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농업] 씨앗이 한접시 요리로…이 맛에 텃밭 앞으로!

입력 : 2020-04-06 00:00 수정 : 2020-04-07 00:01
도시농부 김인혜씨(가운데)가 두 자녀와 함께 경기 과천 주말농장에서 상추 모종을 심고 있다.

8년차 도시농부 김인혜씨의 봄맞이

과천 주말농장 아이들과 함꼐 가꿔

날 풀리면 퇴비 뿌려 땅 깨우고 각종 모종·씨앗 작기 맞춰 심어 농번기엔 일주일에 3일 ‘발도장’

어린 푸성귀·뿌리채소·당근잎 등 직접 키워야 맛볼 수 있는 식재료로 별미 만들어 먹는 재미에 푹 빠져

SNS로 농사 경험 공유…책도 발간
 


“농촌에 살지 않아 농부가 될 수 없다”는 말은 핑계가 된 지 오래다.

도시에 살면서 텃밭을 일구고 양봉하는 도시농부를 쉽게 찾아볼 수 있어서다.

땅이 깨어나고 생명이 움트는 4월, 도시농부들의 손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베테랑 도시농부들의 봄맞이 현장에서 농사짓는 즐거움과 보람, 농사의 가치를 들어봤다.

텃밭달력, 병해충 예방법 등 초보 혹은 예비 도시농부들이 알아두면 좋을 정보도 살펴봤다.

 

(왼쪽부터) ① 김씨가 솎음질 작업을 할 때 뽑아낸 작은 순무·당근 등 각종 뿌리채소로 만든 구이와 스테이크.
② 다양한 허브와 잎채소, 방울토마토로 만든 일명 ‘푸성귀 왕창 파스타’. ③ 김씨가 즐겨 심는 허브류인 로즈메리.


아파트 단지가 밀집한 경기 과천시엔 ‘텃밭 아파트 단지’가 있다. 16.5㎡(5평) 규모의 작은 텃밭 수십개가 옹기종기 모여 있는 문원동. 도시농부들이 입주한 주말농장이다. 겨우내 닫혔던 주말농장 문이 봄을 맞아 활짝 열렸다. 도시농부들도 기지개를 켤 때다.

날이 부쩍 포근해진 4월 초입, 8년차 도시농부 김인혜씨(40)도 두 자녀를 데리고 상추와 로즈메리 모종을 심으러 밭을 찾았다. 텃밭에서 차로 14분 정도 떨어진 서울 서초구에 사는 그는 “말이 ‘주말’농장이지 농번기엔 일주일에 3일씩 텃밭에 상주한다”며 웃었다. 김씨의 한 손엔 호미, 다른 한 손엔 집에서 챙겨 온 간식거리가 들려 있었다.

“매년 11월말 배추 수확을 끝내면 ‘다시는 농사 안 지어야지’ 다짐해요. 너무 힘들어서요. 그런데 겨울을 보내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 주말농장 개장일만 손꼽아 기다리게 되더라고요.”

이미 2월부터 텃밭 가꿀 생각에 가슴이 설렜다던 김씨는 농장을 열기 무섭게 달려와 퇴비를 충분히 뿌려놨단다. 잠든 땅을 흔들어 깨우는 작업이다. 퇴비와 흙을 골고루 섞어 농사짓기 딱 좋은 땅으로 만든 것. 김씨가 호미로 땅을 파자 딸 허예니양(11)과 아들 허로건군(10)이 상추모종을 심고 물을 뿌렸다. 기저귀 차고 맨발로 텃밭 위를 뛰어다니던 아이들은 이제 어엿한 조수가 됐다.

호미질을 거듭할수록 점점 초록빛으로 물들어가는 텃밭을 보며 김씨는 올해엔 무얼 심을지 줄줄 읊었다. 갖은 작물이 들어찰 텃밭을 상상하기만 해도 콧노래가 절로 나온단다. 노동요가 따로 필요 없다.

“다음번에 올 땐 이쪽에 브로콜리랑 양배추를 심을 거예요. 감자와 완두콩은 저쪽에. 콩 사이사이엔 래디시를 심고…. 노랑주키니, 콜리플라워, 각종 허브는 주변 텃밭 어르신들께 한번 맛보시라고 드릴 거예요.”

이러한 작물은 김씨의 노력과 시행착오를 먹고 자란다. 김씨는 농사 지식을 습득하고자 서울시가 운영하는 시민정원사 과정을 수료하는 등 발품을 팔았다. 그래도 실전에선 서투를 수밖에 없었다. 무 농사에 처음 도전했을 땐 씨 뿌린 게 아까워 솎아내질 않아 제대로 큰 작물을 하나도 수확하지 못했단다.

도시를 떠나 살아본 적 없는 그가 텃밭의 매력에 빠진 ‘프로 도시농부’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바로 직접 농사지어야만 맛볼 수 있는 별미 때문이다. 덜 자란 푸성귀, 당근잎, 솎음 수확한 뿌리채소 등은 텃밭엔 차고 넘치지만 시장에선 찾기 쉽지 않다.

“파스타를 삶아 어린 상추, 루콜라, 바질을 올리고 드레싱을 넉넉히 뿌리면 상큼한 냉파스타가 돼요. 당근잎은 튀기면 얼마나 맛있는데요. 솎음 수확한 뿌리채소는 완전히 다 자란 것보다 식감이 부드럽고 모양도 깜찍하죠. 버터에 살짝 구워서 스테이크에 곁들이니 채소 싫어하는 아이들도 잘 먹어요.”

지인의 권유로 도시농부가 됐다는 김씨는 이제 직접 텃밭 가꾸기의 즐거움을 전파한다. 블로그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꾸준히 농사 이야기를 공유하며 올 2월엔 농사 경험을 정리한 책 <작은 텃밭 소박한 식탁>을 출간했다. 책엔 텃밭 작물을 이용한 자신만의 요리법도 담았다. 땀 흘려 키운 작물을 남김없이 먹고자 노력하다 보니 요리를 더욱 좋아하게 됐다는 그는 마음만 먹으면 어디에 살든 상관없이 농부가 될 수 있다고 말한다.

“텃밭에서 식탁까지, 작은 씨앗이 한접시의 음식이 되기까지 그 과정을 오롯이 경험하는 건 정말 특별한 일이에요. 도시에 산다고 포기하지 마세요!”

과천=김민지, 사진=김덕영 기자 viv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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