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짓기] 좋은 집 지으려면 지식보단 경험이 중요

입력 : 2019-09-27 00:00
좋은 집을 지으려면 많은 집을 보고 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 ‘내가 살고 싶은 집’을 지을 수 있다.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끝 살기 전까진 알 수 없는 것이 집이다

어떻게 살 것인지 고민도 해야

집짓기 전 발품 팔아 정보 얻고 설계는 최소 6개월 정도 잡아야



집을 지으려는 대다수 건축주는 짓고 싶은 집을 마음속에 이미 정해놓고 있다. 우연한 기회에 혹은 여행 중에 본 주택에 마음을 빼앗겼거나 어릴 적 꿈꾸던 집이거나 잡지 등에 소개된 집에 꽂히거나 한다. 그렇게 결정된 집을 짓기 위해 제일 먼저 서점으로 달려가 주택에 관련된 책을 모으고 그다음은 건축박람회에 간다. 하지만 내가 지을 집이 목조주택인지 스틸하우스인지를 알고, 집에 들어가는 창과 문의 종류에 대해 안다고 해서 자신이 지을 집에 대해 다 아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런 믿음 때문에 ‘집 짓다가 10년 늙는’ 경험을 하게 된다.

‘경험만큼 좋은 스승은 없다’는 말이 있다. 머리로만 이해하는 단순한 지식이 아닌, 직접 경험을 통해 오감(五感)으로 느껴야 진정으로 자기 것이 된다는 말이다. 집 역시 마찬가지다. 집에는 내가 직접 지어보기 전까지 알 수 없는 것들에는 있다. 그리고 그 집에서 살아보기 전까지는 결코 알 수 없는 것들이 있다. 이런 까닭에 집은, 건축주가 아는 만큼 지어진다고 하는 것이다.

집짓기의 몇몇 공정이나 자재에 대해서 안다는 것이 집을 짓는 데 얼마나 도움이 될까? 도움이 안된다. 건축주가 안다는 것은 실은 자신이 듣고 싶은 것만 듣고, 자신이 보고 싶은 것만 보는 ‘나무만 보고 숲은 못 보는 우(愚)’를 범하는 경우가 태반이다. 소위 집 짓고 10년 늙었다는 건축주를 만나보면 하나같이 이런 경우다. 자신이 짓고 싶은 집에 대해 매우 피상적으로 알았다고 그들은 말한다.

집에 대해 안다는 것은, 집을 알되 그것이 단순한 지식이 아니라 자신의 삶 전체를 통해서 집을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자신이 짓고 싶은 집에 대해 인문학적으로, 즉 집이 자신에게 무엇이며 그 집에서 어떻게 살 것인지 그리고 어떻게 죽을 것인지 답할 수 있어야 한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 했다. 이 말을 집과 연관해보면 ‘집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그 어떤 집도 멀리 떨어져서 보면 다 보기에 좋다. 그러나 가까이서 들여다보면 멀리서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고, 그 안에 사는 건축주를 만나보면 ‘죽을 운이 들어야 집을 짓는다’는 옛말이 그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다. 희극이 비극으로 바뀌는 순간이다.

자신이 짓고 싶었던 집이 비극으로 바뀌게 하지 않으려면 두가지를 실천하면 된다. 첫째, 발품을 열심히 팔아라. 건축박람회를 많이 가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제 손으로 집 짓고 사는 사람들을 가능하면 많이 만나서 보고 들으라는 뜻이다. 그 집이 자신이 짓고 싶은 형태의 집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둘째, 집 짓는 기간을 길게 가져라. 그중에서도 특히 설계하는 데 최소한 6개월 길면 1년이 좋다. 집에 문외한인 건축주의 생각은 아침저녁으로 변하고 바뀐다. 마음이 바뀔 만큼 바뀔 충분한 시간이 건축주에게 필요하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노안(원시)이 찾아온다. 가까운 것은 보지 말고 멀리 보고 살라는 자연의 섭리다. 집 역시 마찬가지다. 인생이라는 긴 여정 속에서 바라봐야 한다. 이것이 집이다.

필자가 ‘어떤 집에서 살 것인가’라는 주제로 지금까지 쓴 칼럼을 딱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면 ‘집은 작을수록 좋고, 2층보다 단층이 좋고, 단순할수록 좋다’이다. 어떤 집을 짓든 이것을 잊지 말자.

김집<건축가, ‘내집 100배 잘 짓는 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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