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마당] ‘막판 뒤집기’ 두산, 기적을 만들다

입력 : 2019-10-05 14:07 수정 : 2019-10-12 15:41
1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9 프로야구 NC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정규시즌 우승을 거머쥔 두산베어스 선수들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스포츠마당] 프로야구 정규시즌 결산

8월 중순 이후 무서운 뒷심 발휘 45일 사이 3위서 9경기차 극복

NC와 최종 경기서 이겨 우승 2년 연속 한국시리즈 직행

SK는 승률 0.615로 같지만 상대 전적에 밀려 2위로

다행히 막판 타선 살아나 포스트시즌 경기 청신호

 

‘미라클 두산’이 프로야구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뒤집기에 성공, 한국시리즈에 직행하며 우승 탈환을 노린다. 반면 SK와이번스는 정규시즌에서 4개월 이상 지킨 선두를 내주며 엄청난 충격에 휩싸였지만 포스트시즌에서 자존심 회복과 함께 챔피언 2연패에 도전한다.


우선 양팀의 드라마와 같았던 정규시즌을 되돌아보며 한국시리즈까지 그 흐름을 전망해보자. 두산베어스는 1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다이노스와의 경기에서 역전승을 거두며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했다. 그 경기 결과에 따라 순위가 뒤바뀐 SK는 결국 가슴을 치며 눈물을 흘렸다. 양팀은 똑같이 88승1무55패, 승률 0.615로 동률을 이뤘지만 두산이 SK와의 상대전적에서 9승7패로 앞서 있었기에 정규시즌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놀라운 점은 45일 사이에 9경기 차이를 뒤집고 정상에 오른 경우는 국내 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라는 데 있다. 두산의 엄청난 저력이다. 두산은 8월 중순까지만 해도 선두 SK에 9경기 뒤져 있었다. 2위 키움히어로즈에도 1.3경기 차이로 뒤진 3위였다. 그러나 정말 낮은 확률을 뚫고 로또 같은 정규리그 우승을 가져갔다.


9월 들어 SK의 침체를 틈타 승수를 쌓았고 ‘눈덩이효과’처럼 연승이 이어졌다. 역전 가능성이 보이자 선수단 전체에 도파민이 가득 차며 평상시보다 흥분과 기대감으로 활력이 넘쳤다. 그 힘이 모여 경기력에 큰 영향을 끼쳤다.


또한 상대적으로 약자를 응원하는 ‘언더독효과’와 1등의 뻔한 독주보다는 재역전을 기대하는 주변의 기대에도 충실히 부응하며 기적을 만들었다. 사실 두산은 기적의 유전자(DNA)가 있는 팀이다. 1995년 시즌 막판 무서운 뒷심으로 6경기 앞섰던 LG를 0.5경기차로 제치고 정규시즌 우승을 확정 지었고, 여세를 몰아 한국시리즈에서도 롯데를 물리치고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2001년과 2015년에는 3위로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준플레이오프·플레이오프·한국시리즈의 대장정을 거쳐 대망의 우승컵을 들어 올렸다. 포스트시즌 3단계를 모두 거쳐 우승한 팀 역시 두산밖에 없다.


역대 기록을 보면 한국시리즈 직행팀의 우승확률이 90%에 이른다. 그만큼 두산의 이번 한국시리즈 우승 가능성은 매우 높다. 하지만 명심해야 할 게 있다. 지난해 정규시즌 1위 두산은 당시 한국시리즈 무대에서 SK에게 일격을 맞고 우승컵을 내준 아픈 기억이 있다. 다시 그런 실패를 맛보지 않으려면 도전자의 동기의식을 계속 유지해야 한다. 도파민이 과다하게 분출된 후에는 필연적으로 에너지의 공백이 생기고 ‘텐션(긴장)’이 저하되는 시기가 온다. 만약 휴식기간 동안 필요 이상으로 기쁨에 안주하고 취한다면 지난해와 똑같은 실패를 경험할 수 있다.


SK는 아쉽게 정규시즌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다. 현재 그들에게 필요한 것은 ‘망각과 회복’이다. 정규시즌 우승을 확신하던 상황에서 강제로 끌려 내려온 충격은 선수단 전체에 우울과 무기력을 안겼다. 그러나 1년 농사에 실패했다고 자책만 한다면 플레이오프에서 제힘을 발휘할 수 없다. 빨리 상실감을 털어내야 한다. 선두권을 형성하던 3위 키움의 전력도 만만치 않다.


고무적인 건 9월 들어 무뎌진 SK의 발톱이 시즌 막판에 이르러 날카로워졌다는 것이다. SK의 최대 강점인 선발진의 강인함은 확인됐다. 김광현과 앙헬 산체스가 건재한 가운데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외국인 투수 헨리 소사도 완벽히 부활했다. 플레이오프에 나서는 SK에게 이들 3인방의 존재감은 든든하기만 하다. 무엇보다 타선의 회복이 반갑다. 차갑게 식어 있던 방망이가 시즌 막판 극적으로 살아났다. 제이미 로맥이 연속경기 홈런으로 부활의 신호탄을 쏘았고 김강민·박정권 등 베테랑들도 홈런포를 가동하며 가을 사나이의 면모를 되찾았다. 최정과 한동민마저 깨어난다면 포스트시즌에서의 한판승부에 승산이 있다.


어차피 우승은 한국시리즈에서 결판이 난다. 플레이오프 과정을 거치더라도 한국시리즈에서 비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사실을 바로 지난해 SK가 스스로 증명한 바 있다. 2019년 SK의 가장 필요한 롤모델은 바로 2018년 SK임을 떠올리면 된다. SK는 여전히 강팀이며 우승확률 또한 높다. SK가 플레이오프에서 한국시리즈로 진격한다면 지난해에 이어 두산과 2년 전쟁의 마지막 진검승부를 펼칠 것이다. 과연 최후의 순간 누가 웃을지 관심을 모은다.


배우근<스포츠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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