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벤처농업대학 ‘팔도 농부들의 서산 나들이’ 1박2일 동행

입력 : 2016-02-29 00:00

“6차산업 배우고 FTA파고 넘자”
대산항·선도농가 방문 해법찾기
새벽까지 열띤 토론 ‘살아있는 배움’

김 농협회장 당선인, 농민과 진솔한 대화…“농민 가슴에 품고 국민의 농협 만들것”

포토뉴스
팔도농부의 서산나들이사진
 찬바람이 매섭게 불던 2월의 셋째 주말. 한국벤처농업대학(이하 벤처농업대학) 재학생과 졸업생 200여명이 충남 서산에 모여들었다. ‘가슴 뛰는 농업, 가슴 뛰는 삶의 열정’을 기치로 ‘팔도 농부들의 서산 나들이’라 이름 붙여진 1박2일 교육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벤처농업대학은 농업인의 경영ㆍ마케팅 능력 제고를 목적으로 설립된 학교로 현재 15기를 맞았다. 수업은 보통 충남 금산에 위치한 학교에서 진행된다. 하지만 이번 교육은 미래농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을 현장에서 찾고자 견학과 실내 수업을 병행하는 형태로 서산시 일원에서 실시됐다. 참가자들은 현장 분위기를 ‘시종일관 즐거웠지만, 결코 가볍지는 않은 시간’으로 표현했다.



현장에서 미래를 찾다

2월20일 오후 1시경, 충남 서산시 팔봉면 소재의 한 자연체험타운. 전국 각지에서 온 학생과 교수진이 다섯대의 버스에 나눠 타고 첫 방문지 서산 대산항으로 이동했다. 대산항은 중국과 최단거리(393㎞)에 위치한 항구로, 중국 수출 교역 기지로 주목받는 곳이다.

20여분을 달려 대산항에 도착하니 가이드를 자처한 이완섭 서산시장이 마이크를 잡았다. 대산항의 규모ㆍ이력 등을 설명하던 이 시장은 “내년 이맘때면 국제여객터미널을 통해 적지 않은 중국 관광객이 들어올 것”이라며 “이들은 농산물 구매에도 관심을 많이 보일 텐데, 상당수가 중국 산둥성의 부유층인 만큼 앞으로는 가격보다 품질로 승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다음 향한 곳은 대산읍에 위치한 서림농장. 친환경 쌀떡볶이ㆍ절임배추 등 가공품 생산과 함께 된장담그기 축제ㆍ고구마캐기 체험 등의 관광사업을 추진해 6차산업화의 모범사례로 평가받는 곳이다. 벤처농업대학 13기 졸업생이자 서림농장 대표인 현명순씨는 동문들에게 정미소ㆍ양곡창고ㆍ체험장 등 농장 구석구석을 안내했다. 학생들은 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선도농가의 노하우 전수에 귀를 기울였다.

경북 경산에서 장아찌를 제조한다는 한선희씨(47)는 “관광객을 위해 정미소 건물을 유럽풍으로 꾸며놓은 것이 인상적”이라며 “6차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끌어가는 선배를 보니 뿌듯하면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이 생긴다”고 말했다.

서림농장을 나와 찾은 해미읍성은 때마침 전국 연날리기 대회가 열린 직후여서 인파로 북적였다. 이를 지켜보던 한 학생은 “해미읍성 같은 지역명소를 농촌체험마을과 연계시키는 관광상품이 많았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밤늦게까지 이어진 수업과 토론

현장 견학을 마치고 팔봉면 자연체험타운에 돌아온 시간은 오후 6시경. 본격적인 수업에 앞서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식사 배식은 김병원 농협회장 당선인, 민승규 전 농림수산식품부 차관(벤처농업대학 교수), 남양호 전 한국농수산대학 총장과 이완섭 서산시장이 맡았다. 삼삼오오 모여 밥을 먹는 동안에도 대화가 끊이질 않았다.

이희준씨(41ㆍ충남 서산)는 “농업이라는 공통 관심사가 있다 보니 금세 친해진다”면서 “서로 안부를 묻다 보면 유익한 정보도 꽤 많이 얻는다”고 말했다.

식사를 마친 학생들이 강의장에 자리를 잡았다. 수업은 이양호 농촌진흥청장의 ‘창조경제시대의 우리 농업’이라는 특강을 시작으로 강레오 요리사(셰프)의 발표와 김병원 신임 농협회장 당선인이 준비한 농민들의 가슴속 응어리를 풀어주는 ‘농담(農談)토크’로 이어졌다. 이 청장은 “현재 기후변화ㆍ저출산 등으로 농업을 둘러싼 환경이 급변하고 있다”며 “기존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정보통신기술(ICT)ㆍ생명공학ㆍ빅데이터 등 첨단 기술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농담토크’에서는 새로운 농협 수장에게 바라는 농업인의 다양한 주문이 쏟아졌다. 김 당선인은 “농협인들의 가슴 속에 농민을 품게하고, 농민들이 활짝 웃고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협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역설했다. 열띤 의견 개진으로 10시30분까지 예정됐던 수업은 자정이 넘어서야 겨우 마무리됐다. 새벽 1시 반경, 농민과 교수들로 구성된 음악밴드의 공연으로 공식적인 첫날 일정은 끝이 났지만 학생들의 열기는 조금도 사그라지지 않았다.

곽그루씨(26ㆍ전남 진도)는 “15기에만 20∼30대가 스무명 가까이 된다. 또래들과 각자의 장래 목표를 이야기하다 보면 시간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가병관씨(25ㆍ경기 이천)는 “같은 일을 하는 친구들을 보며 농업계 종사자로서의 긍지를 갖게 됐다. 졸업 후에도 이러한 관계를 이어가고 싶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희망 품은 채 각자 터전으로

21일 오전 9시. 전날 강행군으로 피곤할 법도 한데, 강의장은 어김없이 학생들로 가득 차 있었다. 현명순 서림농장 대표와 쌀 생산업체인 새들만의 김종호 부장의 사례 발표가 이어졌다. 이들은 어떻게 역경을 극복하고 현재에 이르게 됐는지, 앞으로의 계획은 무엇인지 등을 발표했다. 특히 남편의 교통사고, 주택 화재 등을 딛고 매출액 20억원의 농업회사법인을 키워낸 현 대표의 성공담은 학생들의 호응을 얻었다.

현재 귀농을 준비하고 있다는 박명순씨(59ㆍ서울)는 “다른 경영자 교육을 들어보면 일반적인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 벤처농업대학에서는 선도 농업인이 실제 살아온 과정을 생생하게 들려줘 좋다”고 소감을 전했다.

뒤이어 김락훈ㆍ이성희ㆍ차혜리 등 3명의 유명 요리사가 농업과 요리의 만남에 대한 강의까지 마치자 1박2일간의 일정이 모두 끝났다. 강의장을 나서기 전 학생과 교수진은 뜨겁게 포옹하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유지혜씨(32ㆍ전북 김제)는 “이번 교육을 통해 많은 것을 듣고 보고 느끼고 간다”면서 “소중한 경험을 밑거름 삼아 스타 농부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저마다의 희망을 품은 채 집으로 돌아가는 학생들. 그들의 밝은 표정에서 한국 농업의 희망을 엿볼 수 있었다.

서산=김재욱, 사진=김병진 기자 kjw89082@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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