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갈등 해법]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가족도 그렇다

입력 : 2021-05-03 00:00

최근 가족간 갈등이 심각한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부부싸움을 하다가 폭력 끝에 배우자를 사망케 한다든지 자녀에 대한 폭력과 방치 등으로 충격을 준 기사들이 심심찮게 쏟아지고 있다. 특히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가족이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아지면서
크고 작은 문제로 고민하는 가족들이 늘고 있다. 가족 갈등은 크게 부부간 갈등과 부모ㆍ자녀간 갈등으로 나눌 수 있다. 이에 가정의 달을 맞아 두 전문가를 찾아 가족 갈등의 양상과 해법을 물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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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원 정다원힐링센터 원장은 ‘시월드 리더십 아카데미’ ‘굿패밀리 부부상담클리닉’을 운영하며, 저서로는 <말투는 부드럽게 그러나 행동은 단호하게> <이혼하고 싶은 그녀들의 진짜 속마음> 등이 있다.

상대에게 바라는 점, 정확하게 전달하는 것이 중요

정다원 원장의 부부 갈등 해법

가족문제 부부관계 중심 풀어나가고 시부모에게 분명하게 독립선언 해야

작은 일도 상의해 자연스러운 동반육아를

 

# A씨는 남편의 생활습관이 늘 마음에 들지 않는다. 벗어놓은 신발은 항상 한쪽이 날아가 있고 매일 취해서 들어온다. 게다가 A씨는 최근 채식주의자가 됐지만 남편은 환경문제에 도통 관심이 없다.

# B씨는 결혼 때 전세자금 대부분을 지원했다고 간섭을 일삼는 시댁이 부담스럽다. 더 화가 나는 것은 내 편이 돼야 할 남편이 시어머니 편을 들며 중재 역할을 하지 못하는 것이다.

# C씨는 남편의 고집으로 둘째아이까지 낳았고, 육아를 위해 하던 일을 그만뒀다. 좋은 엄마가 되려고 열심히 공부해 분유와 기저귀도 좋은 것만 사지만 독박육아에 몸과 마음은 점점 지쳐만 간다.


부부관계 전문가 정다원 정다원힐링센터 원장(사진)은 부부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의 주된 원인으로 성격 차이와 양가 부모문제, 육아문제를 꼽았다.

우선 A씨처럼 성격 차이로 어려움을 겪는 경우엔 “서로가 싫어하는 것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신발을 정리해주면서 잔소리를 하면 아내는 표현했다고 생각하지만 남편은 들었어도 들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대화를 통해 싫어하는 것을 정확하게 이야기하고 남편도 몇시까지는 귀가하겠다는 약속을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가치관에 대한 생각을 상대에게 강요해서는 안된다”고 덧붙였다.

B씨와 같은 사례에 대해서는 이렇게 조언했다.

“시부모님에게는 분명히 감사의 뜻을 전하는 한편 새로운 가정을 이뤘으니 둘이서 헤쳐나가겠다는 ‘독립선언’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그리고 부모님이 아내를 공격하는 것은 자신을 공격하는 것과 같다는 생각을 남편이 가져야 해요. 남편의 가족 구성원은 아내와 자녀, 그리고 부모까지 포함되지만 아내는 남편과 자녀까지입니다. 가족은 ‘부부관계’를 중심으로 풀어야 해요.”

C씨 같은 육아문제는 ‘함께’가 해답이라는 설명이다. 정 원장은 “‘분유는 이 제품으로, 기저귀는 저 제품으로 사 와’ 하는 식으로 아내는 보통 남편에게 지시만 한다”며 “이런 경우 남편의 자발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힘들고 아이가 커서도 남편은 제3자 역할밖에 하지 못한다”고 지적했다. 대신 사소한 것 하나도 남편과 함께 상의해서 선택한다면 자연스러운 동반육아가 가능하다는 조언이다.

