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 Zoom 人] 대기업 직원서 ‘더덕 농사꾼’으로 재출발

입력 : 2022-05-11 00:00

[농촌 ZOOM 人] 강수일 삽다리더덕 대표

아내와 함께 세계여행 등 다양한 경험 2년 전쯤 영농 시작…올해 농사 독립

더덕포 등 가공품 출시…젊은층 호응 수경재배시설 구축 ‘상품성 제고’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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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수일 삽다리더덕 대표가 시설하우스 안에서 더덕포 제품을 들어 보이고 있다. 예산=김병진 기자

누구나 선망하는 대기업을 과감히 버리고 농촌을 택한 이들이 있다. 도대체 농촌에 어떤 매력이 있기에 빛나는 대기업 사원증을 과감하게 반납하게 된걸까. 이야기가 궁금해 3일 충남 예산군 삽교읍 목리에 있는 더덕 생산·가공업체 ‘삽다리더덕’으로 한달음에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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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경재배로 키우고 있는 더덕.

“안녕하세요. 더덕에 미친 남자 삽다리더덕 대표 강수일(36)입니다. 이곳은 더덕을 키우고, 이색 가공제품을 구상하는 제 꿈 공장이라고 해야 할까요. 하하.”

강씨와 그의 아내이자 공동대표인 김예슬씨(32)는 삽교읍에 정착한 지 채 2년도 안된 신출내기 농사꾼이다. 아직 농민으로서 성과는 미약하다. 더덕농사를 짓는 장인어른으로부터 올해 독립해 330㎡(100평) 시설하우스 2개 동에서 연간 2t 이상 생산을 목표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이들이 농민이 되기 전 이력은 ‘천일야화(아라비안 나이트)’ 못지않게 흥미진진하다. 강씨는 삼성전자에서 공장 자동화 소프트웨어 개발자로서 5년간 탄탄한 경력을 쌓았다. 김씨는 대한항공 승무원 출신으로, 8년간 세계 곳곳을 누볐다. 고교 선후배 사이였던 두 사람은 인생을 바라보는 방향이 같다는 걸 알고 조금씩 가까워졌다. 반복되는 무의미한 일상, 도시에서의 소모적인 삶 속에서 두 사람은 지쳐갔다. 결국 2018년 3월15일 같은 날 퇴사하고 함께 새로운 인생을 설계하기로 했다. 이들은 반려자가 되기로 약속한 후 퇴직금을 털어 1년 넘게 러시아·스페인·미국·멕시코 등지를 돌았다. ‘진짜 나’를 찾고, 행복으로 가는 길을 탐색하는 과정이었다.

“한국으로 돌아와서는 ‘무엇을 해야 하겠다’ 딱 정해놓지 않고 다양한 분야에서 일해보기도 하고, 창업에도 도전했었어요. 그러다 한번은 더덕농사를 짓는 장인어른 일을 돕다가 ‘이거다’ 싶더라고요. 진한 약초향에 씹는 맛이 일품인 더덕을 만나고서 일상 속에서 편하게 즐길 건강식품을 만들어보자며 우리 부부가 의기투합한 거죠.”

다년간의 직장 생활, 그리고 세계 여행과 같은 다양한 경험을 쌓은 덕택이었을까. 이들은 세상에 없던 더덕 가공제품을 속속 출시했다. 그 가운데 하나가 ‘더덕포’다. 더덕을 얇게 펴서 굽는 식이다. 진공 포장을 한 더덕은 마치 하얀색의 쇠고기 육포처럼 생겼다. 앞으로 회사를 성장하게 할 주력상품으로 더덕포를 전면에 내세우겠다는 게 강씨의 계획이다.

“건강하면서도 색다른 먹거리를 추구하는 20∼30대 중심으로 온라인에서 반응이 좋아요. 한데 아직 가야 할 길이 멉니다. 지금도 밤낮 가리지 않고 최적의 맛을 찾으려고 노력 중이거든요. 더덕을 펴는 형태, 더덕을 말리고, 굽는 시간 등에 따라 맛에 큰 차이가 나기 때문에 여러가지 방식으로 연구하고 있답니다.”

부부의 손을 거친 더덕의 변신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뿌리부터 잎·줄기까지 통째로 갈아넣은 ‘더덕밀크’도 인기다. 더덕에 젖을 잘 나오게 하는 성분이 있는지라 임산부나, 고기·유제품을 먹지 않는 채식주의자 등을 겨냥해 만든 것이다.

최근에는 수경재배 시설 구축에 몰두하고 있다. 더덕을 물에서 키우면 흙이 묻지 않고, 오염 가능성을 줄일 수 있는 까닭에 농산물의 상품성을 높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많은 분이 모르실 수 있는데 더덕은 뿌리뿐 아니라 잎이나 줄기에도 사포닌·칼륨과 같은 영양성분이 풍부하거든요. 이런 점을 적극적으로 부각해 영양분을 배가하고 씹는 즐거움도 찾을 수 있는 더덕과 가공제품을 선보일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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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씨가 재배해 보관 중인 더덕.

여전히 패기 넘치는 강씨지만 농촌에서의 삶은 절대 호락호락하지 않다. 한번은 저온저장고에 2000만원어치 더덕을 보관하고 있었는데 온도조절장치가 고장 나 죄다 썩어버렸단다. 과거 실패 사례를 말하며 지금도 귀농을 준비하고 있을 후배들에게 조언도 아끼지 않았다.

“뭐든 욕심이 문제예요. 귀농해 빠른 성과를 내겠다며 준비 과정을 소홀히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랬고요. 관심 분야나 구체적 품목이 정해졌다면 해당 분야에 정통한 선배 밑에서 1년 이상 일도 배우고, 업계 동향이나 소비자 관심도 살펴야 합니다. 농촌에서 화려하고 거창한 시작을 꿈꿨다면 접어두세요. 자연은 늘 그렇듯 속도에 욕심내지 않습니다. 농사도, 귀농도, 더덕 키우는 것도 매한가지입니다.”

예산=이문수 기자 moons@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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