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은 문화다…나의 삶 담긴 ‘나다운 집’ 지어야

입력 : 2018-12-07 00:00 수정 : 2018-12-09 00:05
집을 지을 때는 유럽풍으로 지을지, 한옥을 지을지를 고민하기보다 햇볕이 잘 드는 집을 지을 것인지, 이웃과 소통하기 좋은 집을 지을 것인지와 같은 고민이 필요하다.

시골에서 집짓기 (18)·끝  집은 문화다

한옥·유럽풍 등 건축양식 선택 말고 나의 삶 담긴 ‘나다운 집’ 지어야

 

인간은 누구나 집에 거주한다. 태초 이래로 인간은 수많은 집을 지어왔다. 수천년을 지나는 사이 움집이 철근콘크리트조로, 패시브하우스(저에너지주택)로 기술적인 진보를 해왔지만 집의 근본원리는 변하지 않았다. 집은 자연이나 적과 같은 외부로부터 그곳에 사는 이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한마디로 집은 ‘따뜻함’이다.

집의 ‘따뜻함’은 차가운 외부와의 사이에 둔 경계를 통해 얻어진다. 물리적으로 보면 그 경계는 바닥과 벽체·창·지붕이다. 단열재에 등급을 매겨 열통과율을 따지는 강화된 단열기준은 집을 고도의 공학적 기계로 만들고 싶어하는 욕망처럼 보이기도 한다. 반면 시골에서는 ‘정서적 생태주의자’들이 흙과 나무로 이뤄진, 생태적으로 순환하는 집을 꿈꾼다.

이를테면 하이테크(High tech) 건축은 첨단기술을 적용해 따뜻한 내부와 차가운 외부 사이에 열교환기를 제외하고는 조그만 소통의 숨구멍도 허락하지 않는다. 반대로 젖은 흙과 나무로 만든 로우테크(Low tech) 건축은 건조·수축된 틈새로 차가운 공기가 자유롭게 들락거리는 집이다.

우리가 지을 집은 이런 양극단 중에서 선택하는 게 아니라 그 중간 어디쯤이어야 한다. 뜨끈뜨끈한 방바닥과 시원한 실내공기를 선호하는 사람은 단열이 지나치게 잘되는 집이 필요하지 않을 수 있다. 따스한 햇볕을 중시하는 사람이라면 공사비가 다소 올라가더라도 집 안 구석구석에 자연광이 들어올 수 있는 집을 지어야 한다.

시골에서 집을 짓고자 하는 사람들은 상충하는 수많은 정보들 때문에 혼란스러울 것이다. 유럽 건축물의 고풍스러움, 한옥의 멋스러움, 전원의 풍경을 담아내는 전망창 등 인터넷을 떠도는 수많은 정보가 섞이면서 그 정보들의 가치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에 휩싸이는 것이다. 이런 고민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이 지면을 포함해 그동안 읽거나 들었던 많은 얘기들은 모두 잊어버리고 딱 한가지 질문만을 던져보길 권한다. “나는 누구인가?”

어려운 철학적 질문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집이란 ‘자신을 닮은’ 어떤 것이 돼야 한다는 뜻이다. 다른 말로 ‘집은 문화다’라고 할 수 있다. 문화를 간단히 ‘사람의 삶과 관련된 모든 것’으로 정의한다면 ‘집은 문화다’라는 말은 ‘자신의 무늬(紋)와 같은 집에 사는 것’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의 집이 나의 무늬가 되려면 우선 ‘나는 누구인가’를 물어야 한다. 이 질문에는 건강과 재산, 수입, 가족간의 친밀함과 태도, 이념과 사고방식, 취미, 이웃과의 친교 등이 포함될 것이다. 즉, 좋은 집은 ‘나다운’ 집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좋은 집은 건축양식이나 전망, 적벽돌이나 황토벽돌집, 붉은 기와와 같은 건축자재들만으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다. 그런 것들은 2차적인 단어일 뿐이다. 당신의 집을 ‘35평 목조 전원주택’과 같은 명사의 나열이 아닌 ‘한줌 햇볕도 놓치지 않는’ ‘단열과 환기가 잘되는’ 집처럼 형용사나 동사로 정의해보자. 그럴 때 비로소 당신의 집이 ‘건강한 집’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특히 ‘좋은 시골집’에는 한옥이나 황토집이 아니라 ‘시골생활에 맞는 집’ 또는 ‘외부와의 관계에 더 적극적인 집’이라는 조건이 추가될 것이다.

주대관<건축가·문화도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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