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석무의 다산 이야기 (7)선비의 농사짓기 선비도 손수 농사지어 소득 올려야 품위 유지

입력 : 2018-06-13 00:00

채소·과일·화훼·약초 재배하며 경사·시례 담론하는 생활 언급

농사지어 먹을 걱정 줄이고 풍류 즐기는 선비의 삶 중시
 


다산은 편농(便農), 즉 편하게 농사지을 방책을 마련하지 않고서는 농업 발전은 어렵다고 말했다. 농업의 기계화가 그래서 중요하다. 그렇지만 아무리 기계화돼도 농사는 여전히 힘들고 고통스러운 일임이 분명하다. 얼마나 힘들었으면 노래 부르면서 흥을 북돋워야만 농사일을 계속할 수 있었겠는가. 이른바 농요(農謠), 즉 농사일하면서 부르는 노래가 구성진 이유는 그 때문이었다.

보리타작하면서 부르는 농요, 논매고 모 심으면서 부르던 노래를 필자는 어려서부터 자주 듣고 자랐다. 이제 그런 농요가 없어진 지 오래지만, 몇십년 전에만 해도 불리던 노래들의 구성진 가락이 지금도 귀에 쟁쟁하다. 다산은 바로 이 힘든 농사일을 낭만적이며 멋지고 격조 높은 생활로 승화시켰다.

“내가 유배생활이 풀려 몇년간이라도 너희들과 생활할 수만 있다면 너희들의 몸과 행실을 바로잡아 효제(孝弟)를 숭상하고 화목하게 지내는 습관이 들도록 할 것이다. 경전과 사서를 연구하고 시례(詩禮)를 담론하면서 3000~4000권의 책을 서가에 진열해놓고 일년 정도 먹을 양식을 걱정하지 않도록 상마(뽕나무와 삼)·소과(채소와 과일)·화훼·약초들을 심어 잘 어울리게 해 그것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것을 구경하면서 즐거워할 것이다. 마루에 올라 방에 들면 거문고 하나 놓여 있고, 주안상이 차려져 있으며, 투호 하나, 붓과 벼루, 책상, 도서들이 품위 있고 깨끗하게 놓여 있어 흡족할 만할 때, 마침 반가운 손님이 찾아와 닭 한마리에 생선회 안주 삼아 탁주 한잔에 맛있는 풋나물을 즐겁게 먹으며, 어울려 고금의 일을 논의하면서 흥겹게 산다면, 비록 폐족이라 하더라도 안목이 있는 사람들이 부러워할 것이다(<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중).”

폐족이라는 멍에를 지고 살아야 할 처지이지만, 상마·소과·화훼·약초 등을 제대로 재배해 그것들이 무성하게 자라는 모습을 보면서 경사(經史)와 시례를 담론하는 생활 말이다. 또 풋나물에 탁주는 물론 맛있는 닭고기까지 먹으며 거문고를 타는 농사짓기는 얼마나 낭만적이고 품격 높은 선비들의 삶인가. 선비라도 반드시 손수 농사짓고 소득을 올려 가정 살림이 넉넉해야만 선비의 품위도 잃지 않고, 먹거리에 대한 걱정도 줄일 수 있다는 게 다산의 실용주의였다.

다산이 살아가던 시절뿐 아니라 우리들의 어린 시절에도 힘든 게 농사일이었다. 하지만 당시에는 낭만과 품위, 인정과 따뜻한 이웃의 인심도 있었다. 집안에 큰 농사일이 있는 날이면 대소가의 집안 사람들이 모두 모여 함께 일했다. 또 이웃 사람들까지 모두 초대해 점심과 저녁을 함께 먹으며 인정과 따뜻한 마음을 나누던 그런 미풍양속이 우리 어린 마음까지 살찌게 했다.

하지만 이제는 모두 옛날이야기가 됐다. 근대화 바람에 모두가 농촌을 떠나 도시로 몰려들어 농촌의 아름답던 풍속은 찾을 길이 없다. ‘기름진 문전옥답 잡초에 묻혀 있네’라는 유행가 가사처럼 농촌은 텅텅 비어 서글프기 그지없다. 농업은 인간에게 식량을 제공해주는 본질적이고 기본적인 산업이다. 기본산업이 요즘처럼 홀대를 받아서야 그 기본 틀이라도 유지될 방도가 있겠는가. 200여년 전 실학자 다산이 그렇게 권장하고 변화를 일으켜야 한다고 주장했던 농업에 대해 정부는 분명하게 진흥책을 강구해야 한다.
 

 




박석무 다산연구소 이사장은…

1942년 전남 무안에서 태어나 전남대 법대와 동대학원을 졸업했다. 제13·14대 국회의원과 한국학술진흥재단 이사장, 한국고전번역원장, 단국대 이사장, 성균관대 석좌교수 등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다산 정약용 평전> <다산 정약용 유배지에서 만나다> <다산기행> 등과 역서인 <유배지에서 보낸 편지> <다산 산문선> 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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