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청년농부 시대] 토종닭 키우는 체험농장 지기 권민제씨 <경북 포항>

입력 : 2018-08-08 00:00
토종닭을 돌보고 방사 유정란을 채집하는 일은 청년농부 권민제씨의 중요한 일과 중 하나다.

어서오세요~ 치유의 공간으로

암투병 중인 어머니와 가족에게 먹일 건강한 먹거리 키우고자 귀농

배움 끝에 닭 100마리 방사 사육 농촌 살리기 위해 도시민과 교류

농촌체험과 주말농장도 운영 치유농업 프로그램 개발 목표
 


청년농부 권민제씨(29·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서정리)는 그야말로 ‘직진녀’다. 뭐든 하나에 꽂히면 앞만 보고 돌진한다. 그가 귀농하게 된 것도 그런 성격의 영향이 컸다.

원래 그는 대학을 졸업하고 포항시 내에서 증권회사에 다니던 평범한 직장인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위암으로 건강이 악화한 어머니를 위해 가족이 귀촌하게 됐다.

“병 때문에 입맛을 잃은 어머니가 토종닭이 먹고 싶다고 하셨어요. 그런데 지역엔 토종닭을 파는 곳이 없더라고요. 토종닭을 구하려고 여러 정보를 찾아보다가 닭 사육방식을 알게 됐고, 케이지에 갇혀 사는 닭을 보고 동물복지에 관심이 생겼어요. 그리고 가족들이 안심하고 먹을 수 있는 건강한 토종닭과 먹거리를 직접 키우고 싶다는 생각에 꽂혔죠.”

몇달간 심사숙고한 그는 가족에게 귀농하겠노라 선언했다. 돌아온 대답은 ‘결사반대’였다. 멀쩡히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뜬금없이 농부가 되겠다는 그를 모두 말렸다.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못하면 병이 나는 그였다. 실제로 원인 모를 병이 찾아왔고, 그는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그렇게까지 간절하다는데 더이상 누가 말리랴. 결국 가족은 백기를 들었고, 그는 2013년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풋내기라 부모님의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우여곡절도 많았죠. 닭을 방사 사육하기에 적합한 농지를 구하는 것부터 닭을 키우는 일까지 뭐하나 쉬운 게 없었어요. 드넓은 자연 속에서 토종닭을 기르고 싶어서 처음엔 무작정 산에 닭을 풀어놨다가 야생동물들이 거의 물어가기도 했고요. 귀농을 하려면 먼저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그때 절실히 깨달았어요.”

그는 2년간 닭에게만 집중했다. 아는 게 없으니 먼저 배워야 했다. 경북농민사관학교 중소가축학과 수업을 듣고, 농업기술원과 농업기술센터의 교육을 찾아다녔다. 선진농가를 견학하며 농업에 대한 시야도 넓혔다.

배움을 토대로 자신만의 사육방식을 터득하다보니 농장도 조금씩 안정을 찾아갔다. 현재 그는 토종닭 사육마릿수를 100마리로 유지하고 있다. 그 이상은 혼자서 방사 사육관리를 하는 데 무리가 있기 때문. 그는 낮에는 토종닭들을 농장 내 992㎡(300평) 규모의 풀숲에 풀어놓고 밤에는 축사에 들인다. 닭들은 여기저기 쏘다니며 풀 같은 자연의 먹거리를 먹고, 부족한 영양분은 사료로 보충한다. 그 덕일까. 닭들의 면역력이 강해 농장에 드나드는 사람이 많음에도 불구하고 한번도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피해를 본 적이 없다고. 이렇게 키운 토종닭과 방사 유정란은 판로 걱정이 없을 만큼 단골손님이 많다.

그는 2016년부터 토종닭 사육과 함께 농촌체험 운영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매년 3~11월 방울토마토·감자 등의 농작물 수확체험부터 먹거리 만들기, 자연놀이·목공 같은 다양한 체험을 진행한다. 농장 한편에는 가족단위의 도시민들을 위한 주말농장도 마련했다.

“점점 설 자리가 줄어드는 농촌과 자연을 살리려면 도시민과의 교류가 필요하다고 생각했어요. 농촌에서 느낄 수 있는 힐링을 많은 사람과 나누고 싶기도 했고요. 그래서 농촌체험뿐만 아니라 농장 안에 캠핑장과 물놀이장도 만들었어요. 여가를 즐기려고 농장에 찾아왔다가 농촌의 매력에 빠져 주기적으로 방문하는 손님들이 꽤 많아요.”

그는 앞으로 도시민을 유인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계속해서 개발할 생각이다. 특히 대학에서 공부한 심리학 전공을 살려 지친 현대인들을 위한 치유농업 프로그램을 만들고 싶다고.

“귀농한 농부의 강점은 생산자와 소비자의 입장을 모두 헤아릴 수 있다는 것이에요. 따라서 둘 사이의 연결고리 역할도 할 수 있죠. 도시민들이 원하는 사항들을 농장에 반영해 작은 도농교류의 장을 만들고 싶어요. 나아가 제 농장이 팍팍한 삶의 피로를 씻을 수 있는 회복의 공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포항=하지혜, 사진=박용진 기자 hybrid@nong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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