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농 열전 백년농부] 3대가 지키는 신광목장, “가장 큰 스승은 아버지…돌발상황 해답 알고 계셔”

입력 : 2022-03-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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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선미(오른쪽부터)·이중호씨 부부가 수레로 사료를 나르고, 이종진 대표와 부부의 여섯살배기 막내딸은 젖소에게 사료를 주고 있다. 천안=현진 기자 sajinga@nongmin.com

[가족농 열전 백년농부] ③ 신광목장 이중호씨

늘 가까이서 보고 배운 일이지만 현장·이론 차이 커 좌절 맛보기도

지식보다 경험이 중요하다고 느껴 40년 경력 아버지 도움 많이 받아

선대 아이디어에 아내 실행력 더해 유가공품 브랜드 ‘맘맘스’ 선보여

 

충남 천안시 북면에 사는 이중호(37)·이선미씨(35) 부부는 하루를 새벽 다섯시에 시작한다. 눈곱도 떼기 전, 이들이 향하는 곳은 집 근처에 있는 신광목장이다. 종일 축사에 머물며 하루 두번 원유를 짜고 젖소를 돌본다. 주말도 없이 바쁜 낙농가의 일상을 맞이해온 지 벌써 15년째다.

신광목장은 이중호씨 아버지인 이종진 대표(61)가 할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젖소 3마리에서 출발했다. 할아버지가 일찍 돌아가시고 아버지가 동네에 소 키우는 집을 찾아다니며 물어물어 기술을 배웠고 아울러 탄탄한 축산기반을 마련해놓은 덕분에 탄생했다. 간판을 내건 지 올해로 44년. 이제는 3대가 목장을 지킨다.

이중호씨는 농고를 졸업한 후 천안 연암대학교 축산학과에서 낙농·한우를 전공했다. 어릴 때부터 낙농가가 되는 게 꿈이었고 이를 당연하게 여기며 자랐다. 늘 가까이서 보고 배운 일이라 자신감이 넘쳤지만, 현장에 직접 뛰어들고선 좌절도 맛봤다. 현실과 배운 공부가 달랐기 때문이다. 낙농은 생명을 키우고 다루는 일이라 작은 변화에도 원유 생산량이 널뛰었다. 또 축산기계나 설비가 미비한 점도 발목을 잡았다. 그 틈새를 메운 건 아버지였다.

“물론 학교에서 배운 것도 많지만, 제게 가장 큰 스승은 아버지입니다. 실제 목장에선 위기와 돌발상황이 많아요. 책에서 배우지 않은 일들이 자꾸 튀어나옵니다. 지식보다는 경험이 중요한 거죠. 40년 넘게 젖소를 돌본 아버지는 답을 다 알고 계시더라고요.”

물론 부자의 멘토·멘티 관계가 처음부터 순조롭지는 않았다. 지식과 경험이 다른 두 세대가 함께한 초반 5년은 다투는 게 다반사였다고나 할까. 사료 배합부터 청결한 축사 환경까지 온갖 부분에서 의견이 부딪쳤다.

“아버지 눈엔 제가 마냥 어설펐을 거예요. 제가 무언가 하려고 할 때마다 잔소리가 엄청났어요. 다행히 끝까지 반대하진 않으셨습니다. 항상 제 고집대로 해보고 결국 안되면 그제야 ‘아버지 말씀이 맞았구나!’ 하고 깨닫는 식이었죠.”

잘못된 선택이라도 직접 부딪쳐보고 시행착오를 겪어야 성장할 수 있다는 것이 아버지 교육철학이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씨는 아버지 가르침이 옳았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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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광목장에서 ‘맘맘스’란 이름으로 출시하고 있는 수제 요거트와 수제 치즈.

이씨는 2020년 독립해 ‘신진목장’을 열었다. 재원 마련부터 젖소 품종 선택, 제품 개발, 판로 확보까지 오롯이 제 손으로 해냈다. 직접 목장을 경영해보니 아버지가 새삼 대단하다는 걸 느낀단다.

“아무래도 청년농은 설비투자에 과감한 편이에요. 저 역시 그랬고요. 첨단 설비를 갖출수록 인건비는 줄고 생산량은 많거든요. 그런데 부모님은 반대하시는 경우가 많죠. 15년쯤 일했더니 어른들 말씀을 이해하겠어요. 원유값은 떨어지는데 투자만 한다고 능사가 아니거든요. 불편하고 아쉽더라도 포기할 건 포기해야 합니다.”

지역에서 낙농을 이어가는 공동체 모임에도 자주 나가는 이씨. 후배들에게 아버지가 자신에게 했던 말을 조언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곤 맘도 뿌듯하단다.

2년 전, 이들 목장에 새로운 바람이 불었다. 이씨의 아내가 유가공품 브랜드인 <맘맘스>를 선보인 것. 원유 생산만으로 부족하다고 본 이 대표가 치즈와 요구르트 등 유가공품 생산을 제안했고 이 아이디어를 며느리가 실제로 구체화했다. 또 1년 동안 교육 듣고 자격증을 따며 준비를 마친 끝에 체험행사를 할 수 있는 ‘맘맘스 치즈카페’도 열게 됐다. 선대의 판단과 후대의 실행력이 합쳐져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거둔 셈이다. 이 대표는 온라인으로 제품을 홍보·판매하는 아들 내외가 대견하고 든든하다. “6차산업이 중요하다는 걸 알지만, 나이 든 사람이 하기는 쉽지 않다”며 “요즘 아들 내외를 보면서 새롭게 배우는 것도 많아 행복하다”고 고마움을 내비쳤다. 그러면서 “내 기술만 고수할 게 아니라 젊은 농부들 기술도 적극 받아들여야겠다”고 엄지를 치겨세웠다.

신광목장이 그저 대를 잇는 것에 그치지 않고 시대에 맞춰 발전할 수 있었던 데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승이자 제자가 돼준 덕분이다. 온고지신(溫故知新)의 길을 걷는 이들 목장이 다음 세대로의 자연스러운 계승과 함께 새로운 성장도 약속받는 기회의 땅이 되고 있다.

천안=지유리 기자 yuriji@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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