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전원생활 필요조건은 ‘좋은 이웃’

입력 : 2020-05-22 00:00 수정 : 2020-05-24 00:00
시골에 땅을 구해 새로 집을 짓거나 기존 주택을 매입하고자 할 때 반드시 고려해야 할 가장 중요한 조건은 자연 풍광보다도 좋은 이웃이라고 할 수 있다.

귀농·귀촌 부동산 이야기 (15) 집값이 100냥이면 90냥은 이웃값

옆집 고함소리에 고통받거나 성격·취향 차이로 티격태격

키우는 개 때문에 등 돌리기도

시골살이 준비 단계부터 함께 살아갈 이웃 꼭 살펴야



“그동안 참고 또 참았는데 이젠 한계에 도달한 것 같아요. 이곳을 정리하고 떠나야겠습니다.”

5년 전 수도권 인근 강원도의 한 시골마을에 전원주택을 지어 귀촌한 이의 하소연이다. 사연인즉 이렇다.

옆집에 사는 이웃이 툭하면 술에 취해 종일 고함을 질러대는데 도저히 시끄러워서 살 수가 없다는 것. 조용하고 여유로운 전원생활을 맛보기 위해 시골로 온 것인데 “고문도 이런 고문이 없다”는 게 그의 토로다. 그는 “(옛말에) 집값이 100냥이면 그중 90냥은 이웃값이라고 했는데 이웃 하나 잘못 만나면 조용한 전원생활은 그것으로 끝난다”고 충고했다. 이어 “이웃과 떨어져 있거나 아예 없는 곳이 가장 안전한 집터”라고 자신만의 결론을 내렸다.

강원 홍천군 내면은 청정오지로 알려진 곳이다. 언젠가 깨끗한 계곡 옆에 나란히 지어진 집 두채가 동시에 매물로 나온 적이 있었다. 지역 중개업자에게 그 이유를 물었더니 이웃간 갈등 때문이라고 했다. “그럼 한쪽만 떠나면 되는 것 아니냐”고 되물었더니 “집주인 둘 다 이곳에서 함께한 생활이 끔찍한 악몽이어서 기억하기조차 싫다며 무조건 빨리 팔아달라고 했다”며 황당해했다.

지역 중개업자의 얘기에 따르면 두이웃은 처음에는 호형호제하면서 잘 지냈다. 그러나 성격과 취향이 전혀 달랐다. 한사람은 내성적이라 독서 등 조용히 지내는 걸 좋아했는데, 다른 한사람은 외향적이어서 주말이면 도시의 지인들을 불러들여 음주가무를 즐겼다. 처음에는 서로 배려하고 이해했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관계가 나빠졌다고 했다.

키우는 개 때문에 이웃간 서로 등을 돌리는 일도 있다. 인제의 한 청정계곡 주변에는 귀농·귀촌한 이들의 집이 적당한 거리를 유지한 채 들어서 있다. 그중 개를 키우는 위아래 두집의 경우 처음에는 가족처럼 잘 지냈다. 문제는 두집 모두 개를 풀어놓고 키웠다는 것. 어느 날 풍산개가 작은 애완견을 물어 죽이는 사고가 발생했고, 이후 두집은 서로 얼굴도 쳐다보지 않는 ‘이웃 아닌 원수’가 됐다. 시골에서 개를 풀어놓게 되면 주변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주민·방문객을 위협해 문제가 되기도 한다.

이웃간 갈등 사례 중 위에 언급한 세가지는 모두 특별할 것 없는 경우다. 첫번째조차도 아주 특별하거나 개별적인 경우라고 할 수 없고 두번째, 세번째 사례는 말할 것도 없다.

생명력 충만한 봄을 맞아 시골 곳곳에서 새로 집을 짓는 현장을 자주 보게 된다. 시골생활·전원생활을 꿈꾸는 이들 대부분은 나와 가족이 함께 살아갈 땅을 구하고 집을 짓는 것에만 매달린다. 하지만 “집값이 100냥이면 이웃값이 90냥”이라는 옛말처럼 행복한 시골생활·전원생활을 위해 가장 중요한 조건은 함께 사는 이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애초 귀농·귀촌을 준비하는 단계에서부터 어떤 이웃과 함께할 것인가를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 실패하지 않는 귀농·귀촌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멋진 자연 풍광보다 아름답고 멋있는 사람들과 함께 할 수 있는 인간관계다. 한마디로 말하자면 좋은 이웃이다.

<박인호 전원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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