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국악] 현대음악 장단을 타고.. 韓가락 뽐내러 범 내려온다

입력 : 2021-09-27 00:00

국악의 ‘파격 실험’…세계인 들썩

‘범 내려온다’ 전통 판소리에 전자음악 덧입혀

현대무용 더해지면서 유튜브 등서 큰 인기 TV예능 경연프로그램 속속 제작 … 열풍 이어가

1950년대 재즈 형식으로 서양음악과 융합 이젠 국악이 앞에서 전체 음악 분위기 이끌어

막연한 유행 편승 … 소비자 피로감 우려 ‘해학·풍자·서사’ 국악 본질 놓쳐선 안돼

 

국악이 세계인의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있다. 서양음악을 접목하고 파격적인 실험도 서슴지 않는다. 빠른 박자와 중독성 있는 노랫말은 기본이요, 화려한 퍼포먼스로 이목을 사로잡는다. 국악은 더이상 ‘우물 안 개구리’가 아니다. 현대적인 재해석을 통해 세계 음악계의 주류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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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관광공사의 공익광고 ‘Feel the Rhythm of Korea(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편에서 밴드 ‘이날치’의 노래 ‘범 내려온다’에 맞춰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춤추고 있다. 사진출처=한국관광공사TV 유튜브 채널

●국악, 세계와 접속하다=“범 내려온다. 범이 내려온다. 장림깊은 골로 대한 짐승이 내려온다.”

TV 광고는 물론 유튜브와 각종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노래 ‘범 내려온다’의 첫 소절이다. 밴드 ‘이날치’와 ‘앰비규어스 댄스컴퍼니’가 협업해 만든 ‘범 내려온다’가 포함된 한국관광공사의 공익광고 ‘Feel the Rhythm of Korea(필 더 리듬 오브 코리아)’는 지난해 ‘대박’이 났다. 판소리에 힙합을 가미해 서울, 부산, 전북 전주 등 6개 지역을 홍보하는 이 영상은 2억8900만회(24일 기준)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다. 또 관광공사가 이달초 선보인 ‘Feel the Rhythm of Korea 시즌2’도 ‘사랑가’ 등 민요와 힙합을 결합한 영상으로 인기를 얻고 있다. 영국의 BBC라디오는 전통 판소리에 EDM(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덧입힌 이날치의 노래를 “희한하게 익숙하면서, 아름답게 낯설다”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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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작국악밴드 ‘고래야’가 2020년 미국의 유명 음악 라디오 채널 ‘NPR Music(엔피알 뮤직)’의 프로그램 ‘Tiny Desk Home Concert(타이니 데스크 홈 콘서트)’에서 공연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NPR Music 유튜브 채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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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희문과 밴드 ‘프렐류드’가 선보인 앨범 ‘한국남자 2집’ 표지. 사진출처=예스24 누리집

국악을 활용해 새로운 음악세계를 여는 이들은 이날치뿐이 아니다. 창작국악밴드 ‘고래야’는 2020년 미국의 유명 음악 라디오 채널 ‘NPR Music(엔피알 뮤직)’의 프로그램 ‘Tiny Desk Home Concert(타이니 데스크 홈 콘서트)’를 통해 세계 곳곳에 이름을 알렸다. 또 거문고·해금·가야금과 강렬한 록(Rock)을 섞어 새로운 음악을 시도하는 ‘잠비나이’, 민요와 재즈를 결합한 이희문 등 여러 뮤지션들이 국악의 영역을 넓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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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TBC의 국악 크로스오버 경연프로그램인 ‘풍류대장,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의 주요 출연진. 사진출처=JTBC 누리집

TV 예능프로그램에서도 국악 열풍이 거세다. MBN은 ‘대한민국 최초 퓨전국악 오디션’이라는 간판을 내건 ‘조선판스타’를 8월 선보였다. JTBC도 국악 크로스오버(Crossover·서로 다른 음악 장르간 접목) 경연 ‘풍류대장, 힙한 소리꾼들의 전쟁’을 이달말 시작할 예정이다.

이처럼 최근 국악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며 대중 속으로 파고들고 있다. 국악에 현대적인 요소를 가미한 이러한 음악은 ‘신국악’ ‘창작국악’ ‘퓨전국악’ ‘조선팝’ 등으로 불린다. 그렇다면 국악의 크로스오버 움직임이 최근 들어 활발해진 이유는 뭘까.

고래야 등을 키워낸 안상욱 플랑크톤뮤직 대표는 “전세계가 SNS로 연결되면서 다른 이의 음악세계를 단순히 모방해서는 독창성과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는 시대가 왔다”면서 “그런 흐름에 따라 국내 음악인들이 세계적으로 덜 알려진 국악을 차용하는 사례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민요에서 서태지의 ‘하여가’, 신국악까지=국악의 종류는 다양하다. 민요·잡가·판소리와 같은 가락, 산조와 같은 연주곡, 농악과 같은 타악 협주곡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러한 전통국악은 시대의 흐름에 맞게 변화를 거듭해왔다.

1930∼1940년대에는 국악풍 대중가요 격인 신민요가 인기를 끌었다. ‘화류춘몽’ ‘어머님 전상서’ ‘청춘타령’ 등이 대표적이다. 1950년대에는 국악을 재즈 형식으로 편곡해 알토색소폰으로 연주한 이동기가 국악 크로스오버의 태동을 알렸다. 1985년에는 전통악기·전자악기·서양악기를 한데 모아 새로운 음악을 창조한 국악그룹 ‘슬기둥’이 대중의 사랑을 받았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1993년 댄스곡 ‘하여가’에서 태평소를 등장시키며 음악의 경계를 허물었다.

국악이 서양음악의 조력자 역할을 했던 과거와 달리 2010년 이후에는 점차 주인공으로서의 입지를 다졌다. 국악이 음악 전체 분위기를 지배하는 가운데 전자기타나 드럼과 같은 서양악기가 흥을 돋우는 식이다.

이승재 국립국악원 기획운영단 팀장은 “1960년대부터 시작된 정부 주도의 국악 세계화 정책, 엘리트 국악인을 양성하는 탄탄한 교육시스템, 여기에다 국내 음악산업 안에서 치열하게 경쟁해온 기획자의 역량이 맞물리면서 세계인에게 사랑받는 ‘신국악’이라는 결실을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국악이 가진 서사의 힘이 핵심=최근 유행하는 새로운 형태의 국악이 한때 유행으로 그칠 것이라는 걱정도 나온다. 국악과 서양음악을 섞는 경향을 막연하게 따라가려는 행태가 확산하고 있어서다. 한 음반 제작사 관계자는 “국악과 대중음악을 적절히 배합한 곡을 만들어달라는 지방자치단체와 정부기관이 급증하고 있다”면서 “국악의 독창성이 무뎌지고, 크로스오버 형식만을 따라가는 자기복제가 만연한다면 음악 소비자의 피로감도 점차 심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신국악이 오랫동안 사랑받으려면 국악의 본질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서인화 국립국악원 국악연구실장은 “유럽에서 공연을 해보면 장중한 궁중음악의 예술성에 청중이 탄복한다”면서 “지금 성공을 맛본 신국악 음악인 역시 정통국악의 기본기를 충분히 닦은 후 그 안에 깃든 해학·풍자·서사 요소를 활용하는 데 탁월한 역량을 발휘한 이들”이라고 말했다. 신국악의 생명력을 국악 고유의 서사에서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안상욱 대표는 “국악 가운데 판소리는 음악이면서 한편의 소설”이라며 “신국악에 시대를 읽는 서사가 짜임새 있게 갖춰진다면 세대를 넘는 보편성을 얻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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