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다산 이야기] 자급자족서 더 나아가 경제이익 도모

입력 : 2018-07-11 00:00

박석무의 다산 이야기 (9)과수원과 채소밭 가꾸기

농사란 이익이 박한 것 과수원·채소밭 가꿔 보충해야 집안 살림 유지할 수 있어

목축·양어·양잠도 중요한 분야 약초, 특히 소득 높은 인삼 재배를


다산 정약용은 아들들뿐 아니라 아끼고 사랑하던 제자들에게도 농사를 권장하고 농사의 비법을 자세히 알려줬다. 제자들이 농업을 전업으로 삼은 농부는 아니지만, 선비의 살림이 넉넉해지려면 농사 아니고는 다른 길이 없다고 여겨 농사짓는 요령을 설명한 것이다. 다산은 제자 윤혜관에게 보낸 글에서 이렇게 말한다.

“벼슬하는 사람을 사(士)라 이르고, 들에서 밭 가는 사람을 농(農)이라 이른다. 벼슬이 끊긴 집안이야 오직 농사짓는 일만으로 노인을 봉양하고 자식들을 키워야 한다. 그러나 농사란 이익이 박한 것이다. 반드시 원포(園圃)를 가꾸어 보충해야만 집안 살림을 유지할 수 있다. 진기한 과일나무를 심은 곳을 원(園)이라 이르고, 맛 좋은 채소를 심은 곳을 포(圃)라 이른다. 이는 다만 집에서 먹으려는 것만이 아니라 장차 시장에 내다 팔아서 돈을 만들기 위한 것이기도 하다.”

과수원과 채소밭 가꾸는 일을 통해 소득을 올려야 한다고 제자에게 가르쳐준 것이다. 원포를 가꾸는 일은 집안에서 먹기 위한 것이기도 하지만 여분은 시장에 내다 팔아서 살림에 보탤 수 있게 하라니, 자급자족에서 한발짝 더 나아가 경제적 이익까지 도모하고 있어 더욱 의미가 깊다.

다산은 또 다른 제자 윤윤경에게 쓴 글에서도 논농사 이외에 소득을 증대하기 위해 다른 농사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농사를 지으며 종아리를 드러내고 흙탕물 속에 들어가 8개의 발이 있는 써레를 잡고 소를 꾸짖으며 멍에를 밀고, 거머리가 온몸을 빨아 상하지 않은 곳이 없게 되면 이거야말로 남자로서 곤경스러운 일이다.(중략) 그러므로 생계수단으로는 원포와 목축만한 것이 없다. 그리고 연못이나 우물을 파서 물고기도 길러야 한다.”

다산은 이때 이미 양어(養魚)를 농업의 한 분야로 여기고 있었던 것이다.

또 “흙을 잘 손질하여 여러가지 약초를 심는데, 모시·지치·마 같은 것도 토질에 따라 구별하여 심고, 인삼만은 유독 쓰이는 방도가 많으니 법에 따라 재배하면 여러 이랑에 많이 심더라도 탈 잡히지 않는다”고 했다. 즉 약초 중에서도 인삼을 많이 심으라고 권하고 있으니, 수익이 높은 작목에 대해서도 정확하게 가르쳐주고 있다. 농가의 소득 증대에 필요한 특수작물을 심도록 권장하는 다산의 농업관도 역시 훌륭하다는 생각이 든다.

뽕나무 심기와 양잠업에 대한 이야기도 빼놓지 않았는데 그 깊이가 사뭇 전문적이다.

“뽕나무 400~500주를 심어 2년마다 곁가지를 쳐주고 얽힌 가지를 풀어주며 잘 자라지 못하는 가지를 꺾어주면 몇해 안가서 키가 담장을 넘게 된다. 그 다음 별도로 잠실 4~5칸을 지어서 칸마다 사방으로 통하는 길을 내고, 잠상을 7층으로 만들어 누에를 기르되, 항상 우분(牛糞:쇠똥)으로 불을 피워 병을 퇴치하고, 서북쪽의 문은 완전히 봉하고 동남쪽만 볕이 들게 해야 한다.”

옷감의 원료로 목화도 심어야 하지만 그보다는 삼과 모시를 심으라고 권장하고 있는 점도 눈여겨볼 만하다.

“목화는 많이 갈 필요가 없이 오직 하루갈이에 그치고, 별도로 삼과 모시를 심어 아내에게 봄과 여름에 명주를 짜고 가을과 겨울에는 베를 짜도록 해주어야 한다.”

이처럼 자세하고 꼼꼼한 다산의 농사 이야기는, 옛날과 오늘의 사정이 다르지만 참고할 내용이 많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1942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전남대 법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제13·14대 국회의원과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장, 단국대 이사장, 성균관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산 정약용 평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다산기행> 등과 역서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 산문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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