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석구석, 문화 이야기가 있다

입력 : 2018-04-16 00:00 수정 : 2018-04-17 11:20

건물과 건물 사이, 담벼락과 담벼락 사이에 생긴 골목. 그 골목은 모두 제각각의 모습을 띠고 있다.

그래서 특별하지 않은 골목은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군다나 테마가 있는 골목이라면 그 특별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아한 미술관이나 대형 멀티플렉스 영화관에 가는 것만이 문화활동은 아니다. 때론 비좁고 구불구불한 골목이 문화적 감각을 건드리기도 한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골목’
 


헌책의 퀴퀴한 냄새는 은근한 설렘을 선사한다. 무슨 말인지 모르겠다면 부산시 중구 보수동의 헌책방골목을 방문해보길 추천한다.

골목은 국제시장 인근의 대청로사거리에서 보수동 방면으로 나 있다. 1950년대초, 미군이 읽던 책을 파는 헌책방 몇곳이 생긴 것이 골목의 시초다. 6·25전쟁 때는 여러 대학의 분교가 부산에 들어서고 피란민을 위한 노천학교가 보수동 근방에 마련되면서 책 수요가 늘었다. 책을 파는 헌책방도 덩달아 많아졌다. 1960~1970년대에는 골목에 들어선 헌책방수가 70여곳에 이르렀다. 골목은 부산의 명소가 됐다. 시간이 지나며 규모가 다소 줄었으나 골목에는 여전히 50여곳의 헌책방이 건재한다.

골목은 세월을 잔뜩 머금은 헌책 냄새를 그윽하게 풍긴다. 골목 안 헌책방에는 아동도서부터 참고서, 실용도서, 국내외 문학전집까지 각양각색의 책이 뒤죽박죽 진열돼 있다. 헌책으로 빼곡한 책장은 좁은 책방 안을 미로로 만든다. 운이 좋으면 이 미로에서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할 수도 있다. 책이 주제별로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도시의 대형서점에서는 맛볼 수 없는 즐거움이다.



◆경북 울진 ‘매화면 벽화거리’
 


“난 네가 기뻐하는 일이라면 뭐든지 할 수 있어(만화 <공포의 외인구단> 중).” 이 명대사를 기억하는 이들이라면 반길 만한 골목이 있다. 울진군 매화면의 벽화거리다. 2017년 12월 일반인에게 공개된 이곳은 1980~1990년대를 주름잡던 만화가 이현세의 작품만으로 채워졌다. 이현세의 부친이 울진에 정착해 오래 산 것이 인연이 됐다. 매화리의 골목골목을 따라 세워진 키 작은 담장이 도화지로 쓰였다. 그 위에 이현세의 명작 <공포의 외인구단>과 <아마게돈> 등의 주요장면이 그려졌다. 골목을 걸으면 마치 만화 책장을 발걸음으로 넘기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서울 ‘문래동 창작촌골목’
 


서울 영등포구 문래동은 한때 쇳소리가 밤낮으로 울렸었다. 그러나 철강산업이 쇠락하며 문래동 철공소도 하나둘 문을 닫았다. 임차료가 저렴한 작업공간을 찾던 예술가들이 빈 철공소를 채웠다.

젊은 예술혼은 작업실 안에만 갇히지 않았다. 그들은 골목으로 빠져나와 구석구석에 벽화를 그리고, 쓰다 남은 철강을 재료로 조형물을 세웠다. 예술작품은 골목에 생기를 불어넣었다. 특히 낡은 철공소와 젊은 감각으로 만들어진 예술작품의 공존이 이채로운 느낌을 냈다. 덕분에 사람들의 발걸음이 다시 문래동의 뒷골목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제공=농민신문 자매지 <전원생활>, 울진 매화작은도서관 

양석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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