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구독] 때가 되면 ‘딩동’…맛있는 녀석들이 온다

입력 : 2019-05-20 00:00 수정 : 2019-05-20 23:52


‘정기구독’ 하면 신문이나 잡지만 떠올리던 시대는 오래전에 끝났다. 그림·꽃·면도기에다 심지어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구독료를 내면 정기적으로 필요한 상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구독경제(Subscription Economy)’가 생활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특히 식품분야 정기구독 서비스 확장이 예사롭지 않다. 2000년대 후반제철 농산물을 정기배송하는 꾸러미의 등장 이후, 쌀·달걀·돼지고기 등의 식재료부터 전통주까지 다양한 식품 정기구독 시장이 꿈틀대고 있다.


 

매월 전통주 소믈리에가 추천하는 전통주를 받아볼 수 있는 ‘술담화’ 정기구독 상품.

전통주 ‘술담화’

소믈리에 추천 술 매월 받을 수 있어 다양한 우리 술 즐기면서 공부

20~30대 인기…“인생술 찾아보세요”


“매월 받는 전통주로 인생술을 찾아보세요!”

소주·맥주처럼 일반적인 술에 식상해진 애주가라면 솔깃할 만한 정기구독이 있다. 바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술담화’가 올 1월부터 운영 중인 전통주 정기배송 서비스다.

술담화를 신청한 구독자는 매월 셋째주 목요일마다 매번 다른 종류의 전통주 2병을 받아볼 수 있다. 전통주 소믈리에인 이재욱 술담화 공동 대표(26)가 2000여종의 전통주 가운데 계절이나 기념일 등에 맞춰 선정한 술을 보내준다. 일종의 ‘전통주 큐레이션’을 제공하는 셈이다.

“구독자들이 전통주에 흥미를 느낄 수 있도록 매월 테마에 맞는 술을 추천해요. 24절기 중 다섯번째 절기이자 하늘이 맑아진다는 ‘청명절(淸明節)’이 있는 4월엔 ‘청명주’ 약주와 탁주를 보내드렸어요. 청명주는 예부터 청명절에 마시기 위해 겨울 내내 발효·숙성했던 술로, 조선 실학자 이익이 인생술로 꼽았을 만큼 맛이 훌륭해 고객들 반응도 아주 좋았습니다.”

정기구독 상품에는 술 외에도 해당 전통주의 설명이 담긴 카드와 스낵안주가 포함돼 있다. 설명 카드에는 제품정보는 물론 전통주에 얽힌 이야기, 추천 안주 등이 상세히 적혀 있어 전통주 초보자에게 도움이 될 만하다. 우리농산물로 만든 사과칩, 연근 부각과 같이 전통주와 잘 어울리는 스낵안주도 구독자들에게 호평을 얻고 있다.

혹 ‘취향과 맞지 않는 술이 오면 어쩌나’ 걱정하는 구독자들을 위한 장치도 마련해뒀다. 매월초 술담화 홈페이지(www.sooldamhwa.com)에 배송될 전통주에 대한 힌트를 공개하기 때문에 해당 술을 원치 않는 달은 ‘구독 쉬어가기’를 할 수 있다.

술담화는 전통주 양조장들과 협력해 일반 판매상품 가격보다 저렴하게 정기구독 세트를 꾸린다. 더불어 배송받았던 술의 재구매를 원하는 구독자에겐 양조장을 통해 시중가보다 5~10% 싸게 구입할 수 있는 혜택을 준다. 이밖에도 세련된 포장디자인, 온·오프라인을 통한 소통과 홍보에 힘입어 20~30대 중심의 구독자 500여명이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다. 향후엔 다양한 가격대의 배송상품을 만들고, 정기배송 주기도 좁혀갈 계획이다.

