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촌樂,거듭나다]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

입력 : 2018-06-13 00:00
경남 거창군 웅양면 오산마을 주민들은 매주 수요일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에 모여 난타 연습을 한다.

촌樂,거듭나다 (15)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

 버려진 폐교 다시 불 켜니 문화공간 역할 ‘톡톡’

 

땅거미가 젖어드는 저녁 7시30분. 경남 거창군 웅양면 오산마을의 한 건물에서 요란한 북소리가 새어나온다. 주민들이 수요일 저녁마다 난타를 배우는 이곳은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 난타 외에 합창·요가·택견 등 요일별로 다른 문화활동을 하느라 주민들 발걸음이 끊일 새 없다.

한때 이곳은 아이들로 복작이던 하성초등학교였다. 주민들 중 상당수도 이 학교를 나왔다. 그런데 학생이 줄다가 1999년에 문을 닫았고, 그 후 한동안 버려져 있었다. 변화는 2013년 시작됐다. 흉물이 된 학교를 안타까워하던 주민들이 학교의 쓰임새를 찾고자 고민하다, 마을 어르신들을 불러 모아 한글과 시 짓는 법을 가르치기로 한 것. 주민들은 어르신들이 지은 시로 노랫말을 만들고 노래도 가르쳤다. 어르신들은 열심히 노래를 배워 전국 합창대회에까지 나갔다.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 전경.


모교에 다시 불이 켜지자 주민들은 신이 났다. 이참에 학교를 합창뿐 아니라 다양한 문화활동을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바꿔보자는 목소리가 모였다. 주민들은 정부의 문화지원사업에 신청해 받은 약 6억5000만원으로 학교를 리모델링했다. 교실 두개를 터서 갖가지 활동을 할 수 있는 200㎡(60평)가량의 강당으로 만들었고, 또 다른 교실 하나는 아이들을 위한 북카페로 꾸몄다. 새 공간에 ‘하성단노을생활문화센터’라는 이름도 붙였다. 마을 한편에 남아 있는 성터 ‘하성’, 마을에서 만드는 달디 ‘단’ 꿀, 마을 뒷산인 삼봉산을 넘어가는 아름다운 ‘노을’을 각각 담은 이름이었다.

“우리 마을은 지대가 높아 농한기가 길어요. 주작목인 사과와 포도 농사일이 10월이면 어느 정도 마무리돼 시간이 있으니 자연스레 문화에 대한 욕구가 생기죠. 예전에는 그 욕구를 해결할 곳이 없었는데 이제는 달라졌어요.”

센터 운영 위원장인 김문호씨(61)는 학교를 재단장하는 데 앞장섰던 사람 가운데 한명. 그의 말대로 센터는 짧은 시간에 마을의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번듯한 공간이 생기자 주민들이 ‘이것도 해보자, 저것도 해보자’ 하며 스스로 활동 프로그램을 짰다. 읍내에 나가 강사를 데려오는 일에도 적극적이었다. 현재 센터에서는 시 짓기와 합창 연습 외에도 8개 문화활동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다.

아직 숙제는 남아 있다. 센터 운영비용을 해결하는 것이다. 김씨는 “문화활동에 참여하는 주민들에게 1만~2만원씩 회비를 걷고 있지만 학교 건물 임대료와 관리비·강사료를 내려면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애당초 하성초교가 주민 기부금으로 세워졌던 만큼 교육청이 학교만 마을로 돌려줘도 부담이 줄 것”이라고 전했다. 그가 이렇게 말한 이유는 센터와 같은 문화공간이 농촌에서 지니는 의미를 잘 알기 때문이다.

“오산마을이 전국 농촌 가운데 가장 활발하게 문화활동이 이뤄지는 곳이 되길 바라요. 그러려면 이 공간이 중요하게 쓰여야 한다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죠.”

거창=양석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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