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농·귀촌 뒤집어보기 (33)교육의 원형질은 소통과 공감이다

입력 : 2018-07-11 00:00

교육생이 원하는 건 일과 삶의 노하우 멘토가 세밀하게 보살피고 도와줘야

 

누가 필자에게 시골에 와서 좋은 점 두가지를 묻는다면 첫째는 내 맘대로 사는 것이고, 둘째는 후배들이 자기 자리를 찾아가는 걸 보는 기쁨이라 답하겠다. 둘째를 부연하면, 귀농 선후배로 만나 도움을 주고받으며 긴밀히 지내다가 어느새 지역에 둥지를 틀고 가꿔가는 모습이 참으로 대견스럽고 고마워서다.

도시에서는 소소한 인연도 없었지만, 농촌의 품 안에 들어왔다는 이유만으로 상대에게 거리낌 없이 다가갈 수 있는 지금이 무척 행복하다. 그간 많은 후배들과 함께했기에 이제는 전화 목소리만으로도 요구를 짐작할 정도가 됐다. 보통 걸려오는 전화의 반 이상은 무언가 도움을 요청하는 것들이다.

농지나 집터를 구해달라는 것부터 공구나 농기계를 빌려달라는 이들까지 요구는 시도때도 없다. 그때마다 오지랖을 줄이라는 아내의 성화가 이어지지만, 타고난 도우미 근성 탓에 사륜구동 자동차는 언제나 출동대기중이다. 아는 이들이 적지 않으니 눈길·빗길에 미끄러져 심심찮게 견인 요청이 들어올 수밖에 없다.

이런저런 인연으로 우리집 논밭은 명실공히 새내기 농부들의 실습지가 된 지 오래다. 작년만 해도 여섯이 함께했고 그 가운데 셋이 올해 터전을 마련해 독립했다. 그래도 필자는 아직 그이들의 일터로 부지런히 드나든다. 때로는 트랙터와 함께, 때로는 관리기나 예취기와 함께 방문해 논밭을 디자인하고 필요한 것들을 채워준다.

그런데 후배들이 최근 재미있는 사실 한가지를 얘기해줬다. 필자가 그들에게 인턴사업 운영 때나 품앗이 당시 강조했던 것들이 한두해가 지나고서야 절실하게 다가왔다고 고백한 것이다. 첫해에는 너무 힘들어 귀담아들을 여유가 없었단다.

경험자로서 납득이 가는 대목이다. 도시에서야 농촌처럼 몸을 쓸 일이 크게 없으니 자고 나면 피로가 풀어지지만, 농사는 다르다. 특히 요즘처럼 무더위가 이어지면 아침에 농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고 입을 모은다. 인턴사업에 참여하는 교육생들의 큰 어려움은 선도농가로부터 자칫 교육생이 아닌 일꾼 취급을 받는 설움이었다. 농사가 몸으로 배우는 일이지만, 어떤 일을 시작할 때 전후 설명 없이 일정에 맞춰 하루를 보내야 하는 게 때로는 고역처럼 다가온다는 것이다.

돌이켜보면 필자도 한참 작물을 심고 거둬야 할 때엔 사람보다 일이 먼저 보였던 게 사실이다. 농장을 떠나 원거리 교육을 갈 때도 소위 ‘콩쥐 프로젝트’란 명목하에 잔칫집에 가는 팥쥐엄마처럼 교육생에게 이런저런 일거리 목록을 전달했다. 그럼에도 지금껏 수년간 잡음 없이 순항한 까닭은 나름의 소통과 배려 덕분일 것이다.

예를 들어 감자를 수확한 뒤에는 교육생의 가족에게도 한상자씩 보내 시골의 넉넉함을 전했다. 아마 그 순간 교육생들도 뿌듯한 맘이 들지 않았을까. 적어도 한달에 한번은 선물로 안부를 대신하고, 여러 모임에 수시로 동행시켜 관계가 넓어지도록 주선했다. 때로는 사는 곳에도 들러 불편이 없는지 점검하고, 직접 해결할 수 있는 문제는 적극적으로 나서기도 했다. 집에 웬만한 장비를 갖춘 만큼 가능한 돈이 들지 않도록 신경을 쓰는 것이다.

진로를 고민할 시점에는 평소 교육생의 성향과 장점을 두루 고려해 현실에 기반을 둔 방향을 잡도록 이끌었다. 다행히 그간 필자와 함께했던 후배들은 몇년 내로 지역에 뿌리를 내리는 것 같아 미덥고 든든하다.

흔히 ‘맞춤형’이라는 말을 쓰는데, 사람과의 사업이라 할 수 있는 멘토링 제도의 효율적인 맞춤이 쉽지 않다. 때문에 해마다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중간에 깨지는 팀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현행 제도가 농장주의 품성보다는 농지 면적과 연차 등 겉으로 드러나 보이는 지표에 무게중심을 둔 결과가 아닐까.

교육생들은 단순히 영농기술이나 최저시급에도 못 미치는 교육비 때문에 멘토를 찾는 게 아니다. 그들이 원하는 것은 일과 삶의 건강한 안내다. 그런 면에서 필자 또한 모든 후배들에게 괜찮은 멘토였는지는 의문이다.

2년 전 인턴이 끝나갈 무렵 다른 이로부터 전해 들은 후배의 고백이 아직 가슴에 남아 있다. “그때, 조금 힘들었어요!”

이환의<홍성귀농귀촌지원센터장·전국귀농운동본부 지역위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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