“전통주는 다양한 종류와 우수한 품질에도 불구하고 유통시스템이나 홍보에 미흡한 부분이 많아요. 정기구독은 전통주 생산자와 고객을 연결해주고, 소비자들에게 전통주에 대해 좀더 친절한 설명을 하기 위한 방법이에요. 각양각색의 전통주를 저렴하고 편리하게 접할 수 있는 정기구독을 통해서 우리 술의 가치가 더 널리 알려졌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하지혜 기자

 

‘두지포크’ 정기구독 상품.


돼지고기 ‘두지포크’

돼지고기 1㎏ 세트 한달에 한번씩 배달 돼지에 유산균 사료 먹여 면역력 ‘쑥’

맛·안전성 우수…값 나가도 호응 커


한달에 한번씩 배송되는 프리미엄 돼지고기. 지난해 10월부터 본격적인 회원제 서비스를 도입한 두지프로바이오틱스_의 두지포크는 현재 소비자가 돼지고기를 정기구독할 수 있는 국내에서 유일한 곳이다. 6개월·12개월·24개월 단위의 정기회원 서비스에 가입하면 매월 원하는 날짜에 돼지고기 1㎏ 세트를 받아볼 수 있다.

정기구독 상품의 부위는 매월 다르게 제공된다. 5월에 목살 500g, 오겹살 250g, 뒷다리살 250g을 보냈다면, 6월 상품은 오겹살 500g, 목살 250g, 앞다리살 250g으로 구성하는 식이다. 1월부터 12월까지 월별 세트 구성은 인터넷 홈페이지(www.doozypork.com)에 미리 공개돼 있다. 이같은 조합은 국민 1인당 돼지고기 소비량과 선호 부위 조사 결과를 반영했다.

“우리가 정기구독으로 파는 건 고깃덩어리가 아닌 브랜드의 철학과 가치입니다.”

윤진원 두지포크 브랜드총괄사장(55)은 두지포크가 정기구독 서비스를 도입한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현재 많은 가축이 대규모 사육으로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어요. 그런데 국내 여건상 방사가 답이냐면 그것도 아니죠. ‘가축이 행복할 때 사람도 행복해질 수 있지 않을까.’ 그 고민으로 시작해 답을 낸 게 지금의 유산균 솔루션이고, 이 가치를 이해하는 정기구독 회원들이 우리 브랜드를 구매해주고 있습니다.”

두지포크의 돼지고기는 농촌진흥청 주도의 산학협력으로 추진된 대표적인 기술이전 사례다. 전북대학교·서울대학교 등의 교수진 10여명이 7년 동안 개발한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양돈 솔루션을 적용했다. 두지포크의 돼지는 전 생애주기 동안 유산균을 먹여 키우고, 돈사 내부 또한 유산균을 이용해 소독한다.

이를 통해 가장 두드러진 점은 돼지의 면역력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유산균을 먹인 돼지에겐 구제역을 비롯한 여러 질병을 이겨낼 힘이 생긴다고 한다. 또 활발한 신진대사로 육질이 부드럽고 돼지고기 특유의 냄새도 나지 않는다. 축사에서 악취가 확연히 주는 것도 특징이다.

“우리가 브랜드의 가치를 계속 가져가려면 고객과 꾸준히 소통해야 해요. 그러려면 정기구독을 통해 소비자 만족도를 직접 체감하는 것이 좋습니다. 또 브랜드의 질을 유지하려면 생산농가에 가격결정권이 필요합니다. 정기구독 회원들이 늘면 일반 유통업체의 가격결정에 휘둘리지 않는다는 것도 장점입니다.”

두지포크의 가격은 일반 돼지고기보다 20% 정도 비싸다. 농가에서 직배송하는 체계이지만 원체 생산비용이 많이 들어 높은 가격을 책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두지포크 회원들은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맛’과 ‘안전성’ 등에 더 큰 호응을 보낸단다. 두지포크의 정기구독 서비스는 이런 소비자의 요구 위에 서 있다. 프리미엄 제품의 가치를 믿는 소비자라면 굳이 마트에서 다른 고기를 찾을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전주·완주=이현진 기자

 

‘향미나라’의 쌀 패키지도 정기구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식품이다.
김덕영 기자



