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만에 고수되기] 말 타보세요…승마체험 그 기분, 말이 필요없죠

입력 : 2022-09-23 00:00 수정 : 2022-09-23 08:10

박준하 기자의 하루만에 고수되기 (10) 승마

제주 한라산 자락에 위치한 홀스타승마장

헬멧·조끼 등 기본적인 안전장비 대여해줘

말은 왼쪽서 올라타고 엉덩이 안 차게 주의

안장 위에선 힘빼고 서 있는 느낌으로 타야

빠르게 걸을땐 말과 리듬감 맞아야 안정적

30분~1시간 숲길속 승마하면 제대로 힐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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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가 제주 홀스타승마장 원형 연습장에서 승마체험을 하고 있다.

말은 우리 역사 속에서 개나 소만큼 친숙한 동물이다. 사람들이 먼 거리를 이동하는 데 쓰이기도 했고, 전쟁이 벌어질 때는 기마병의 전우로 출전해 적을 물리치는 수단으로 활용됐다. 이젠 교통수단의 발달과 함께 말 타는 문화는 거의 사라졌는데 이마저도 고급 스포츠로 인식돼온 게 사실이다. 하지만 이런 이미지와 달리 승마는 생각보다 가까이서 저렴한 가격에 즐길 수 있는 레저 활동이다. 특히 말이라는 생명과 교감하는, 다른 여가와 달리 색다른 경험을 할 수 있다. 예로부터 ‘말은 나면 제주도로, 사람은 나면 서울로’라고 했던가. 이번호엔 승마를 배워보기 위해 말의 고장 제주도로 떠났다.


제주도가 말의 고장이 된 역사를 알아보려면 고려시대까지 올라가야 한다. 고려를 침략한 원은 일본정벌을 위해 제주도를 전초기지로 삼았다. 원의 핵심 기동력은 말이었지만, 본국에서 말을 가져오기란 쉽지 않았다. 대신 원은 제주도에 탐라총관부를 세워 목마장을 경영하고 군마(軍馬) 생산에 힘썼다. 원이 물러난 이후에도 제주도엔 말을 기르는 풍습이 남아 있게 된 것이다.

제주도에서 승마 잘 가르치기로 유명한 홀스타승마장은 제주시 연동 한라산 자락에 있다. 이태연 대표(52)를 포함해 이인정씨(52), 현숙희씨(53) 등 이곳 교관들은 모두 10년 이상 말을 탄 프로다. 이날은 현 교관이 승마를 가르쳐줬다.


●자신감 있게 타고 달려봐요

홀스타승마장에 들어서면 당연하게 사람보다 말이 먼저 보인다. 이른 아침인데도 승마를 하려고 모인 사람들로 북적였다. 저마다 익숙한 듯 “선생님, 저 어떤 말 타요?” 묻더니 금세 말에게 다가간다. 이곳에는 모두 15마리의 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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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마를 시작하기 전 말과 교감을 위해 먹이를 주고 있다.

말에게 인사를 건네기 전, 현 교관은 안전장비부터 착용하라고 주문했다. 승마헬멧, 전용바지, 장갑, 부츠가 기본적인 장비다. 승마장에서 승마헬멧, 조끼, 부츠 대용품인 챕스(각반)를 대여해주므로 맨몸으로 가도 괜찮다. 낙마 사고가 일어날 수 있어서 승마 장비는 꼼꼼하게 착용해야 한다. 이 가운데 가장 중요한 건 승마헬멧이다. 개인적으로 승마장비를 갖출 때도 승마헬멧은 될 수 있으면 좋은 것을 사는 게 좋다.

“얘는 모니카예요. 15살이죠.” 현 교관이 검은 털이 반질거리는 말을 소개해줬다. 말은 평균 수명이 25년 정도 된다. 15살이면 한창 달릴 때란다.

먼저 모니카 코 쪽으로 손을 내밀어 냄새를 맡게 해주고 가볍게 인사를 했다. 말은 쓰다듬어주는 걸 좋아한단다. 부드럽게 말을 쓰다듬자 신이 난 듯 옅은 콧소리를 냈다. 머리에 굴레를 멘 모니카의 고삐를 잡아끌고 연습장으로 향했다. 연습장에는 약 200m 정도 되는 레일이 있다. 먼저 강습을 받으러 온 사람들은 간격을 유지하며 말을 타고 있었다.

말에 오를 땐 왼쪽에 서서 안장이 있는 말 어깨 쪽으로 올라가야 한다. 자전거로 따지면 페달에 해당하는 등자쇠에 발을 걸고 훌쩍 올라타면 된다. 이때 주의할 점은 오른다리로 말 엉덩이를 차지 않는 것이다.

