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에서 집짓기 (14)햇볕과 바람

입력 : 2018-10-12 00:00 수정 : 2018-10-14 01:22
여름에는 햇볕을 피하고 겨울에는 햇볕을 들이려면 처마를 길되 끝이 위로 올라간 모양으로 내는 것이 좋다.

햇볕 등 자연요소 고려해 집터 잡고 처마는 길되 끝을 올려 일조량 맞춰야

 

집은 열과 물을 기술적으로 통제해 쾌적한 공간을 확보하는 장치다. 특히 열은 물질을 타고 외부에서 내부로 전도되는데, 안팎간의 열과 공기 이동을 철저히 차단할 수 있는 집이 저에너지 건축이라고 할 수 있다. 열에는 겨울철 추위뿐 아니라 여름철 뜨거운 외기나 복사열도 포함된다.

집이 따뜻하려면 첫째로 자연에너지를 적극 활용하되 필요에 따라 조절할 수 있어야 한다. 둘째는 건물 내외부간의 열 이동을 최소화해야 한다. 단열 성능을 높이고 열교(熱橋·실내의 따뜻한 공기나 열기가 건물 밖으로 빠져나감)와 침기(侵氣·외부 공기의 유입)를 차단하며, 환기와 관련된 열손실을 최소화하는 것이다. 마지막으로 에너지 효율을 높이고 에너지원을 신재생에너지로 바꾸거나 보완해야 한다.

집을 따뜻하게 하는 자연적 요소로 태양열·숲·바람 등이 있다. 이러한 자연요소를 잘 활용하려면 맨 먼저 집터를 잘 잡아야 한다. 가급적 남향이어야 하고, 더 중요한 점은 집 뒤에 숲이나 언덕이 있는 터가 좋다. 집 뒤쪽의 숲이나 언덕은 앞마당에서 불어온 바람이 지붕을 타고 흐르게 만들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지형에 집을 지으면 더운 여름철에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 전통가옥에서처럼 남쪽에 마당과 같은 공지를 둬 복사열이 발생하게 한다. 앞·뒷문을 열어 놓으면 마당의 뜨거운 공기가 상승하면서 뒤뜰의 숲이 만들어낸 차가운 공기를 끌어당겨서 집 뒤에서 앞쪽으로 대류현상이 일어나게 된다. 이로 인해 집이 시원해지는 원리다. 본 건물은 남향으로 하되, 바람이 불어오는 방향에서 건물을 ㄱ자로 꺾거나 헛간을 둬 바람을 막았던 전통가옥의 특징도 참고할 만하다.

창과 처마를 만들 때도 햇볕과 바람을 고려해야 한다. 햇볕은 여름엔 괴롭고 겨울에는 그리운 것이다. 여름을 생각하면 처마는 무조건 길어야 좋다고 할 수 있다. 서양식 목조주택 등에서 보이는 민처마는 건물을 멋져 보이게 할 수는 있다. 그러나 여름철에는 직사광선을 피하기 어렵고, 비가 올 때는 창문을 열어 환기하기도 어렵다. 그렇다고 처마가 너무 길면 겨울에도 햇볕이 들지 않는 단점이 있다. 여름과 겨울의 괴리를 줄이기 위해서는 처마는 길되 처마 끝이 올라간 모양이 낫다. 한옥 지붕을 생각해보면 될 것이다. 남쪽을 기준으로 창문 하단에서 처마 끝까지의 높이가 3m라면, 처마의 길이는 그 절반인 1.5m 정도가 적합하다.

처마로 햇볕을 가리기 어려운 창에는 상단에 눈썹처마를 설치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서쪽에는 큰창 내기를 피해야 하지만 전망 등을 고려해 불가피할 경우에는 햇볕을 조절하거나 차단하는 장치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유럽에서는 창 외부나 내부에 전동셔터를 들이기도 한다. 이러한 셔터는 햇볕뿐만 아니라 겨울철 한기도 차단해주는 효과가 있다.

창문의 위치와 크기도 매우 중요하다. 환기용 창문은 바람이 드는 곳은 낮게, 나는 곳은 높게 서로 대각선으로 설치하는 게 바람직하다. 겨울철 낮 시간에 실내로 들어온 열을 밤까지 지속시키기 위해서는 축열벽 개념을 적용할 수 있다. 축열벽은 단열된 내부에 외부와 단절된 콘크리트나 벽돌벽을 설치하는 것이다. 특히 건식벽체로만 지어지는 목조건축에서 유용하며 인테리어도 겸할 수 있다.


주대관<건축가·문화도시연구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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