정 원장은 “부부관계가 힘든 것은 피해자만 있고 가해자가 없기 때문”이라며 “상담자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내가 저 사람 때문에 피해를 봤다’고 말하는 사람들뿐”이라고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소와 사자 부부 이야기를 예로 들었다. 소는 아침 일찍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싱싱한 풀을 가져와 사랑하는 남편 사자에게 준다. 사자는 풀이 싫지만 아내를 생각해서 먹기 싫은 풀을 ‘먹어준다’. 사자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싱싱한 고깃덩이를 사랑하는 소에게 먼저 준다. 소도 싫지만 참고 ‘먹어준다’. 그러다 어느 날 남겨진 풀과 고기를 발견하고는 서로에게 실망하고 상처받는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지 않는 상대방에게 더이상 사랑은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는 최선을 다했다고 착각한다. 서로가 원하는 것을 몰랐으니 노력하는 방법이 틀릴 수밖에 없다.

그래서 정 원장은 사랑의 기술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그 기술은 ‘진심 어린 대화’라는 원론적인 말이다. 상대방이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대화를 통해 서로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무엇보다도 연애를 ‘끝내고’ 결혼을 ‘시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연애할 때야 남자친구가 자신을 위해 돈을 쓰는 것도, 의견을 묻지 않고 리드하는 것도, 심지어 말싸움에서 지지 않는 것조차 멋있어 보일 수 있지만 결혼하면 얘기가 달라진다는 것이다. 결혼은 함께 항해하는 배에 탄 것이므로 함부로 돈을 써서도, 의견을 무시해서도, 말싸움에서 이기려고만 해서도 안된다는 설명이다.

그럼, 갈등의 골이 깊어진 상황에선 어떻게 해야 할까. 정 원장은 다시 신발 이야기를 꺼냈다.

“아내가 신발을 정리해주다가 여러차례 말을 해도 반복되면 화가 납니다. 처음에는 신발에 화가 났지만 나중에는 모든 것으로 확대되죠. 그때 시어머니에게서 전화라도 오면 ‘어머니는 왜 그렇게 자주 전화를 하시는 거야’로 이어지는 거죠. 대부분의 부부가 겪는 악순환입니다.”

정 원장은 이런 상황에서는 “화가 나 있을 땐 대화를 시작하지 않는 것이 핵심”이라고 짚었다. 상처가 도드라져 있을 때는 어떤 말도 들리지 않기 때문이다. 행복해할 때 왜 그때 화가 났는지 묻고 행동으로 옮겨야 한다는 얘기다. “대화를 통해 상대가 ‘듣고 싶어 하는 말’을 찾아 그 말을 해주세요. 결국 사랑의 기술은, 상대가 화낼 일을 하지 않겠다는 ‘존중과 배려의 마음’을 갖고 ‘진심으로 대화하는 것’뿐입니다.”

김도웅 기자 pachino8@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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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주 부모교육연구소장은 유튜브에서 ‘임영주 부모교육 TV’ 채널을 운영하고 있으며, 저서로는 <부모와 아이 중 한 사람은 어른이어야 한다> <엄마가 알려주는 아이의 말공부> <딸아 삶의 비밀은 여기 있단다> 등이 있다.

서로가 서로에게 독립해야…과거 원망에 묻혀선 안돼

임영주 소장의 부모·자녀 갈등 해법

정서적, 경제적 모든 부분서 분리돼야

어릴적 상처, 부모의 사과 받지 못한다면

상황 인정·감정 정리…앞으로 나아가길

 

남의 집 아이가 공부 안하고 놀러 다니면 “애들이 다 그렇다”며 관대할 수 있다. 하지만 정작 내 아이가 시험기간에 잠깐 휴대전화라도 볼라치면 잔소리부터 하게 되는 게 부모다. 머리로는 알아도, 가슴이 앞서게 마련인 부모·자녀 관계에서 갈등을 해결하는 더 나은 방법은 없을까? 부모교육연구소의 임영주 소장(사진)에게 부모·자녀간 갈등의 해법에 대해 물어봤다.

