자와 호랑이’예요.”

 3일 경북 문경시 점촌동의 한 유치원. 한복을 곱게 입은 할머니 주위로 아이들이 몰려들었다. 산삼을 캐다 호랑이를 만난 효자의 이야기에 아이들은 귀를 쫑긋 세웠다. 할머니가 ‘어흥~’ 하고 호랑이 소리를 내면 아이들도 ‘어흥~’ 하고 따라했고, 할머니가 손을 모아 산신령에게 기도하면 아이들도 따라서 손을 모았다.

 20분 동안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낸 할머니는 아이들을 한명 한명 안아준 뒤, 옆교실로 가서 또다시 이야기보따리를 풀었다. 그렇게 4개 교실을 돌며 이야기보따리를 탈탈 털어낸 할머니는 상기된 얼굴로 유치원을 나섰다. 8년째 ‘이야기할머니’로 활약하고 있는 백제남씨(64·문경시 점촌동)의 하루 일과다.

 백씨는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국학진흥원이 2009년부터 실시하고 있는 ‘아름다운 이야기할머니 사업’에 참여하는 이야기할머니다.

 이 사업은 사회경험과 연륜을 갖춘 할머니가 유아교육기관을 방문해 아이들에게 옛이야기를 전하는 것으로, 전통적인 인성교육을 되살리기 위해 시작됐다. 이야기할머니는 만 56~70세의 여성 가운데 심사를 통해 선발하며, 현재 1기부터 7기까지 2400여명이 전국 6000여곳의 어린이집·유치원 등에서 활동하고 있다.

 백씨는 2009년 처음 선발된 1기로, 1기는 현재 13명이 활동 중이다. 1기 가운데서도 열정적으로 활동하고 있는 백씨는 1주일에 3일 동안 문경시 관내 유아교육기관을 돈다. 우연히 모집 공고를 보고 지원한 이야기할머니는 이제 생활의 일부가 됐다.

 매주 다른 내용의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전하기 위해 1주일 내내 이야기책을 끼고 살 정도다.

 “늦은 나이에 아이들의 교육을 담당하는 중요한 역할을 하게 돼 얼마나 뿌듯한지 몰라요. 떼쓰던 아이가 차분해지며 이야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볼 때면 보람을 느끼지요.”

 그동안 잊지 못할 일들도 많았다. 우는 아이를 안고 힘들게 이야기를 하기도 했고, 자신을 그린 아이의 그림을 선물로 받고는 세상을 얻은 듯 기뻐하기도 했다. 어릴 적 어머니와 할머니로부터 들은 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기도 했는데, 그 이야기는 국학진흥원에서 발간한 이야기책에도 수록됐다.

 또 이야기할머니를 하며 받은 활동비로 대학의 학비도 해결했다. 사실 백씨는 초등학교만 나온 뒤 20여년 동안 한복 만드는 일을 했다. 그래서 뒤늦게 검정고시로 중·고등학교 과정을 마쳤고, 방송통신대학에 대학원까지 졸업한 것이다.

 이야기할머니 활동에다 장애인시설 자원봉사, 틈틈이 하는 농사일까지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백씨. 미주알고주알 온종일 이야기를 나눠도 지치지 않는 이 ‘열혈할머니’의 바람은 소박하다.

 “건강이 허락할 때까지 이야기할머니를 하고, 또 기회가 되면 다른 곳에서도 인성교육 강의를 하고 싶어요. 제 이야기를 듣고 싶어하는 아이들만 있다면 어디든 달려갈 겁니다.” 한국국학진흥원 ☎080-751-0700.

 문경=김봉아 기자 사진=김덕영 기자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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