“자, 몸에 일단 힘을 빼세요. 말은 풀썩 주저앉는 게 아니예요. 안장 위에 서 있다는 느낌으로 타보세요. 등자는 발을 끝까지 밀어 넣지 말고 뒤쪽으로 끌어당기는 느낌으로 밟으세요. 몸을 너무 앞으로 숙이거나 혹은 몸을 너무 뒤로 젖히면 안돼요.”

안장에 올라타자 말의 피부와 털이 느껴졌다. 왼쪽 다리를 살짝 차니까 말이 한발 한발 떼기 시작했다. 고삐를 살짝 당기면 정지, 좌회전을 하고 싶으면 왼쪽으로 살짝 힘을 주고, 우회전을 하고 싶으면 오른쪽으로 힘을 준다. 운전하는 것과 똑같다. 정지할 때 너무 고삐를 당겨서도 안된다. 말은 재갈을 물고 있어 아파할 수 있다. 몸에 조금씩 긴장이 풀리니 모니카의 걸음걸이가 경쾌하게 느껴졌다. 가볍게 걷는 것을 평보라고 한다. 15㎞/h로 빠르게 걷는 것을 속보, 24㎞/h로 질주하는 것을 구보, 60㎞/h로 전력 질주하는 것을 습보라고 부른다. 오늘은 속보까지 배우기로 했다.

“속보는 리듬이 중요해요. 서 있는 느낌에서 앉았다 일어섰다 해야 하죠. 말과 리듬이 안 맞으면 말이 아플 수 있어요.”

속보는 평보보다 난이도가 있다. 말의 움직임에 따라 일어서고, 바로 앉아야 한다. 머리로 이를 계산하면 행동이 굼뜨다. 처음에는 익숙지 않아 계속 엉덩이와 말 안장이 쿵 하고 부딪혔다. 너무 크게 부딪힐 때는 절로 “헉!” 소리가 났다.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모니카야 미안해. 제발 원망하지 말아줘.’

속보는 말의 걸음걸이를 느끼면서 앉았다 일어섰다 하는 게 중요하다. 옆에서 현 교관이 같이 뛰며 하나, 둘 박자를 세줬다. 엇박자도 잠시, 점점 박자가 맞기 시작하자 모니카가 안정적으로 속력을 냈다. 투명의자에 앉아 허벅지로만 앉았다 일어서기를 수십차례 한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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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형 연습장에서 승마 기본기를 익힌 후 숲길 코스를 체험하고 있다.

●‘다그닥다그닥’ 숲길 걸으며 힐링

홀스타승마장의 꽃은 외승이다. 외승은 야외에서 하는 승마를 뜻한다. 제주도는 외승하기 좋은 장소가 많다. 해변에서 말을 타기도 하고, 오름을 여행하기도 한다. 말을 타고 향한 곳은 승마장 옆에 있는 노루손이오름이었다.

“잠시만요.” 말을 타고 나가려는데 현 교관이 막아섰다. “모니카 말고 스타가 좋겠어요. 모니카는 풀 뜯어 먹는 걸 무척 좋아해서, 하하.”

갈색 털을 가진 스타를 타고 현 교관을 따라갔다. 승마장에서 차가 다니는 길 하나를 건너면 오름이 나온다. 말을 타고 가자 도로를 달리던 차가 멈춰 서서 운전자가 신기한 듯 말 탄 모습을 쳐다보다가 말을 향해 손을 흔든다. 노루손이오름은 좁은 숲길로 이뤄져 있다. 30분∼1시간 말을 타고 길을 걸어간다. 평보로 ‘다그닥다그닥’ 걷는 길은 그야말로 평화롭기만 하다. 말을 타고 숲길을 만끽할 수 있어 제주여행 코스에 넣을 만하다.

말을 타고 어느덧 편백나무 숲길에 이른다. 스타는 편백나무가 높게 솟은 숲 샛길로 요리조리 잘 피해서 걷는다. 돌부리도 알아서 넘는다. 웅덩이를 멋지게 넘은 스타의 목덜미 쪽을 살짝 두드리며 칭찬을 잊지 않는다. 사방이 고요해 적막한데 새소리, 말 숨소리만 들리는 순간은 태곳적 자연 그 자체다. 잠시나마 도시에서부터 가지고 온 잡생각을 내려놓고 온전히 말과 함께하는 시간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다.

“평소 자신감 없이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사람들도 말 위에선 고개를 들어야 해요. 운동이 될 뿐만 아니라 심리적인 자신감도 생기고 힐링할 수 있죠. 다음 제주 여행 땐 꼭 말 타러 오세요.”

제주=박준하 기자, 사진=현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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