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 열전 백년농부] 벌 키우고 카스텔라 만들어 매출 ‘붕붕’

입력 : 2022-06-22 00:00

[가족농 열전 백년 농부] ⑩ 양봉농가 조윤정씨

함평 내 유일하게 벌 체험농장 운영

정신적 지주 아버지 따라 자리 잡아

안정적 판로 확보위해 가공품 고안

원물 부족할때 이웃에 공급받기도

서로 공유·상생해야 잘 살 수 있어

 

01010101001.20220622.001339023.02.jpg
전남 함평에서 ‘명희봉밀’을 운영하는 조윤정씨가 벌통 속 채반을 들어 보이고 있다. 조씨는 “지난해 벌이 대량 폐사해 걱정이 많았는데 올해는 상태가 좋아 다행”이라며 환한 미소를 지었다.

전남 함평은 나비로 유명하다. 나비와 곤충 수백종을 주제로 한 ‘함평나비대축제’가 24년째 이어지고 있다. 꽃이 있는 곳에 벌이 날아드는 법. 덩달아 양봉농가도 많다. 우수한 밀원이 곳곳에 자리하고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여러 지원정책을 내놓은 덕이다.

명희봉밀은 함평군에서 유일하게 벌 체험농장을 운영하는 곳이다. 문을 열고 4년 동안 부지런히 꿀을 이용해 6차 산업을 시도하는 이는 조윤정 대표(47)이지만 그의 정신적 지주는 아버지 조덕일씨(82)다. 조씨가 25년 전 함평으로 귀농해 양봉원을 일궜고 그것이 명희봉밀의 모태가 됐다.

조 대표는 한때 서울에서 제법 큰 디저트 카페를 운영했다. 한창 일에만 몰두한 나머지 무기력증을 겪다가 지친 몸과 마음을 달래려고 시골에 왔다. 마냥 놀고먹을 순 없으니 부모님이 생산한 꿀을 이용해 디저트를 만들어 팔 계획을 세웠다. 2018년에 내려와 처음 2년 동안 관련 자료조사에 매달렸다. 꿀 효능을 공부하고 레시피를 개발했다. 내내 꿀만 들여다보고 있자니 자연스레 관심이 생겼고 연로하신 아버지를 거들 겸 양봉에 본격 참여하게 됐다.

“처음엔 벌에 쏘일까봐 겁이 나서 엄두가 나질 않았어요. 인터넷을 뒤져서 119구조대가 말벌을 제거하러 출동할 때 입는 방호복을 사다 입었어요. 한벌에 30만원이 넘더군요. 우주복처럼 생겨서 어찌나 덥고 무겁던지. 입자마자 땀이 비 오듯 쏟아졌어요. 그러고 작업을 했다니까요.”

뒤늦게 벌을 키우면서 기댈 곳은 가족뿐이었다. 아버지 말씀을 ‘절대명령’으로 받들고 어머니가 하시는 걸 어깨너머로 따라하며 배웠다. 실력은 더디게 늘어 여전히 초보 티를 벗진 못했지만 그래도 이젠 벌이 무섭진 않다.

“지금은 방호복을 쳐다도 안 봐요. 망 달린 모자만 쓰고 일해요. 아직 쏘인 적이 없는 걸 보면 신기해요. 그러고보면 이 일이 내 일이구나 싶어요.”

여전히 자신이 아버지 눈에 차진 않을 거라면서 “엄하게 꾸중하시고 불만을 드러낼 때도 있지만 ‘그러려니’ 하고 넘긴다”며 웃었다. 가족과 함께 일하려면 혼나는 걸 두려워하지 말아야 한다고 조언도 했다.

조 대표의 행보가 자극이 됐을까. 몇해 전엔 그의 형부가 이곳 저곳을 찾아 벌을 키우는 이동 양봉을 도왔다. 그렇지 않아도 아버지 건강이 나빠져 양봉원을 닫아야 하나 고민할 때였다. 가족의 도움 덕분에 농장을 계속 운영할 수 있었다. 두달 전부터는 조 대표의 남동생 정희씨(45)도 합류했다.

01010101001.20220622.001339021.02.jpg
농장에서 직접 생산한 꿀을 넣어 만든 카스텔라.

기껏 고생해 꿀을 생산하고도 팔지 못하면 무슨 소용일까. 조 대표는 안정적인 판로를 확보하려면 이를 활용한 가공품이 필요하다고 봤다. 답으로 찾은 것이 ‘벌꿀 카스텔라’다. 남녀노소가 좋아하고 선물용으로 판매하기도 수월할 거라 판단했다. 이미 해봤던 요식업 경험을 살리면 무리 없이 해낼 거란 자신도 있었다. 다행히 생각이 적중했고 점차 판매량이 늘고 있다. 이어 인삼·배 등을 갈아 넣어 잼처럼 빵에 발라 먹는 시제품 구상에도 착수했다.

조 대표가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던 데는 무엇보다 이웃의 도움이 컸다. 상품 개발엔 투자비용이 필요한데 군과 농업기술센터의 지원을 받아보라고 알려준 곳이 인근 나비농가다. 벌이 이상행동을 보일 때는 선배 농가를 찾아 상의하고 해결한다. 다들 경쟁자라며 견제하기보다는 동료로 여기면서 자신의 노하우를 아낌없이 나눠준 덕을 톡톡히 본 셈이다.

“서로 공유하고 상생해야 살 수 있죠. 같이 잘사는 게 어렵지 않아요. 최근 몇년 동안 벌이 폐사하면서 저희 집 벌통 규모가 크게 줄었어요. 카스텔라를 만들려면 원물을 안정적으로 수급해야 하는데, 부족분을 근처 농가에서 공급받아 쓰면 되겠더라고요. 지역농가는 판로를 넓히고 저희는 원물을 제때 얻으니 서로 윈윈인 ‘상생 전략’인 거죠.”

01010101001.20220622.001339015.02.jpg
양봉과 베이킹체험을 제공하는 명희봉밀 전경.

올해부터 조 대표는 농작물 재배에도 나섰다. 이미 양봉체험과 카스텔라 만들기 체험을 하는데 이에 더해 방문객에게 다양한 농사체험 기회를 주고 싶어 허브밭을 조성하고 있다. 이 역시 이웃에게 아이디어를 얻었다. 그는 요즘 몸은 고되지만 새삼 자연을 일구는 재미를 깊이 느낀다고 말한다.

“부모님이 귀농인으로서 주변의 도움을 많이 받으셨대요. 저는 귀농 2세대로서, 귀농 후배에게 본보기가 되는 농민이 되고 싶어요. 혼자라면 감히 생각하지 못했을 거예요. 부모님과 남동생, 형부까지 다 함께 노력한다면 가능하지 않을까요.”

함평=지유리 기자, 사진=김병진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