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대 이후 귀농·귀촌, 과도한 농사일·자금투입 금물…“즐기면서 사세요!”

입력 : 2020-09-16 00:00 수정 : 2020-09-17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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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충북 제천으로 귀농한 김영완씨(62<2027>왼쪽)와 박범홍씨(70)가 귀농 경험을 들려주며 활짝 웃고 있다.

귀농·귀촌 세대별 전략(하) 일보단 ‘삶’이 중요한 60대 이후

농지나 시설에 무리한 투자 말고 혼자 관리 가능한 규모 임대 권장

비교적 손 덜가는 작물 택해야

의료비 등 향후 생활비 부족할 경우 지역사회서 일자리 찾는 것도 방법

 

3년 전 충북 제천으로 귀농해 고구마농사를 짓는 박범홍씨(70). 그는 지난해 6611㎡(약 2000평)에서 올해 5289㎡(약 1600평)로 경작규모를 줄였다. 처음엔 9917㎡(약 3000평)까지 농지를 늘려갈 요량이었다. 그러나 규모를 키울수록 인건비 등 지출액이 커졌고 잘해야 수익은 본전밖에 남지 않았다. 그렇다고 젊은 나이도 아니기에 혼자서 사람을 쓰지 않고 농사를 짓긴 어려운 일이었다. ‘한적한 생활’과 ‘농사다운 농사’ 두가지를 모두 바란 그였지만 앞으론 이 농사를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마찬가지로 4년 전 제천으로 귀농한 김영완씨(62). 그는 수박·멜론을 1322㎡(약 400평) 규모로 재배한다. 애초 귀농의 목표를 여유 있는 삶으로 정한 터라 더 크게 농사지을 생각은 하지 않고 있다. 김씨는 “농사는 술값 정도 번다는 생각으로 하고 남는 시간엔 시골생활을 즐긴다”며 “30∼40대도 아닌 지금 나이에 체력에 무리 갈 정도로 하는 건 적절하지 않다”고 말했다.

60대 이후의 귀농·귀촌은 대개 생업에서 은퇴한 뒤 하는 선택이다. 젊은 날 경제활동은 도시에서 했지만 은퇴 후엔 물 맑고 공기 좋은 농촌에서 지내려는 마음인 것이다. 실제로 귀농귀촌종합센터가 발표한 ‘2019 귀농·귀촌 실태조사’를 보면 60대 이후는 ‘자연환경이 좋아서’ 귀농한 비율이 38%로 전 세대 중 가장 높다(30대 이하 13%, 40대 15% 등). 반면 ‘농업의 비전 및 발전 가능성을 보고’ 귀농했다는 비율은 15%로 전 세대 중 가장 낮다(30대 이하 46%, 40대 39% 등).

그렇기 때문에 60대 이후는 일보단 삶에 방점을 찍고 귀농하는 게 알맞다. 치열한 생업을 뒤로하고 찾은 농촌인 만큼 또다시 일에 치이는 건 본래의 귀농 목적에 맞지 않는다. 점차 체력이 뒤따르지 않을 것 또한 물론이다. 따라서 은퇴 후 자금이 비교적 넉넉하더라도 농지나 시설에 과도한 투자를 하는 건 경계해야 한다. 일상생활에 활력을 불어넣는 수준에서 농사를 짓는 건 좋지만, 지나치게 큰 규모로 일을 벌이면 외려 그 일이 꿈 꾸던 여유로운 삶에 방해물이 될 수 있다.

박수정 제천시농업기술센터 귀농귀촌팀장은 “은퇴 후 귀농하는 분들은 혼자서 관리하기에 버겁지 않은 규모의 농지를 구해 농사짓는 게 적절하다”며 “이때 큰돈을 들여 사는 것보단 적은 돈으로 임차하는 걸 권장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작물도 비교적 손이 덜 가는 종류를 선택해야 일에 파묻히지 않고 여가생활을 즐길 수 있다”고 조언했다.

자신에게 필요한 생활비를 진단하는 것도 중요하다. 농사를 짓더라도 큰 수익을 바라는 게 아닌 데다 귀농 초반 3년 정도는 생활비에 보탤 만한 수익도 나지 않는 게 보통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달에 들어갈 생활비를 계산해 수년간의 정착자금을 갖고 있는 것이 안전하다. 물론 60대 이후엔 자녀 교육비 등에 드는 돈이 줄어 다른 세대보다 생활비가 적게 들 수 있다. 그러나 건강·의료 등에 쓰일 비용이 늘어날 것을 고려해야 하며 기존 관계에서 발생할 경조사비 지출액도 살펴야 한다.

생활자금이 부족하다면 지역에서 일자리를 찾을 수도 있다. 농촌에는 농사일 외에도 지역사회와 연계한 일자리가 여럿 있다. 가령 마을회관에서 어르신들의 식사를 지원한다거나 지역 도서관을 관리하고 돌보는 등의 일이다. 마을 가꾸기사업 등에 참여하는 것도 농촌에서 할 수 있는 일이다. 도시에서라면 외부업체의 용역으로 갈 일이지만 농촌에선 많은 경우 지역사회 주민들과 어울리며 봉사할 수 있는 일로 주어진다.

이경이 귀농·귀촌 컨설팅 강사는 “60대 이후엔 지역사회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꼭 소득을 위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주위에 기여하는 일을 함으로써 사회적으로 필요한 명예를 얻을 수 있다”고 말했다.

만약 은퇴 후 고향이 아닌 새로운 지역으로 귀농한다면 지역에 잘 융화하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이땐 전국의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를 알아보는 것이 도움된다.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란 예비 귀농인이 한해 동안 가족과 머물면서 귀농에 필요한 교육·실습 등을 받을 수 있는 곳이다. 주거공간과 함께 실습농장 등이 제공되므로 귀농하기 전 농촌에 적응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다. 특히 일정 기간 센터 직원 등과 관계를 맺음으로써 낯선 외지에서 손을 내밀 창구를 마련할 수 있다. 현재 체류형 농업창업지원센터는 강원 홍천, 충북 제천, 충남 금산, 전북 고창, 전남 구례, 경북 영주·영천, 경남 함양 등 8곳에서 운영한다.

제천=이현진·이상희 기자 abc@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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