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돋보기] tvN ‘아스달 연대기’

입력 : 2019-06-26 00:00
상고사를 바탕으로 한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 포스터.

‘미드’ 떠오르는 낯선 사극의 출현 글로벌 시대 어울리는 신선한 도전

미국 드라마 ‘왕좌의 게임’ 유사 논란

영상과 세계관 참조 가능성 있어도 신화·문화인류학 기반한 독자 작품

서구 영상물 영향에 무국적성 뚜렷 색다른 진행방식으로 호불호 엇갈려

해외 시청자 확보는 더 유리할 수도



tvN 드라마 <아스달 연대기>는 시작 전부터 여러모로 기대를 모은 작품이다. <선덕여왕> <뿌리 깊은 나무> <육룡이 나르샤> 같은 명품 사극을 쓴 김영현·박상연 작가의 작품인 데다, <미생> <시그널> <나의 아저씨>로 연전연승의 연출을 보여준 김원석 감독이 손을 잡았기 때문. 여기에 송중기·장동건·김지원·김옥빈 같은 쟁쟁한 배우들이 포진됐고, 제작비 또한 400억원 이상이 들어갔다. 무엇보다 사극에서는 거의 시도되지 않았던 상고사를 소재로 했고, 넷플릭스가 사전 배급투자해 전세계에 동시방영하게 됐다. 이러니 기대감이 생기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큰 기대에는 그만큼의 부담이 따르기 마련이다. 특히 역사 이전의 상고사를 다룬다는 건 상당한 도전이 아닐 수 없다. 이러한 사극은 참조할 만한 것이라곤 신화 정도가 전부다. 그러니 이 작품이 의지할 수 있는 건 이미 해외에서 만들어진 신화나 판타지를 배경으로 한 작품들일 수밖에 없다. 그중에서도 <아스달 연대기>를 본 시청자들이 머릿속에 떠올리는 작품은 전세계적으로 사랑받은 미국 드라마인 HBO <왕좌의 게임>이다. 시즌8로 시리즈를 마친 이 작품은 허구의 세계인 웨스테로스대륙의 일곱왕국이 왕좌를 차지하기 위해 벌이는 치열한 싸움을 다룬다. 허구의 세계지만 그 안에는 서구의 다양한 판타지들이 들어가 있다. 아서왕과 마법사 멀린의 전설이라든가, 용과 기사의 이야기 같은 것들 말이다. 반면 <아스달 연대기>는 그처럼 허구의 세계를 만들어낼 이야기 재료가 거의 없었다고 봐야 한다. 그러니 해외 작품이 구축해놓은 가상의 세계들을 참조할 수밖에 없지 않았을까.

바로 이 점이 <아스달 연대기>에 대한 비판의 소지가 됐다. 해외 작품과 너무 비슷한 의상과 배경들은 이 작품이 <왕좌의 게임>을 베낀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몰고 왔다. 물론 외적인 요소들에 대해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스달 연대기>의 이야기는 <왕좌의 게임>과는 다르다. <아스달 연대기>는 단군신화를 바탕으로 나라와 문명이 어떤 희생 속에서 생겨났는가를 그린다. 신화 이외에 가진 것이 없는 <아스달 연대기>가 문화인류학을 소재로 활용한 것이다. 문화인류학에서 자주 다루는 질문 중 하나는 ‘왜 어떤 종족은 부족으로 남은 반면, 어떤 종족은 나라를 세우게 됐는가’이다. <아스달 연대기>는 고조선의 건국이라는 소재를 이 문화인류학적 접근으로 풀어내려 했다.

결코 쉽지 않은 도전일 수밖에 없었다. 일단 지금껏 가보지 않은 길이라는 점에서 낯설었다. 게다가 그 낯선 빈 지대를 채우는 과정에서 여러 서구 영상물을 참조하면서 드라마는 상당 부분 탈국적성을 띠게 됐다. 우리의 이야기인지 알 수 없게 돼버린 것이다. 그 결과 시청자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었다. 새로운 시도를 참신하게 보는 이들이 있는 반면, 낯선 소재가 주는 어색함을 불편하게 보는 시각이 생겨났다.

전체 18부작, 6부작씩 모두 3파트로 구성된 <아스달 연대기>는 첫파트인 ‘예언의 아이들’ 편을 마무리 지었다. 그리고 아직 확실한 성공도 실패도 장담할 수 없는 애매한 성적과 반응을 남겼다. 하지만 <아스달 연대기>의 성취가 그렇다고 해도 그 시도의 필요성은 분명했다고 본다. 이미 넷플릭스를 통해 서구의 다양한 콘텐츠들이 실시간으로 국내 시청자들을 글로벌 시청자로 만들고 있는 상황에서 사극이 언제까지 조선시대·고려시대만을 다룰 수는 없는 법이다. 어쩌면 역사 이전의 내용이라 확고한 민족적 색깔이 드러나지 않는 상고사의 ‘무국적성’이 글로벌 콘텐츠 시대에 적합한 요소일지도 모른다. 따라서 시청자들이 그 낯선 방식에 익숙해지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겠지만, <아스달 연대기>의 도전은 시도해볼 만한 가치가 충분했다고 본다. 이러한 움직임이 향후 우리 콘텐츠가 세계로 뻗어나가는 과정의 한 부분이 되길 기대해본다.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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