먼저 좋은 부모, 좋은 자식이 된다는 것은 어떤 뜻인가 하는 질문에 임 소장은 “결국 답은 같다”며 “좋은 부모가 된다는 것은 자식을 어른으로 독립시키는 것이고, 좋은 자식이 된다는 것도 어른으로서 독립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때 독립이란 정서적·경제적인 모든 부분을 말한다.

임 소장은 “많은 부모가 자식과 자신을 분리하지 못하고 자식이 자신의 마음같이 해주기를 바란다”며 “머리로는 ‘자식은 내가 아니다’라고 생각하면서도 무의식적으로 동일시한다”고 덧붙였다. 자식에게 경제적으로 도움을 주면서 자식의 일에 간섭하거나, 역으로 자식이 부모에게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도 마찬가지 이유에서다.

“부모와 자녀가 서로에게 바람이 없을 순 없겠죠. 그렇지만 어른이 된다는 것은 버릴 건 버리고 줄일 수 있는 건 줄이는 거예요. 즉, 그 바람의 적정선을 찾아가는 게 어른이 되는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아이는 그게 안되니까 떼를 쓰며 마트에서 드러눕는 거잖아요. 그런데 어른이 뭐 사고 싶은데 카드 한도 초과됐다고 어디 드러눕나요?”

분명 부모는 그 나름대로 열심히 키운 자식인데, 부모에게서 받은 상처가 없는 사람이 드물다는 것도 부모·자녀 관계의 아이러니다.

임 소장은 “아이가 뭔가 잘못했을 때 ‘속상했겠다’고 공감해주는 대신 ‘왜 이것밖에 못하느냐’며 다그치는 반응부터 먼저 나왔던 부모는 아이가 세상에서 살아남을 수 있도록 뭐라도 가르쳐주고 싶었던 마음이었을 수 있다”고 말을 이어갔다.

사실 부모·자녀간에 갈등이 있을 때 부모가 평정을 유지하기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한창 사춘기인 아이가 부모한테 “내 방에서 나가요!” 하면 부모 입장에서야 어처구니없지 않겠는가.

“이때 부모가 ‘아이고 방주인님, 집주인은 이제 그만 나가보겠습니다’ 하고 유머러스하게 상황을 피해주는 여유가 있다면 좋겠죠. 근데 아시겠지만 이건 부모·자녀간 갈등 해법에서 난이도가 낮은 편에 속하는 경우죠.”

성인이 된 부모와 자녀 사이에서 곪아버린 갈등에 접근하는 방법은 좀더 조심스럽다. 자식이 지난 과거에 대해 부모로부터 사과받고 싶어 할 때 “미안하다, 내가 몰라서 그랬어”라고 말하는 부모는 많지 않다. 부모 입장에서도 ‘너는 크면서 내 속 안 썩였니’ 하는 생각이 치밀어오르지 않겠느냐는 것.

그래서 임 소장은 부모에게서 ‘미안하다’는 말이 안 나오면 자식도 그 상황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좋다고 조언한다. 부모와 자식이 생각하는 사과의 방식이 다를 수 있어서다.

“내가 원하는 말 대신 ‘너나 자식 잘 키워’ ‘너나 잘해’ 이런 말이 나오기도 하죠. 근데 이게 자식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말을 그렇게밖에 할 수 없는 그 부모의 한계인 거예요.” 또 부모의 ‘너 같은 자식 낳아서 키워봐’란 말에 욱하기보다는 부모가 얼마나 고됐을지 생각하고 인정해보자고도 덧붙였다.

임 소장은 부모·자녀 갈등 해결의 실마리는 결국 ‘성숙한 어른으로서 누가 먼저 이 감정을 정리할 것인가’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마무리했다. 만일 지나간 과거에 문제가 있었다 해도 과거는 과거일 뿐이다. 과거의 원망이 현재를 집어삼켜서는 안될 노릇이다. 어른이 된 나와 그때의 어린 나는 사실 다른 존재니 말이다.

이연경 기자 worl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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