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 열전 백년농부] “아버지 방식 이어받기보단 시장변화 읽고 새롭게 도전”

입력 : 2022-04-20 00:00
01010101201.20220420.001332023.02.jpg
류호인씨(왼쪽)가 아버지 류대삼 대표와 함께 분재를 옮기며 환하게 웃고 있다. 분재는 류 대표가 개발해 신품종 특허를 낸 소사나무인 ‘유천금’이다. 황금빛 잎이 나는 것이 특징이다. 정읍=현진 기자 sajinga@nongmin.com

[가족농 열전 백년농부] ⑥ 화훼농가 류호인씨

분재만 파고든 아버지와 달리 소형 실내식물 등 인기종 판매

아버지 기술로 체험교육 마련 가족 분업 척척…다툴 일 없어

화훼농 공동체 모임 적극 참여

지역 농가에 선대 지식 나누고 지속 가능한 농촌 만들기 동참

 

전북 정읍시 금붕동엔 간판을 세개나 단 농원이 있다. 유천난원·유천꽃화훼·행복꽃농원. 비슷한 듯 다른 이름을 내건 이들은 3대째 화훼농사를 짓는 류호인씨(34)네다. 각각 할아버지·아버지·류씨가 이름을 지었다.

류씨네 농원 역사는 할아버지부터 시작된다. 전남 함평에서 나무농사를 짓던 할아버지 뒤를 이어 아버지 류대삼 대표(63)가 정읍으로 터를 옮겨 분재 화훼를 하면서 시작됐다. 류씨는 아버지 권유에 따라 농부가 됐다. 언젠가 일본으로 연수를 갔던 아버지는 3∼4대 내리 농사를 짓는 현지 농가를 보고 ‘가업을 잇는 농원’을 키우고 싶다는 뜻을 품었고, 자연스럽게 류씨가 그 뜻을 이어받게 됐다.

류씨가 굳이 간판을 따로 단 건 자신만의 영농을 펼치고 싶어서다. 오직 분재만 파고든 아버지와 달리 조경수나 관엽식물을 기르는 것이 미래 성장 가능성 면에서 더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분재는 묘목을 심어서 출하하기까지 4∼5년이 걸립니다. 생산에서 판매까지 주기가 길어 수익성이 낮아요. 인기도 예전만 못하고요. 분재만으론 경쟁력이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류씨는 아버지 것을 그대로 이어받는 것만이 가업 계승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중요한 건 농부가 돼 농원을 꾸려가는 것이다. 그러려면 시장 트렌드를 먼저 읽고 여기에 맞춘 체질 개선과 함께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는 게 급선무라고 봤다. 시장에서 잘 팔리는 식물에 눈을 돌렸고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시장 변화에 맞춘 판로개척 노력도 돋보였다. 과거 아버지는 도매 중심으로 상품을 판매했다. 30년 전만 해도 정읍 인구가 20만∼30만명에 달했다. 그만큼 소비자가 많았다. 지금은 인구가 크게 줄었다. 소비자 성향도 달라졌다. 도매 거래처가 눈에 띄게 감소했다. 류씨는 소비자 직거래로 방향을 틀었다. 로컬매장에 입점해 소형 실내식물을 판매하는데 수익이 쏠쏠하다. 요즘은 체험교육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아버지의 분재기술교육에 대한 방문 고객의 반응이 좋다.

01010101201.20220420.001332035.02.jpg
류씨가 드론을 띄워 나무 생육을 살피고 있다. 그는 드론 작동법을 유튜브를 보고 독학으로 익혔다.

“아버지의 분재기술은 따라올 사람이 없다고 자부합니다. 그런데 지금은 기술만 좋다고 다가 아니에요. 먼저 소비자에게 다가가야 합니다. 체험교육을 접목한 6차산업이 그 방법이고요. 앞으로는 치유농장이 대세가 될 텐데 거기에 맞춰 착실히 준비하고 있습니다.”

가족끼리 분업도 효과를 발휘했다. 농원은 류 대표와 류씨, 류씨의 아내 윤소윤씨(33)가 함께 운영한다. 50년 경력의 분재 전문가인 류 대표가 분재를 책임지고 류씨는 체험교육과 판매처 관리를 도맡는다. 식물 관리와 전반적인 농원 경영은 윤씨 몫이다. 진정한 의미에서 성공적인 가족 경영 모델인 셈이다. 류씨는 가족이기에 더 장점이 많다고 말한다. 크고 작게 부딪치는 일이야 어디에나 있지 않나.

“각자 하는 일이 달라서 다툴 일이 별로 없습니다. 의견 충돌이 있더라도 농원을 잘되게 하려는 마음인 걸 아니까 이해가 됩니다. 규모를 키우고 싶진 않아요. 가족끼리 경영할 수 있는 정도로만 유지하고 싶습니다. 수익 측면에서도 유리하고요. 갈수록 인건비가 높아져 당장 이를 줄일 수 있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물론 가족 경영이 불편한 점도 있다. 주인이 많아서 무언가를 결정할 때 시간이 남들보다 오래 걸린다.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하는 데도 아버지를 설득하느라 애를 썼다. 아버지와 의견이 갈릴 때는 지역에 사는 선후배를 통해 조언을 구했다. 문턱이 닳도록 농업기술센터를 오가며 자문도 청하고 교육에 참여해 문제 해결에 나섰다. 화훼농가로서 궤도에 오른 류씨는 공동체 모임에 적극적이다. 이젠 도움을 받는 후배가 아닌 선배로서다. 지역에서 도움을 얻은 만큼 돌려주고 싶은 마음이다.

“해마다 농촌이 작아져간다는 걸 느낍니다. 우리 농원만 잘되면 된다는 생각은 접었어요. 지역이 모두 함께해야 살 수 있다고 봅니다. 그러려면 지역 농가가 소통과 협력이 활발한 커뮤니티를 함께 꾸려가야 돼요.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것을 지역 농가와 나누고 또 지속가능한 농촌 만들기에도 함께 힘을 보탤 작정입니다.”

정읍=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