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춘문예-시 당선작]잔등노을

입력 : 2017-01-01 00:00

정연희 <경기 용인>

잔등노을

정연희 <경기 용인>



소잔등에 부르르

바람이 올라타고 있다

곱슬거리는 바람을 쫓는 꼬리는

등뼈를 타고 나간 장식

억센 풀은 뿔이 되고

오래 되새김한 무료는 꼬리 끝에서 춤춘다



스프링을 닮은 잔등 속 간지러움은

온갖 풀끝을 탐식한 벌

한 마리 꽃의 몸속에 피는 봄

연한 풀잎이 키운 한 마리 소는

쌓아 놓은 풀 더미 같고

잔등은 가혹한 수레의 우두머리 같다



논두렁 길 따라 비스듬히 누운

온돌방 같은 소 한 마리

눈 안에 풀밭과

코뚜레 꿴 굴레의 말(言)을 숨기는

저 순응의 천성

가지런한 빗줄기가 껌벅 껌벅거린다



융단처럼 펼쳐놓은

노을빛 잔등이 봄빛으로 밝다

주인 닮은 뿔처럼 몸 기우는 날은

금방 쏟아질 것 같은 잔등의 딱지가

철석철석 박자를 맞추고

저 불그스름한 노을은

유순한 소의 엉덩짝을 산처럼 넘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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