‘고시히카리’ 등 다양한 품종 맛볼 수 있어 2인·3인·4인용 패키지 선택 가능 ‘눈길’


이젠 쌀도 정기구독할 수 있는 대표적인 식품이 됐다. 다양한 쌀 품종을 필요한 만큼 정기배송 서비스로 제공하는 판매자들이 여럿 생겨났기 때문이다. 전북 남원시 산내면 농부들의 모임 ‘지리산에살래’는 일명 ‘쌀펀드’로 생산한 친환경쌀을 판매한다. 펀드처럼 소비자에게 쌀을 생산·가공하는 데 드는 비용을 먼저 받고, 수확한 쌀을 때맞춰 보내주는 것이다. 매년 10월 구독신청을 한 후 1년치 쌀값을 지불하면 그해 11월부터 다음해 9월까지 두달에 한번씩 갓 도정한 쌀을 집에서 받아볼 수 있다.

㈜시드젠이 운영하는 신선곡물 전문 플랫폼 ‘현대생활식서’는 쌀을 묵히지 않게 필요한 만큼의 양을 자주 배송하는 데 주력한다. 소비자가 식생활 습관과 식구수에 맞춰 적정량을 주문하면 2일 이내에 도정한 쌀을 2주마다 발송한다. <고시히카리> <오대미> 등의 품종을 고를 수 있으며, 냉장보관이 가능한 500g짜리 용기에 담아 배송하기 때문에 조금씩 나눠 먹기 편리하다.

‘향미나라’는 국내 육성품종인 <골든퀸3호>의 정기배송 패키지를 판매한다. <골든퀸3호>는 혈당을 높이는 아밀로스의 함량이 낮은 쌀로, 구수한 향과 차진 식감을 자랑한다. 소비자는 ‘2인·3인·4인 가족용’ 세가지 종류의 패키지를 선택할 수 있다. 한번 신청하면 1㎏들이 소포장 쌀로 구성된 패키지를 3개월 동안 15일 간격으로 받는다.

하지혜 기자 hybrid@nongmin.com

 

달걀

동물복지 인증 달걀 위주로 판매 요리 쉽도록 ‘흰자와 노른자’ 액란만 보내기도


달걀은 비교적 정기구독 문화가 널리 퍼진 식품이다. 우유처럼 소비주기가 짧은 먹거리여서 가끔 먹게 되는 다른 식품에 비해 정기구독의 이점이 있다.

차별화된 달걀을 원하는 소비자를 타깃으로, 유정란이나 동물복지 인증 달걀 위주로 정기구독 판매가 이뤄진다. 신선도가 중요한 상품인 만큼 가까운 지역농가로부터 정기구독을 하는 이들이 있는가 하면, 규모 있는 전국단위 업체로부터 정기구독하는 소비자도 있다.

상하농원은 달걀 정기구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표적인 곳 중 하나다. ‘순백색 동물복지 유정란’을 키워드로 전국 5곳의 농장에서 생산하는 달걀을 정기배송한다. 닭의 본래 습성에 맞춰 설계한 환경에서 풀어놓고 키우며, 자연스러운 교미를 통해 생산한 건강한 유정란을 취급한다.

포프리도 잘 알려진 달걀 정기구독 업체다. 비유전자변형농산물(Non-GMO)로 만든 사료를 먹이면서 항생제를 쓰지 않고 생산한 달걀이란 점 등을 강조하고 있다. 정기배송으로 날달걀은 물론 반숙란과 구운 달걀도 판매한다. 이밖에도 두부·콩나물·쌀·숙주나물도 정기구독으로 신청할 수 있다.

오랩은 독특하게 액란을 정기배송한다. 소비자들이 요리할 때 편하도록 달걀 내용물만 담은 제품을 판매하는 것이다. 흰자와 노른자를 모두 담은 전란액과 흰자만 담은 제품을 구분해 제공한다. 전란액은 일반 달걀 이외의 동물복지 유정란 제품도 정기구독할 수 있다.

이현진 기자 abc@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