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멘토링] 거래 비결까지 알려주며 젊은 농부 키우는 참스승

입력 : 2018-12-05 00:00
김지태씨(오른쪽)가 베테랑 선배 농부이자 멘토인 박대열씨와 가지치기를 하고 있다.

[귀농·귀촌 멘토링 현장을 가다] 경북 영주 사과농장

김지태씨, 직장생활 접고 2016년 귀농

기초없이 가업인 사과농장 물려받아 첫 농사 지었지만 수확 신통치 않아

멘토 박대열씨 만나 농장 오가며 작기별로 필요한 작업 옆에서 배워

박씨, 판로확보 애로 겪는 김씨 위해 직거래 가르쳐주며 도움 아끼지 않아

 

“직거래로 팔면 수익을 더 남길 수 있어. 힘들더라도 블로그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판로를 개척해 봐.”

경북 영주시 봉현면에 있는 사과농장. 수확한 사과를 택배로 보내기 위해 포장작업이 한창이다. 농장주 박대열씨(63)는 일손을 거드는 김지태씨(48)에게 사과 포장법을 가르치며 직거래의 장점을 설명했다. 김씨는 올해 수확한 사과 대부분을 공판장에 출하한 터였다.

“제대로 농사를 지은 게 처음이다보니 판로까지 생각할 여유가 없었어요. 남은 일부는 지인들에게만 파는데 자리를 잡으면 직거래도 시작해야죠.”

인천의 인쇄업체에서 일했던 김씨는 2016년 고향인 영주로 내려왔다. 연로한 부모님이 더는 사과농사를 짓기 어려워진 데다 직장생활에 전망이 없어 보였기 때문이다. 두 자녀가 중·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 한창 돈이 많이 들어갈 시기였지만 미래를 위해 모험을 택했다.

“스마트폰 같은 모바일기기가 일상화되면서 인쇄업계가 어려워졌어요. 당장 몇년은 버티겠지만 노후까지 생각하면 앞길이 막막하더라고요. 농사는 일한 만큼 대가를 얻을 수 있고 정년도 없어 도전할 만하다고 생각했어요.”

첫해에는 별다른 준비 없이 농사를 지었다. 부모가 하던 대로만 지으면 문제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땅과 나무 관리가 안돼 있어 수확이 신통치 않았다. 변화가 필요하다고 여긴 김씨는 영주시농업기술센터에서 기초 영농교육을 받았고, 귀농 담당 직원과 상의한 끝에 2017년 1만3223㎡(4000평) 정도의 땅을 싹 갈아엎었다.

“품종이 이것저것 섞여 있었고 토질도 안 좋았어요. 1억원 넘는 투자비가 부담스러웠지만 계속 농사지으려면 결단을 내려야 했죠. 석회와 퇴비를 뿌리고 땅을 기름지게 만드는 데만 1년이 걸렸어요.”

올 3월 사과나무를 새로 심은 김씨는 농사를 배울 만한 선배를 찾아 나섰다. 적지 않은 돈을 들인 만큼 실패에 대한 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농기센터는 주변에 사는 박씨를 소개해줬고, 그래서 5월부터 그에게 일을 배웠다.

수확한 사과를 포장하는 김씨(오른쪽)와 멘토 박씨.

김씨보다 앞서 2010년에 귀농한 박씨는 1만3223㎡에서 연 1억원 정도의 조수입을 올리고 있다. 높은 소득을 올리는 비결은 직거래다. 중간 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수확한 사과를 모두 인터넷이나 전화 주문으로 판다. 휴대전화에 저장된 고객만 3000명. 귀농 3년째부터 이장을 맡은 박씨는 젊은 농부에게 도움을 주고자 귀농 멘토로 활동하고 있다.

두 농부는 올해 서로의 농장을 오가며 농사를 지었다. 꽃따기·풀뽑기·물주기 등 작기별로 필요한 작업을 함께했다. 김씨는 “혼자 사과를 키울 때 하지 않던 추가 작업이 많았다”고 말했다. 병해를 방지하려고 열매에 봉지를 씌웠을 뿐 아니라, 관행과는 다르게 색이 잘 들도록 바닥에 반사필름도 깔았다. 비가 와 외부 작업이 없는 날에는 사무실에서 블로그 만드는 법을 배웠다. 11월에 수확을 마무리했지만 교육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겨울 동안 가지치기 작업을 해야 하고 내년 봄에 심을 묘목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덕분에 초보 농부인 김씨는 요즘도 하루하루를 바쁘게 보낸다.

“새로 사과나무를 심는 과정이라 농장의 절반은 비어 있어요. 올해 6611㎡(2000평)에서 사과를 키워 조수입을 2000만원밖에 못 올렸어요. 앞으로 더 많이 심어 2~3년 안에는 이장님만큼 소득을 올려야 하지 않겠어요?”

영주=장재혁 기자 jaehyuk@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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