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농업 희망 이끄는 한국벤처농업대학

입력 : 2016-02-29 00:00

설립 15년…홍쌍리·이영춘…스타농부 육성 요람으로

강사진, 화백·변호사 등 다양

찜질방서 밤새며 자유토론
배운것 바로 현장에 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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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벤처농업대학
 매실을 명품으로 만든 홍쌍리 청매실농원 대표, 도라지로 연 100억원대의 매출을 올리는 이영춘 장생도라지 대표, 배 재배 명인으로 유명한 이윤현 현명농장 대표. 농업계에서 ‘스타’ 반열에 오른 이들의 공통점은 뭘까? 바로 한국벤처농업대학(이하 벤처농업대학)을 졸업했다는 것이다. ‘스타 농업인의 산실’ ‘농업 CEO(최고경영자) 사관학교’로 불리는 벤처농업대학이 설립된 지 15년. 그동안 대학을 거쳐간 2000여명의 졸업생들은 전국 각지에서 한국농업의 희망을 일구는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농업인 경영·마케팅 교육 위해 설립

‘모험·도전·열정·에너지라고 하는 독특한 유전자 코드를 가진 농업인들이 신기술과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해 나가면서 고도의 성장을 추구하는 농업’. 벤처농업대학이 내린 ‘벤처농업’의 정의다. 이러한 농업을 육성하기 위해 설립된 곳이 벤처농업대학으로, 그 시작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대학을 설립한 민승규 교수는 당시 삼성경제연구소 수석연구원으로 일하며 농촌 봉사활동을 하던 중 연구소에서 쓰던 컴퓨터 15대를 경기 화성의 한 농촌마을에 기증했다. 이후 3년 동안 컴퓨터 활용교육과 경영교육을 하면서 농업인을 위한 교육시설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고, 2001년 충남 금산의 한 폐교에 벤처농업대학을 세웠다.

“농업인들도 경영과 마케팅에 대한 교육만 체계적으로 받는다면 경쟁력을 갖출 수 있겠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벤처 붐이 한창이던 당시 농업과 벤처를 접목했지요. 모험·도전·열정같은 ‘벤처정신’은 농업에 더욱 절실했으니까요.” 민승규 교수의 설명이다.



다양한 인적 네트워크 형성이 강점

벤처농업대학은 1년 단위로 운영된다. 2001년 1기 27명으로 시작해 2014년 14기까지 졸업생은 모두 2000여명. 졸업생들의 성공담이 알려지면서 매년 지원자가 늘어 근래에는 기수당 200명 내외로 모집하고 있다. 초기엔 농업인들이 대부분이었으나, 지금은 유통·가공·수출·외식 등 업체 관계자, 농협 직원, 공무원 등 직업도 다양하다.

교수진의 이력도 예사롭지 않다. 민승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 남양호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 김병원 농협중앙회장 당선인, 권영미 농어촌청소년육성재단 이사장 등 10명으로, 이들은 바쁜 현업에도 수업 때마다 열강을 펼친다. 교수들 외에도 기업체 CEO, 변호사, 예술인 등 각계 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특강을 한다. 15기 교육에서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 <먹거리 X파일>의 이영돈 PD 등 내로라하는 인사들이 강단에 섰다. 그런데 놀라운 점은 교수와 강사들 모두 강의료를 받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교수와 학생들의 만남은 자연스럽게 인적 네트워크로 연결돼 졸업 후까지 이어진다. 캠퍼스를 마련한 과정은 졸업생들의 끈끈한 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금산의 폐교에서 시작한 대학은 2003년 금산군농업기술센터 강당으로 옮겼으나, 2012년 더 이상 사용할 수 없게 됐다. 그러자 학생들과 졸업생들이 학교를 살리자며 십시일반 기금을 모아 금산군 추부면에 현재의 캠퍼스를 세운 것이다.



집중 토론과 실습…실천력 키운다

이 같은 인적 네트워크에 시너지 효과를 더하는 것은 독특한 수업 방식이다. 수업은 매달 한번씩 1박2일로 진행되는데, 자정이 넘도록 공식 프로그램을 진행한 뒤 인근의 찜질방으로 옮겨 밤새 자유토론을 벌인다. ‘찜질방 토크’는 기숙사가 없는데다 자주 모이기 힘든 학생들을 배려한 궁여지책이었는데, 이젠 벤처농업대학을 상징하는 프로그램이 됐다.

권영미 교수 겸 사무국장은 “집중적인 강의와 토론을 통해 학생들과 교수들은 서로 깊게 소통하며 정보와 아이디어를 주고받는다”며 “특히 농업인들은 유통·가공·마케팅·경영 등에 대한 아이디어를 얻고 다른 분야와의 접목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을 찾게 된다”고 강조했다.

벤처농업대학의 또 다른 장점은 배운 내용을 현실에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것. 학생들은 농업과 예술을 접목한 전시회·패션쇼 등을 준비하며 마케팅 능력을 키우고, 졸업과제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며 실천력을 높인다.

“2003년 벤처농업대학에 다니면서 생각이 확 바뀌었어요. 농업과 관련 없는 다른 분야의 강의를 들으며 경영과 마케팅에 대해 눈을 뜨게 됐지요. 그래서 졸업 후 농장을 농업회사법인으로 바꾸는 한편 <행복한 고구마>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홈페이지도 개설했어요. 무엇보다도 농업에 대한 자부심과 자신감을 얻은 게 가장 큰 성과였어요.” 유기농 고구마를 백화점에 공급하며 연간 1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는 전남 무안 김용주(61)·이정옥씨(62) 부부의 이야기다.

1년간 치열한 토론과 실습을 거치며 벤처농업대학을 졸업한 농업인들은 이들처럼 새롭게 삶을 개척하며 곳곳에서 농업에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김봉아 기자 bong@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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