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모 많은 법률] 양심 지켜도 재판 이길 순 없어…법을 외면해선 안돼

입력 : 2019-03-13 00:00 수정 : 2019-03-13 23:54

알아두면 쓸모 많은 법률상식 (1)법을 알아야 하는 까닭

 

법을 모르고는 살 수 없는 세상이다. 집을 지을 때도, 농산물을 판매할 때도, 하다못해 좋아하는 가수의 노래를 들을 때도 지켜야 할 법이 있다. 우리 생활 속 깊이 들어와 있는 법. ‘잘 몰라서’ 곤란을 겪는 일이 없도록 생활에 필요한 법률상식을 알아본다.

‘법 없이도 살 사람’. 우리는 선량하고 남을 괴롭힐 줄 모르는 착한 이를 흔히 이렇게 일컫는다. 반면 ‘법대로 하자’는 사람을 피도 눈물도 없는 매정한 사람으로 본다. 그런데 묘하게도 세상은‘법 없이도 살 사람’보다 ‘법대로 하자’는 사람이 득을 보는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필자는 법원에서 20년 넘게 일하면서 안타까운 사연을 많이 봤다. 그중 뚜렷하게 기억이 남는 사람이 있다. 어느 날 공포에 질린 얼굴로 법원을 찾아온 30대 여성 ㄱ씨였다. 그의 손에는 수천만원을 지급하라는 소장이 들려 있었다. 영문도 모른 채 ㄱ씨 자신과 초등학생 아들은 피고가 돼 있었다.

사연인즉 이렇다. ㄱ씨의 남편 ㄴ씨는 술과 도박을 좋아해 신혼초부터 외박을 일삼았다. ㄴ씨는 월급은커녕 생활비도 준 적이 없어서 ㄱ씨가 부업을 하며 아이를 홀로 키웠다. 그러던 중 ㄴ씨는 객사하고 말았다. 재산 한푼 남기지 않고 세상을 떠난 남편의 장례를 마치고 일상으로 돌아온 ㄱ씨에게 날아온 건 법원의 출석통지서. 남편 ㄴ씨가 생전에 사채업자에게 빌린 돈 1000만원을 갚으라는 소송이 있었다. 청구액은 원금에 이자까지 눈덩이처럼 불어서 이미 수천만원에 달했다. 사채업자는 ㄱ씨와 아들이 상속인이니 빚을 대신 갚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ㄱ씨는 어찌 감당해야 할지 막막했다.

크고 작은 법률문제는 언제든 벌어진다. 교통사고를 냈거나 당해서,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해서, 인터넷을 통한 사기를 당해서, 동업을 하다가 금전문제로 의견이 틀어져서, 또 부부나 가족간에 재산분배나 상속문제, 부동산 매매나 보증금 반환으로 발생하는 일들이 모두 법과 관련돼 있다.

ㄱ씨 사례도 마찬가지다. 법을 조금만 알았다면 ㄱ씨와 아들은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남편 ㄴ씨가 사망한 지 석달이 넘지 않았다면 곧바로 상속포기를 하면 된다. 석달이 지났더라도 사채업자의 소송 제기 후 석달 안에 한정승인청구(상속받은 재산 범위 내에서만 상속채무를 책임지겠다는 청구)를 할 기회가 있다. 그러면 사채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 만일 이런 기간을 우물쭈물 놓쳤다가는 빚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법대로 하자’며 송사를 벌인 사채업자를 비난하는 일보다 법에서 정한 기간이나 절차에 따라 법을 활용하는 일이 훨씬 중요하다는 뜻이다.

양심을 지키고 산다고 해서 재판에서 이길 수는 없다. 법을 외면하고 비난한다고 법의 적용을 받지 않는 것도 아니다. 법을 악용하면 안되겠지만 방치하는 것도 곤란하다. 한 현직 판사는 “착한 사람이 법을 아는 길”이 현실적으로 “법이 더이상 나쁜 사람을 지켜주는 도구 역할을 못하게 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한다.

공정한 재판을 받고 권리를 지키기 위해선 일단 규칙을 잘 알아야 한다. 최소한 법을 몰라서 당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지금은 ‘법 없이 살 사람’도 법을 알아야 하는 시대다.
 

김용국<법원공무원 겸 법률칼럼니스트, ‘생활법률 상식사전’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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