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르신 스포츠] 老는 게 제일 좋아

입력 : 2019-11-25 00:00 수정 : 2019-11-25 23:40

전남 구례 한궁교실

투호·국궁·다트 등 융합한 생활체육 표적판 중앙에 가깝게 맞출수록 고득점

한궁 즐기는 지역어르신 늘자 협회 만들어 교실운영 2년째…자세교정 큰 도움

함께 모이면 웃음꽃 ‘활짝’ 마음도 건강
 


“구구팔팔(9988)!”

누구나 한번쯤 술자리에서 들어봤을 법한 이 건배사, ‘99세까지 88(팔팔)하게’란 뜻이다. 문자 그대로의 ‘100세 시대’가 가까워지며 그저 장수하는 것이 아닌 ‘건강하게 오래 사는 법’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노년의 건강관리를 위한 ‘어르신 스포츠’가 주목받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새벽 기온이 영하로 떨어져 동장군의 위세를 느끼게 한 20일. 전남 구례군 노인복지회관 강당엔 30여명의 어르신들로 북적였다. 밤사이 살얼음이 얼었지만 바깥 추위에는 아랑곳없이 강당은 열기로 후끈했다. 구례군한궁협회가 운영하는 한궁교실에 인근 어르신들이 모여 서로 기량을 뽐내는 중이었다.

“자, 준비하시고 여성팀 먼저 나오세요.”

삼삼오오 모여 안부를 주고받던 어르신들이 순식간에 조용해지더니 할머니들이 일제히 앞으로 나와 일렬로 섰다. 눈초리는 어느새 매섭게 변해 앞쪽에 세워져 있는 표적판을 뚫어지게 쳐다봤다. 숨소리 하나 들리지 않는 고요함을 가르며 호루라기 소리가 울리자 할머니들은 일제히 손에 들고 있던 핀을 던지기 시작했다.

‘타닥타닥’ 핀이 표적판에 부딪치는 소리만 강당에 가득했다. 일렬로 선 할머니들이 다섯개의 핀을 모두 던지고 나자 마치 정지된 영화가 다시 시작된 것처럼 여기저기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터져 나왔다. 잠시 후 할아버지들의 경기가 시작됐고 똑같은 장면이 재현됐다.

이들이 열중하고 있는 운동은 일명 한궁. 전통놀이인 투호와 활쏘기(국궁), 서양의 양궁과 다트의 장점만을 융합해 만든 경기다. 손으로 핀을 던져 표적판을 맞추는데, 오른팔과 왼팔을 번갈아 던진 뒤 점수를 합산한다. 양궁처럼 핀을 과녁 정중앙에 가깝게 맞출수록 점수가 높아진다.

이곳 한궁교실은 매주 수요일과 금요일에 열린다. 매번 남자팀과 여자팀으로 나눠 경기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참여하는 사람들의 긴장감도 높이고 보다 진지하게 임하면서 재미도 느끼게 하기 위해서란다.

구례군에 어르신들을 위한 한궁교실이 생긴 것은 2년 전. 구례군노인회를 통해 알음알음 한궁을 배우는 어르신들이 생겼는데, 그 수가 늘자 아예 단체(협회)를 만들고 한궁교실을 열었다. 크게 힘들이지 않으면서도 충분히 운동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특히 어르신들에게 적합해 인기가 많다는 것이 최성실 구례군한궁협회장의 설명이다.

“나이 들면 힘든 운동은 하기 어려워요. 잘못하면 오히려 다치기나 하지. 나도 젊어서는 유도를 했는데 이제는 못해. 어르신들에게는 그에 맞는 운동이 있는데, 이 한궁이 딱 그런 운동이에요. 큰 힘 들이지 않으면서도 몸의 균형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거든.”

좋은 점수를 얻기 위해서는 똑바로 서서 몸이 흔들리지 않은 채로 핀을 던져야 한다. 그만큼 한궁을 하면 하체의 근력이 강화될 수밖에 없다. 또 왼손 오른손을 번갈아가며 사용하므로 몸의 좌우 균형이 바로 잡히는 등 흐트러진 자세를 교정하는 데도 좋다고 한다.

유정자씨(74)는 “평소에 허리가 굽어져 있어서 보기가 싫고 운신하기도 힘들었는데 한궁을 시작하고서 허리가 많이 펴졌다”고 했다. 2년 동안 꾸준히 한궁교실에 나와 운동하면서 허리를 꼿꼿이 펴는 등 자세 바로잡기 연습을 했더니 실제로 허리가 많이 펴졌다는 것이 유씨의 말이다.

꾸준히 한궁을 하면 정신건강에도 좋다고 회원들은 한목소리를 낸다. 다 같이 모여 함께 운동하고, 시합도 하고, 가벼운 내기까지 하다보면 그 즐거움이 일상생활에까지 그대로 이어진다는 것.

“여기 모이면 웃음이 끊이질 않아요. 운동하러 와서 사람들 만나서 웃고 재미있으니까 몸뿐 아니라 마음도 건강해지는 거 같아요. 게다가 나는 원래 몸이 약해서 집안일도 잘못하고 그랬는데 운동하면서 체력이 좋아져서 요즘에는 일도 잘해요. 그러다보니 짜증도 덜 나고 사는 게 즐거워진 거죠. 그래서 사람은 운동을 해야 하나 봐요.”

한궁교실에서는 어린 축에 속하는 한명자씨(65)의 이야기다. 건강한 몸에 건강한 정신이 깃든다는 오래된 경구가 떠오르는 현장이었다.

구례=이상희, 사진=김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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