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樂,거듭나다] 외양간 뚝딱뚝딱 고치니…아늑한 ‘시골책방’ 탄생

입력 : 2018-07-11 00:00
최린씨는 책방이 ‘오월의 푸른 하늘’처럼 온 가족이 편히 즐길 수 있는 곳이 되길 바란다.

촌樂,거듭나다 (16) 오월의 푸른 하늘

 

소 울음소리 사라진 곳에 아이들의 경쾌한 발소리와 여럿이 독후감을 나누는 소리가 울려 퍼지고 있다. 외양간을 고쳐 만든 시골책방 ‘오월의 푸른 하늘’이 그곳이다. 올해초 경기 이천 마장면에 책방을 연 이는 귀촌인 최린씨(26)다.

최씨의 꿈은 건축가였다. 중·고교 시절 해비타트(무주택자에게 무보수로 집을 지어주는 봉사단체) 활동을 하며 어려운 이에게 집 지어주는 사람이 되리라 결심하고 대학 건축학과에 진학했다. 그러나 대학에서 마주한 건축은 ‘돈 많은 이의 입맛에 맞게 집을 짓는 일’이었다. 최씨가 바라던 바와 정반대였다.

“방황하다 국제사회 문제를 공부하려고 일본 도쿄로 유학을 갔어요. 많이 외로웠는데 어머니가 보내준 책이 큰 위로가 됐어요. 책 거리도 여러곳 다녔어요. 사람들이 그곳에서 책에 관해 이야기하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한국에 돌아가면 책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책방을 내야겠다고 마음먹었죠. 책에서 받은 위로를 나누는 게 제가 꿈꿨던 베푸는 삶이라고 생각했거든요.”

올초 귀국한 최씨는 은퇴를 준비하던 부모와 함께 경기 이천시 마장면에 터를 잡았다. 외할아버지댁이 있던 곳이라 친숙하기도 했고, 근처에는 참고서 몇권을 파는 곳밖에 없어서 새로 책방을 내기에도 알맞았다.

 

책방지기가 된 건축학도 최씨.

마침 빈 외양간이 있었다. 건축학도 최씨와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최씨 어머니가 솜씨를 발휘해 그곳을 책방으로 꾸몄다. 56㎡(17평) 남짓한 공간에 신간과 함께 최씨 가족이 가지고 있던 헌책 1200권가량이 진열됐다. 군데군데 널찍한 책상과 폭신한 의자가 들어섰고, 천장엔 은은한 조명이 달렸다. 책방이 단지 책을 파는 곳이 아니라 여유롭게 책을 읽고 독후감도 나누는 곳이 되길 바란 최씨의 생각이 담긴 것이다.

시골책방은 주민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특히 처음에는 낯선 공간에 들어오길 망설이던 아이들이 재밌는 책으로 가득한 책방에 금세 매료됐다. 최씨가 그림책을 책방에 많이 진열해둔 것도 아이들을 꾀는 데 한몫했다. 아이들은 방과 후나 주말에 책방에 눌러앉아 책을 읽거나 마음에 드는 책을 빌려가기도 한다. 열두살 은수는 “예전에는 책이 많은 곳이 없었는데 이곳이 생겨서 일주일에 적어도 한번은 찾아온다”고 말했다.

마을 독서모임 회원들도 책방을 자주 찾는다. 최씨가 독서모임을 위한 공간을 흔쾌히 내어주기 때문이다. 블로그 등을 통해 책방 소식도 부지런히 전한 탓에 외부에도 책방이 알려져 이천 시내의 독서모임 회원들도 책방을 자주 드나들게 됐다.

책을 구입하기보다는 느긋하게 앉아 읽고 대화하는 손님이 많아 시골책방의 돈벌이는 신통치 않은 게 사실. 하지만 최씨는 돈 벌 궁리는 별로 안한다고 말한다. 애당초 ‘책 팔아 돈 벌자’고 책방을 차린 것이 아니어서다.

“책 읽는 즐거움을 시골에 알리는 역할을 했으면 해요. 아직은 많이 안 오시지만, 농민들도 틈날 때 찾아와주시면 좋겠어요.”

책방지기가 된 건축학도. 얼핏 엉뚱한 일을 하는 듯도 보이나, 그는 베풀며 살겠다는 목표를 향해 한눈팔지 않고 나아가고 있다.

이천〓양석훈 기자

ⓒ 농민신문 & nongmi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독자추천광고

게시판 관리기준?
게시판 관리기준?
비방, 욕설, 광고글이나 허위 또는 저속한 내용 등은 사전 통보 없이 삭제되거나 댓글 작성이 금지될 수 있습니다.
농민신문 및 소셜계정으로 댓글을 작성하세요.
0 /200자 등록하기

기획/연재

많이 본 기사

최신기사

맨 위로 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