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부동산] 좋은 기운 느껴지는 양지바른 터라면 꺼릴 필요 없어

입력 : 2021-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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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지 주변의 땅이라도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명당의 조건’을 갖추고 있다면 지나치게 꺼릴 필요는 없다.

[귀농·귀촌 부동산이야기] (36)묘지 주변 땅

땅 주인 승낙 없이 묘 설치해도 20년 지나면 분묘기지권 인정

분쟁의 원인…계약 전 확인을

 

경기 파주에 가면 한강과 임진강이 바라다보이는 심학산(해발 194m)이 있다. 이 산과 교하읍 일대는 풍수지리상 명당으로 꼽히는 곳이다. 이 산에는 오래전에 조성된 전원주택단지가 몇곳 있는데, 그중 한 고급 단지 뒤편에는 작은 공동묘지가 있다. 공동묘지에 접한 전원주택단지라면 대개는 꺼린다. 하지만 이 단지를 선택한 사람들은 오히려 이 작은 공동묘지를 ‘명당의 조건’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다.

시골 땅 곳곳에는 크고 작은 묘들이 많이 있다. 예비 귀농·귀촌인들이 시골 땅을 구하고자 할 때 대규모 공동묘지라든가, 북향이나 으스스한 느낌을 주는 묘지라면 멀리 피하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좋은 기운이 느껴지는 양지바른 터에 들어선 묘라면 지나치게 꺼릴 필요는 없다. 일반적으로 죽은 사람의 묫자리로 명당이라면 산 사람의 집터로도 명당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화장 비율이 크게 높아지는 등 장묘문화가 많이 달라졌지만, 예전에는 주로 매장을 했다. 농촌에는 특히 오래된 묘가 많다. 매장 풍습도 여전히 중시하고 있다. “시골 땅을 샀는데 나중에야 바로 접한 산과 밭에 들어선 묘들이 보이더라”며 뒤늦게 후회하는 사람들이 있다. 녹음이 우거진 봄·여름·가을 숲에 가려진 묘를 제대로 살피지 않고 땅을 샀기 때문이다. 시골 땅은 나뭇잎이 다 떨어진 겨울에 가서 봐야 숨겨진 무덤까지 찾아낼 수 있다.

만약 묘가 있어도 ‘명당의 조건’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면 ‘남에게는 흠이 되나 나에게는 흠이 아닌 땅’을 고르는 게 좋다. 예를 들어 무덤이 대여섯기 들어선 종중산과 접해 있는 남향의 넓고 좋은 땅이 매물로 나왔다고 하자. 이때 매수 희망자가 일반 관행농업이 아닌 유기농업을 할 계획이라면 숲(종중산)에 둘러싸여 관행농업과 격리된 이런 땅이 되레 농사짓기에 유리하다. 또 주변에 묘가 있는 땅은 없는 땅에 비해 가격도 저렴한 편이다. 땅 면적이 넓다면 집은 묘지에서 좀 멀리 떨어진 곳에 지을 수 있고, 또 나무를 심어 가릴 수도 있다.

오래된 묘가 들어서 있거나 접해 있는 땅을 살 때 가장 주의해야 할 점은 ‘분묘기지권’이다. 이는 남의 땅에 자기 땅처럼 묘를 쓰고 있는 것을 말한다. 특히 땅 주인의 승낙 없이 묘를 설치한 후 20년간 평온·공연하게 점유했을 때 인정되는 취득 시효형 분묘기지권이 주로 문제가 된다.

귀농·귀촌한 이들에게 내 땅에 존재하는 다른 사람의 분묘기지권은 종종 분쟁의 원인이 된다. 서로 협의해 이장하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이웃한 산지에 있는 오래된 묘지가 나중에 실제 측량을 해보니 내 땅의 일부를 침범한 예도 있다. 내 땅 경계 쪽에 묘지가 있다면 매매계약 전에 반드시 분묘기지권 여부를 정확하게 확인할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분묘기지권이 있는 분묘 주인은 남의 땅을 이용하면서도 땅 주인에게 어떠한 대가도 내지 않았다. 그런데 최근 대법원(2021년 4월29일 선고2017다228007 전원합의체 판결)은 “땅 주인이 분묘기지에 대해 지료를 청구하면 그 청구한 날로부터 지급해야 한다”며 기존 판례를 뒤집었다. 당사자간 합의나 법원의 판결에 의해 지료의 액수가 정해졌는데도 분묘기지권자가 2년 이상 지료를 지급하지 아니한 때는 민법에 따라 지상권의 소멸을 청구할 수도 있다.

박인호 (전원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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