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 돋보기]영화 ‘택시운전사’의 승리

입력 : 2017-09-13 00:00

‘휴머니즘’으로 대중의 공감 얻어

영화 ‘택시운전사’ 포스터.


영화 <택시운전사>가 12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으며 한국영화 흥행순위 9위(9월10일 기준)에 올랐다. 올여름 블록버스터(단기간에 흥행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해 만든 영화) 시장에서 별 재미를 보지 못한 <군함도> <브이아이피> 등의 경쟁작들에 비하면 놀라운 선전이다.

송강호라는 대배우가 주연을 맡긴 했지만 사실 <택시운전사>의 캐스팅 파워는 톱스타들이 줄줄이 출연하는 다른 경쟁작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편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택시운전사>는 어떻게 대박 작품이 될 수 있었을까.

그 흥행의 희비 쌍곡선을 가른 건 대중의 공감대였다. <군함도>는 일제강점기 하시마섬에 강제 징용됐던 우리 민족의 역사를 다뤘으나 그 소재를 풀어내는 데 있어서 대중의 공감을 이끌어내지 못했다. 이른바 ‘국뽕(국가와 히로뽕의 합성어로, 지나친 애국주의를 비꼬는 표현)’ 논란을 피하기 위해 조심하다 보니 역사적 아픔에 온전히 집중하는 대신 영화적 해석이 다소 과하게 들어갔다.

<브이아이피> 역시 마찬가지다. 이 영화는 국정원과 미 중앙정보국(CIA) 그리고 북에서 온 VIP 연쇄살인마의 이야기를 다뤘다. 그러나 여성 피해자가 살인마에 의해 잔인하게 강간·살해당하는 장면이 적나라하게 표현돼 여성혐오 논란이 일었고 결국 대중의 외면을 받게 됐다.

반면 <택시운전사>는 1980년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다루면서도 보다 폭넓은 관객층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 방식을 택했다. 광주민주화운동을 택시운전사와 외국인 기자의 시각으로 바라보기로 한 것이다.

극 중 민주화운동과는 별 상관없이 생업인 택시를 운전하는 만섭(송강호)이 광주로 들어가게 된 건 밀린 월세를 갚을 수 있는 택시요금 10만원을 벌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만섭은 광주의 참혹한 실상을 목격하면서 차마 혼자 발길을 돌리지 못한다. 그것은 민주화에 대한 의지라기보다는 그저 인간으로서 해야 할 일을 하는 ‘휴머니즘’적인 선택이다. 바로 이 지점이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보편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키는 부분이다. 특정인들의 사건이 아니라 누구나 그 자리에 있으면 그렇게 할 수밖에 없는 일이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게다가 이 이야기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 화제가 됐다. 영화 속 외국인 기자인 힌츠페터의 미담이 소개되는가 하면, 만섭 역할의 실제 인물인 김사복을 찾는 일에 관심이 쏠리면서 영화에 대한 관심 역시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광주민주화운동에 대한 이야기들을 자유롭게 나눌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된 것 역시 호재로 작용했다.

결국 이번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택시운전사>가 최후의 승자로 남을 수 있었던 건 폭넓은 대중적 지지가 밑바탕이 됐기 때문이다. 한때 여름 블록버스터 시장에선 ‘천만 영화’는 멀티플렉스(복합상영관)를 가진 유통사들에 의해서만 만들어진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입소문’이라는 사실이 <택시운전사>를 통해 톡톡히 입증됐다.

정덕현<대중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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