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돋보기] 역시 퀸!

입력 : 2018-12-05 00:00 수정 : 2018-12-05 23:40

[대중문화 돋보기]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 열풍

영국 록 밴드 퀸의 음악·삶 그려 중·장년 물론 젊은층도 사로잡아

600만 돌파…음악영화 흥행 1위 ‘싱어롱 상영회’ ‘반복 관람’ 호응
 


이 정도면 신드롬이라고 불러도 될 법하다. 영국의 록 밴드 퀸의 음악과 삶을 담은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가 개봉 5주 만에 600만 관객(12월3일 현재)을 돌파하며 음악영화 히트작 박스오피스 최고 기록을 갈아치웠다. 각각 340만·359만 관객을 동원했던 <비긴어게인> <라라랜드>는 진작 앞질렀고, 개봉 4주 차엔 457만 관객이 본 <맘마미아>를 넘어섰다. 그리고 결국 음악영화 역대 흥행 1위인 <레미제라블>의 590만 관객 기록까지 깬 것이다. 

대체 ‘퀸의 나라’도 아닌 한국에서 이 영화가 신드롬을 일으킨 이유는 뭘까. 사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처음부터 화제가 됐던 작품은 아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차츰 젊은층과 중·장년층 사이에서 입소문이 돌았다. 여기에는 퀸의 음악이 큰 역할을 했다. 1970년대부터 1990년대초까지 퀸의 시대를 공유했던 중년 관객은 영화의 내용과는 상관없이 음악을 향유하기 위해서라도 극장을 찾았을 것이다. 그만큼 퀸은 무수히 많은 추억의 명곡을 남긴 밴드가 아니던가. 퀸을 잘 모르는 세대에게도 퀸의 음악은 익숙했다. 그도 그럴 것이 퀸의 노래는 그들의 전성기부터 지금까지 광고음악이나 각종 영화 주제가(OST)로 수없이 사용돼왔다. 그러니 젊은 세대는 ‘이 좋은 노래가 퀸의 노래였다니!’라고 감탄하며 중년 관객들과 같은 공감대를 형성했을 것이다.  

이 영화의 매력은 퀸과 퀸의 보컬리스트인 프레디 머큐리(사진)를 ‘아웃사이더들의 챔피언’으로 그려낸 영화적 해석에서도 찾을 수 있다. 영화는 출신부터 외모, 성 정체성까지 아웃사이더의 삶을 살았던 프레디 머큐리가 그 힘겨움을 음악을 통해 승화시키고 진짜 ‘챔피언’이 되는 과정을 그린다. 이는 갑갑한 현실 속에서 각자의 개성을 마음껏 드러내지 못하는 젊은 세대에게 깊은 위안을 준다.

그런가 하면 <보헤미안 랩소디>는 영화 상영 중 노래가 나올 때 관객이 따라 부를 수 있는 ‘싱어롱 상영회’라는 이색적인 관람 문화를 촉발하기도 했다. 극장에서 떼창을 부르며 영화를 본다는 게 어색하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사실 이렇게 능동적이고 적극적인 문화소비는 이미 우리의 유전자 속에 내재돼 있던 것이다. 예부터 우리는 전통 마당극을 볼 때 연희를 소극적으로 관람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참여하며 문화를 즐겼다. 게다가 경기장 대신 극장에서 축구경기를 함께 보며 응원했던 2002년 한일월드컵의 경험도 공유하고 있다. 그러니 극장이란 공간에서 단체로 호응하는 일은 어색함보다 짜릿한 재미를 더 크게 준다. <보헤미안 랩소디>가 ‘N차 관람(반복 관람)’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것도 그 즐거움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보헤미안 랩소디>는 우리의 고유한 문화 소비방식을 만나면서 더욱 시너지를 얻었다. 특히 음악에 대한 우리나라 관객의 열정은 여느 나라 못지않다. 한국을 찾은 팝스타들이 내한공연에서 매번 떼창하는 관객들을 보고 놀라는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렇듯 우리는 좋은 작품이나 훌륭한 아티스트에게 아낌없이 열정적인 호응을 보낸다. 그리고 그 반대의 경우에 대해선 비판을 주저하지 않는다. 대중의 이러한 적극적인 자세와 호불호는 문화 콘텐츠의 경쟁력을 만드는 힘이 되고 있다. 기대작 대열에 끼지 못했던 <보헤미안 랩소디>의 성공 또한 대중의 저력을 보여주는 사례가 아닐까.

◇사진제공=연합뉴스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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