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돋보기] ‘기생충’, 한국 영화 100주년 ‘황금종려상’ 품다

입력 : 2019-06-12 00:00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에 이어 국내에서도 흥행가도를 달리고 있는 영화 ‘기생충’ 포스터.

반지하 거주 전원 백수인 기택네

지상 대저택에 사는 박 사장 가족 만나면서 생겨나는 파열음 다뤄

韓 최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봉준호 감독 ‘정점 보여준 작품’

개봉 8일 만에 500만 관객 돌파

우리 식의 실험과 해석 거듭해온 한국 영화 100주년에 뜻깊은 결과
 



이제 한국 영화가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는다는 것은 그리 놀랄 만한 일이 아니다. 1961년 베를린영화제에서 강대진 감독의 <마부>가 특별 은곰상을 수상한 이래, 1994년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이 베를린영화제 알프레드 바우어상을, 2002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칸영화제 감독상을, 또 같은 해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베니스영화제 감독상을 차지한 바 있다. 김기덕 감독은 <사마리아>로 베를린영화제 감독상, <빈집>으로 베니스영화제 감독상, <피에타>로 베니스영화제 황금사자상 등을 받았다. 박찬욱 감독은 <올드보이>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박쥐>로 칸영화제와 베를린영화제에서 연거푸 상을 휩쓸었다. 그러니 한국 영화의 국제영화제 수상이 뭐 그리 놀랄 일일까. 

그런 와중에도 봉준호 감독의 이번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은 그 의미가 사뭇 다르다. 칸영화제가 우리 영화에 황금종려상을 안겨준 건 처음인데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정점을 보인 작품이라는 점에서 그렇다.

<기생충>을 살펴보자면 일단 여느 영화제 수상작들과 다르게 ‘재미’가 있다. 지금껏 국제영화제에서 상을 받은 작품들이 대중성까지 갖춘 경우는 드물었다. 그 때문에 항간에는 ‘영화제 수상작은 지루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기생충>은 칸영화제가 인정한 작품이면서도 대중적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다. 이를 증명하듯 입소문을 타면서 개봉 8일 만에 500만 관객(6월7일 기준)을 돌파했다.

<기생충>은 봉준호 감독이 이전에 만들었던 <괴물>이나 <설국열차> 같은 대작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영화는 반지하에 살고 가족 모두 백수인 기택(송강호 분)네와 햇살 가득한 지상의 대저택에 사는 박 사장(이선균 분) 가족이 어우러지면서 생겨나는 파열음을 다룬다.

이 작품은 본래 연극무대에 올릴 목적으로 쓰던 희곡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그만큼 반지하와 지상을 대변하는 두개의 공간 대비만으로도 충분히 영화를 꽉 채울 수 있는 작품이다. 어찌 보면 소소한 스케일을 갖고 있지만 그 안에 봉준호 감독 특유의 우리 사회 계급구조를 바라보는 풍자적 시선이 더해지면서 흥미진진한 블랙코미디가 만들어졌다. 

하다못해 골프 스윙도 어깨에 힘을 빼야 더 잘 맞는다고 하지 않던가. <기생충>은 어깨에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자신의 세계를 보여주는 대가의 여유가 느껴지는 작품이다. 스케일이나 기획이 아니라 온전히 작품의 완성도와 재미를 통해 승부수를 띄웠다는 점에서 그 성취는 더욱 빛난다.  

칸영화제의 황금종려상은 봉준호 감독 개인의 성취를 넘어 한국 영화의 새로운 위상을 보여주는 성과라고 할 수 있다. 봉준호 감독은 단편작이었던 <지리멸렬>에서부터 날카로운 시선으로 사회를 풍자하는 블랙코미디적인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온 인물이다. 기존의 장르들을 비틀어 만들어내는 독특한 그의 세계는 <괴물> 같은 괴수물로 블랙코미디 가족극을 그려내기도 했고, <마더> 같은 범죄 미스터리로 모성애의 또 다른 잔인한 얼굴을 보여주기도 했다. SF장르로 할리우드의 문을 두드렸던 <설국열차>는 자본주의 시스템을 해부하는 작품이었으며, 넷플릭스의 투자를 받아 온라인으로 전세계 동시 방영했던 <옥자>는 휴머니즘 모험극이었다.

이러한 일련의 실험들이 <기생충>에서 드디어 완성된 형태로 드러난 것이다. 봉준호 감독의 역사는 어쩌면 영화라는 해외의 산물을 끌어다 우리 식의 실험과 해석을 거듭해 지금의 위상을 쌓은 한국 영화가 걸어온 길처럼 보인다. 한국 영화 100주년을 맞은 올해 <기생충>이라는 작품이 더욱더 특별한 울림을 갖는 이유다.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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