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도심공원 꽃·나무 많아 벌 키우기에 좋은 환경”

입력 : 2020-04-06 00:00
울산에서 도시양봉을 하는 손수갑씨(65·왼쪽)와 아들 손진화씨(38)가 벌의 건강상태를 확인하고 있다.

‘도시양봉 8년차’ 손수갑씨

편도암 수술 후 2013년부터 시작

벌, 작물 수정 도움…이웃도 좋아해 “꿀 뜨는 날엔 식구들 다 모여 만끽”
 



주택단지가 자리한 울산 중구 성안동의 한 야산. 그야말로 주민들의 동네 뒷산인 이곳엔 손수갑씨(65)가 일구는 작은 텃밭농장이 있다. 건축설비업을 하던 손씨가 생업에서 은퇴하고 나서 소일거리 삼아 흙냄새를 맡는 곳이다. 농장에 들어서니 대조적인 두 풍경이 눈에 띈다. 농장 한편을 차지한 수십여개의 벌통들과 그 너머 지척에 보이는 울산혁신도시의 빌딩들이다.


“저기 혁신도시에 가로수가 있는데 거기까지 우리 벌들이 날아가요. 요즘 도시엔 어딜 가든 공원이 있고 꽃이랑 나무들이 많잖아요. 오히려 도시가 벌을 키우기에 괜찮은 점들이 많아요.”

손씨가 도시에서 양봉을 시작한 건 2013년. 편도암 수술과 40차례에 가까운 방사선 치료를 받은 뒤였다. “좋은 꿀을 먹으면 기력 회복이 빠를 것”이란 의사의 말에 꿀을 사먹다가, 직접 벌을 치는 일에까지 관심을 두게 됐다고.

“내가 먹고 내 가족이 먹을 꿀인데, 이왕이면 무공해로 만들어보자고 해서 직접 해본 거죠. 처음엔 경북 포항에서 양봉하는 친구한테 벌통 3개를 분양받았어요. 첫해에 3통을 18통으로 늘리고, 그렇게 시작했던 게 지금까지 계속 이어져온 거죠.”

벌통을 들여놓기 전엔 고추·고구마를 심던 작은 텃밭이었다. 그런데 벌을 치다보니 이만큼 양봉을 하기에 좋은 자리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제가 벌을 치니까 주변 사람들이 좋아해요. 벌들이 이웃텃밭의 작물들을 수정시켜주니까요.”

다만 도시에서 양봉할 땐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특히 겨우내 잠을 자던 벌들이 2월쯤 되면 몸속의 배설물을 탈분하러 나오는데, 이때 널어놓은 빨래나 주차한 차량에 배설물이 묻어 민원이 종종 발생하곤 한다.

도시양봉을 한 지 어언 8년차인 손씨에 따르면 ‘벌을 치려면 시내에서 최소 300m 이상은 떨어진 곳’에서 하는 게 좋다. 그러면서도 ‘800m 안쪽으로 밀원이 많은 곳’이면 아주 적합한 장소란다. 밀원으론 아카시아·밤나무가 좋다. 벚나무도 그다지 꿀이 많이 나오는 밀원은 아니며, 소나무가 많은 곳은 썩 좋은 장소가 아니다.

그런데 사실 도시양봉에선 밀원이 그리 중요한 요소는 아니다. 취미 삼아 내가 먹을 만큼만 해보면서, 농사의 가치를 깨닫는 즐거움만 누려도 충분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양봉은 기후 여건에도 많은 영향을 받는다. 급작스러운 돌풍에 꽃이 우수수 떨어져 그해 꿀농사를 망치는 경우도 많다. ‘잘’ 하려는 것보단 ‘재미’를 위해 하는 것이 딱 알맞다.


“꿀 뜨는 날엔 집안 식구가 다 모여요. 그때 꿀이 줄줄 흐르는 거 보면 기분이 얼마나 좋은데요. 애들한텐 살아있는 교육도 되고 좋지요. 이것 때문에 건강도 많이 나아졌고, 요즘은 꿀벌들 보는 재미로 삽니다.”

울산=이현진 기자 abc@nongmin.com,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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